brunch

"쓰고 싶은 일은 매일 있어."

11월 일기를 마무리하며.

by Wishbluee

글테기를 아시나요?

글쓰기+권태기를 합쳐서 글테기라고 불러요.


가끔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왜 나는 글을 쓸까. 왜 쓰고 싶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제 쓸 것도 없고 쓰기도 싫어집니다.

'이딴 글, 누가 본다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썼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썼던 글도 읽기 싫어져요. 재미가 없어요.

어차피 똑같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인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 생각들인데.

괜스레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투정해요. 그리고 토라져버려요.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서 속상하다는 마음을 '안 써버리는 걸로' 대신합니다.


그렇게 글테기가 찾아왔어요.

무슨 일이든 오래 하다 보면, 꼭 쉬어야 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런가 보다 하고 쉬었어요.

그런 게 쉬다 보니 너무 많이 쉬고 있는 거예요.

아, 이러다가는 다시 쓸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11월 일기'라는 브런치북을 만들었어요.

'일기처럼 가볍게 써보자. 아무도 찾아주지 않더라도.'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주말 빼고 일주일에 다섯 번씩 쓰는 일기는 처음에는 우울감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큰애랑 다퉜었거든요.

가감 없이 우울함을 드러냈습니다.

'아, 가뜩이나 찾아와 주는 사람 없는데 글까지 우울하네.'

'이 사람 우울증 있는 거 아니야?'

솔직하게 쓰면서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발행했어요.


사람이 살면서 우울한 날이 있을 수도 있지. 오늘은 그런 날이었나 보지.


그럼요. 당연하죠. 어떻게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좋을 수만 있겠어요?


그렇게 매일매일 쓰다 보니, 제 일기는 점점 다양한 내용들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 시작했어요. 조회수도 올라가고, 브런치북 1위라는 영광도 차지했습니다.

너무나 고마웠어요. 기뻤습니다.

다시 글 쓰는 것이 재미있어졌어요.


그리고 제 글 속에 숨어있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보게 되었어요.

뭐 그렇게 잘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요.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어떨 때는 꽤나 다정하고요.

가끔은 귀엽기도 했네요.

생각이 참 많고, 사랑도 많나 봐요.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그런 사람이 '제가 되고 싶은 나' 인가 봐요.


매일매일의 일상을 다시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조금은 더 행복해졌던 걸까요?


매일. 매일 조금씩, 쓰고 싶은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말 마법처럼요.


세상에 쓸데없는 글은 없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을 다해 썼다면 말이에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내 안의 소리에 더더욱 다가가 보기를

다시 한번 결심해 보는 11월이었습니다.


'11월의 일기'는 이걸로 끝을 맺습니다.

제게 참 많은 용기를 주었던 행복했던 경험이었어요.


모두들, 12월에 만나요.




IMG_5462.JPEG
KakaoTalk_20251105_204800663_16.jpg
KakaoTalk_20251105_204800663_25.jpg
KakaoTalk_20251105_204800663_18.jpg

사랑합니다.

keyword
이전 19화비 오는 날, 라면 사러 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