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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책 내요.

이제 나 출간작가예요.

by Wishbluee

2025년 11월 24일 오후 3시


"엄마, 나 책 내요."

"어머....... 어머......... 정말????? 너무 잘됐다. 정말 너무 잘됐다."

"엄마, 진짜 쑥스럽다. 그런데 엄마 딸 이제 작가예요."

"나는 네가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재주가 있었어. 그림도, 글도 너는 언젠가는 그런 쪽으로 잘 될 줄 알았어. 잘했다.. 잘했어. 너무 잘했다..."


전화를 끊고, 일기를 쓴다.


지난 일 년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안아주듯 글쓰기를 같이 한 동기들과 함께 긴 여정의 매듭을 짓게 되었다. 출판사와 계약을 했으니 이제 정말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엄마한테 그 소식을 전했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전화기 너머까지 그윽한 향이 번져오는 듯했다.

가슴 가득히 감동이 벅차오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인생이 자꾸 떠오른다.

두꺼운 족보책이 있는 집의 장손에게 시집와서, 달마다 제사를 치르던 새댁.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남편은 늘 해외에 있었고, 시댁살이 사이사이 아이들 목소리를 테이프에 담아 우편으로 보내며 외로움을 달랬겠지.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하며 매캐한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새벽에 연탄불을 갈았겠지.

행여 식구들이 깰까 봐, 조심하며 아이들의 곁에 몸을 뉘이고는, 또 새벽에 고단한 몸을 일으켜 밥물을 앉혔겠지.


그렇게 고왔던 엄마의 손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기형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연들이 마디마디 배어 있었겠지.


어린 시절, 엄마가 차갑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오해는 나의 상처가 되어서, 마음 한편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차가웠던 게 아니라, 엄마는 그냥 너무 지쳤던 것일 뿐이었다는 걸.


그 고단한 하루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엄마는 분명 나를 보며 스치듯이라도 웃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어린 나는 그 따뜻함을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나는 이제 이해할 수가 있다.


엄마의 영화는, 엄마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엄마가 되는 그 순간부터.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이.


세대에서 세대로 내려오는 이 숙명은 서글프면서도 아름답다.

그렇게 공들여 키운 사랑 속에서 내가 자랐다.

그래서 나도 공을 들일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위대한 마음이

애처롭고, 애잔하고, 소중하고.

고맙고, 또 고맙다.


책을 너무도 사랑하는 소녀였던 우리 엄마가 있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너무나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절대 나한테 그 책을 공짜로 주지 마. 나는 서점에서 살 거야. 절대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 단단히 당부하는 우리 엄마.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속에서 나는 또다시 사랑을 담뿍 받는다.



나의 출간소식으로 엄마가 하루 종일 행복하기를 바래보는 오늘이었다.



- 9인 9색 에세이로 출간계약을 하였습니다. 곧 관련된 글을 브런치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엄마와 통화 후, 엉엉 울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




덧. 모든 것은, 이 매거진으로 부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이 매거진이, 책이 되었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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