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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04. 2023

나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늘 내 머리를 떠다니던 생각.

대학 내내 떠오르던 생각이었다. 1학년때부터 4학년 때까지.

기를 쓰고 부산을 떠나 살겠노라 다짐했던 날들이 무색해져 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대학 간다고 인생 끝나는 거 아니다이~"

입이 닳도록 얘기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종종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실용음악과는 성적과 무관하게 재즈를 하느냐 대중음악을 하느냐로 나뉘었어야 했고,

그 안에서도 퍼포먼스(연주) 위주일지 학문을 위주로 할 것인지를 정하는데 대체로 퍼포먼스를 잘하는 애들이 티칭을 연결 지어 가는 것을 보고 나 또한 퍼포먼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괴로워했다.


클럽 연주가 있는 날이면 모든 신경을 쏟아 연습을 해야 했고 학원 출강도 미룰 수 없이 해내야 했다. 가르치는 일은 내 적성에 잘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연주에 더 욕심을 냈다.


호기롭게 시작한 서울 생활을 얼른 끝내고 싶었고 방학이 되면 도망자처럼 부산으로 향했다.




서울 가라고 등 떠미는 사람도 없었고, 재즈를 선택하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연주하라고 등 떠미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그것은 곧 나의 책임으로 다가왔다.


이왕 연주자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먼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유학을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은 기적처럼 올라왔지만 미국은 얘기가 달랐다. 외국인인 내가 장학금 받기도 쉽지 않았고 오디션을 보는 것도 공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 11월에 있을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레슨을 해주시는 교수님은 버클리 음대 오디션으로 유명한 교수님이었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게 티칭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부터 친분이 있었던 교수님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나의 사정도 잘 알고 계셨다.


"진아~ 넌 조금만 하면 장학금 받을 수 있어. 내가 유학할 때 썼던 노트인데~ 봐봐"


이렇게 레슨 때마다 나의 아메리카 드림은 커져 갔다. 황홀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연주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도 커져갔다.




현실은 어땠을까? 여전히 나는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고 레슨은 점점 불편해져 갔다.


"주 2회로 늘려야 이거마저 알려 줄 수 있어"

"얘는 주 3회 올 때도 있고 4회 올 때도 있어. 봐봐 너보다 잘하잖아."

"1년 준비해서 안되는 거 알지?"


주 2회로 늘릴 수 있는 돈이 없었다. 내 사정을 알고 있으니까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이게 내가 생각한 레슨이 아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 너무 달랐던 교수님의 모습에 혼란스러웠다.

아르바이트를 관둘 수도 없었고 더 이상 연습량을 늘릴 수도 없었다. 3-4시간을 자면서 연습을 했고 피곤함에 짓눌려 늘 피곤한 상태였다.


레슨이 다가올 때마다 지구가 멸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어김없이 다가온 레슨 날.


나는 폭발했다.

이전 05화 첫 번째 방학, 첫 번째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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