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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Dec 11. 2023

"너도 니네 엄마처럼 살고 싶니?"


두려움 가득 안고 레슨을 받으러 갔다.


또 시작된 레슨을 늘리라는 이야기. 내 형편에 택도 없는 것이라도 얘기했건만 그 사람은 그런 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레슨을 늘려서 학교에 합격했다는 여러 후기들을 보여주며 내가 합격할 수 없는 이유가 레슨을 늘리지 않는 것에 있다고 가스라이팅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묻는다.


"엄마가 뭐 하신다 그랬지?"


"김밥집이요."


"너도 니네 엄마처럼 살고 싶니? 야 우리 엄마 봐봐 나이 70살에 우아하게 오르간 치고 있어. 여자는 저렇게 살아야지."


"......"




참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오늘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여기까지만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


"멀쩡해 보이는데?"


"안 좋은데요."


그러고 나왔다. 방안 가득 매웠던 페브리즈 냄새, 추적추적 내린 비. 나는 여전히 그때만 생각하면 숨이 막혀 온다.

나오자마자 큰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대성통곡을 했다.


"나쁜 년!!!!!!" 소리치기도 했다.


언니는 웃었다.


"그 사람 인생이 참 불쌍한 인생이네. 그런 사람한테 지배당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과감하게 버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네가 갈 운명이라면 가게 되어있으니"




과감하게 버리라는 말. 


그 말 한마디에 용기 내서 문자를 보냈다.


"레슨을 못 받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그 여자는 또 주저리주저리 문자가 왔다. 미안하네 어쩌네... 미안하니까 다시 레슨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마음같아선 "우리 엄마 처럼 사는 게 왜? 어때서?"라고 보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레슨은 그렇게 끝났다.


그렇게 갈기갈기 마음이 찢어진 채 아메리칸드림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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