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다. 아침부터 복잡한 머리를 둘러 매고 끙끙 앓고 있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얘는 그럼 한 시간 반이나 걸려서 굳이 여기까지 온다고?'
'아니 이게 지금 진짜 미친 짓은 아닐까'
혼자 오두방정을 다 떨고 있었다.
6시 좀 넘었을까 용현이가 왔다.
"문 열어주세요"
으 소름이 쫙 끼친다.
준비해 놨던 음식을 먹었다. 와인도 한잔 하고. 머쓱해서 할 말이 없었다.
그 머쓱한 기운은 지금 생각해도 간질 거린다.
큰일 났다. 와인을 한 병 다 마시니까 너무 졸린 것!!!!!!!
12시도 안 됐는데 나는 왜 졸리냐고!!!!! 나 스스로에게 미쳤구나 너!!! 를 속으로 외쳤지만
졸음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용현이에게 씻으라 말하고 나는 이부자리를 폈다.
뭐냐, 이 자연스러움? 이부자리 왜 펴는데? 어쩌자고?
펴고 일단 같이 누웠는데 왜 웃기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웃긴 것이다. 둘이서 갑자기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생각해보라. 다 큰 성인 남녀가 썸인지 뭔지를 타면서 이부자리까지 펴고 누웠는데 아무 일도 없고 깔깔 거리며 웃는 게 그게 어디 정상이란 말인가???
도대체 왜 웃기냔 말이다!!!!!!!!
쨋든 웃는 것도 뭐 한 시간 내내 웃을 것도 아니니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나니 민망함이 몰려왔다.
용현이가 묻는다.
"근데 우리는 무슨 사이지?"
........ 아놔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이 말에 대답을 못했다....
갑자기 나쁜 사람 된 것 같았지만 어쩌겠는가..
괜히 민망하니까 잠을 청해 본다. 사실 무슨 사이냐 묻자마자 잠도 다 깼고 그냥 웃으면서 놀고 싶은데
마음이 상한 건지 말이 없던 용현이는 잠이 살짝 든 것 같았다.
그래서 깨웠다. 이게 다시는 없는 기회 일 수도 있으니까 잠들면 안 되지!!! 하면서 깨웠다.
그는 그냥 자라고 했다...
"아니? 이제 안 졸려. 그러니까 일어나바바 웃긴 얘기 해줄게 진짜 웃기다니까?"
"아~ 애정결핍 이냐고요."
"뭐?? 애정결핍? 뭐라는 거야 야 그냥 자"
"아 왜 삐져요"
애정결핍이냐는 말에 토라져서 획 돌아 누워버렸다.
왜 삐지냐더니 안아주는 것이 아니겠나!!!! 아니 네 이놈!!!!!!
나는 그대로 얼었고 얘도 얼은 것 같았다.
그렇게 동상처럼 잠들었다.
다음날 서로 민망해하며 일어 나서는 후다닥 준비하고 일하러 갔다. 그 노무 뮤지컬이 끝이 안 나서 같이 녹음 현장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도 마치 남자친구 마냥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혼란 그 잡채에서 나는 평정심을 찾아야 했다.
일도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그의 눈빛은 아쉬움이 그득한 눈빛이었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완전히 모든 평정심을 잃었다.
맺고 끊는 걸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 모든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책하며 힘들어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고민했고 밤을 새웠다.
그리고 20년 12월 31일 오전 9시.
장문의 카톡으로 이 관계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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