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추억의 음식'
2025년 11월 20월 1시
화실은 매주 화요일. 하지만 이번 주는 목요일에 왔다.
지난주는 독감으로 결석. 이번 주는 약속이 있어서 패스.
덕분에 그리던 그림의 완성은 무기한 연기 되어가고 있다.
화실을 다닌 지는 육 개월 정도 되었을까.
처음에는 그림에만 집중하다가, 조금씩 대화에도 섞여 들어갔다.
오늘의 화실 수다는 어쩐지 ‘빵’에서 시작해 호떡으로 대박 난 형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호떡으로 무슨 대박까지? 싶어서 찾아본 사진이 문제였다.
허를 찌르는 맛도리 비주얼에, 그때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수업은 10시부터 1시까지라, 평소에도 끝날 때 즈음이면 출출하다.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배가 고팠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배고프다는 소리가 새어 나올 만큼.
"아, 배고프다"
"저도요!"
"오늘 점심 드시고 가실래요?"
오늘 점심은 지난번에 포장하고 남은 선짓국에 후루룩 밥을 말아먹을 예정이었다.
걸어가면 십오 분인데 그냥 빨리 가서 먹지 뭐. 하던 찰나.
"찜닭, 어때요?"
"네. 좋아요!!!"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손들고 '네!'를 외쳤다.
화실 근처에는 맛있는 찜닭집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방문해보지는 못했다.
애들이 맵다고 잘 안 먹으니, 식탁에는 늘 ‘안 매운 엄마표 찜닭’만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달찜닭은 아예 자리조차 없었다.
아,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가서 맛볼 수 있겠다.
와아~ 찜닭이다아아아
가게에서 먹는, 그것도 ‘매운맛’이 포함된 찜닭은 정말 오랜만이다.
남편과 데이트하던 그때 그 시절, 찜닭 '붐'이 일었었다.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달달하고, 푸짐한데 가격까지 착한 찜닭은 모두에게 인기폭발이었다.
진한 양념에 푹 조려진 닭은 보기 좋게 잘라져 있었다. 찜닭에 들어간 감자는 또 어떻고? 닭육수에 양념까지 푹 배인 감자는 젓가락으로 슥 찌르기만 해도 삭 포슬하게 갈라진다. 수저로 갈라서 밥 한수저에 비벼서 먹으면 으음~ 정말 꿀맛, 그 자체였다. 중간중간 쫄깃쫄깃 떡도 빼먹을 순 없지. 찜닭의 화룡점정은 무엇보다도 바닥에 깔린 당면이렸다. 재료 하나하나 맛보면서 감탄하다 보면 배가 볼록 나왔다. 그러면 우리는 마주 보면서 머쓱하게 웃곤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불룩해진 배가 꺼질 때까지 온갖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하염없이 걸어가곤 했드랬다. 둘이서 반마리에 밥 한 공기, 콜라 한 캔 시켜서 먹고 나오면 딱 좋았다. 마지막양념까지 밥 비벼서 싹싹 비벼먹고 나오던 추억의 찜닭.
"아니,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누군가 내게 물었다.
조금 마른 편인 내 체형을 보시고, 건넨 질문이었다.
접시에 코를 박고 먹고 있던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아, 사실 제가 많이 못 먹는 편인데..."
세 접시째 덜어먹고 있으면서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아, 제가 원래는 많이 못 먹어요.."
나는 한번 더 씨익 웃으면서 말을 마무리 짓는다. 질문하신 분은 '아, 네네.. 알겠어요'하는 눈빛으로 스윽 나를 바라보신다.
아. 진짠데. 나 평소엔 많이 못 먹는데.
"아이, 진짜예요"
라고 말하면서도 내 손과 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맛있다.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조만간 또 한 그릇 시켜서 먹어야겠다. 애들이 먹든 말든.
그런데 엄마가 먹는 모습을 보면, 없던 식욕도 돌아서 맛이라도 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맛보고 나면 한 입이 또 한 입을 부를 테지. 그래서 정신 차려보면 나처럼 코를 박고 먹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게임 끝이지.
아마, 조만간 가족들과 다시 이 가게에 와서 크게 한 판 시켜서 실컷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얘들아, 엄마 아빠가 연애할 때 자주 먹던 음식이야' 하면서 연애할 때 썰도 하나둘씩 풀어놓으면서.
그런 상상을 해 보며 피식 웃어 보는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