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은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연애를 시작했다.
용현이만 보면 행복한데 주변에 쉽사리 알리지를 못했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6살 연상 여자를 만나는 걸 이해받기란 쉽지 않다.
나 또한 6살 어린 남자를 만난다고 그것도 예전에 내가 가르쳤던 학생이었다고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쿨하지도 못하고 쿨할 생각도 없고 그저 보수적이기만 한 나에겐 이 상황들이 어려웠다.
더군다나 나의 지난 연애의 트라우마가 다시 시작되면서 '엇? 나 지금 불행의 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라는 의심 또한 떨쳐낼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나를 봐왔던 용현은 나의 감정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응, 너 지금 생각하는 거 그거 아니야."
"??? 나 아무 말 안 했거든??"
"응~ 근데 아니야~"
.. 깜짝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느 날은 엄마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워낙 별난 지난 연애 때문에 가족 모두가 진절머리가 나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당사자인 나는 어떠하랴. 어떻긴 뭐 어때 미치고 펄쩍 뛰는 거지. 불안하다 못해 이대로 죽어야만 모든 게 끝날 것 같다는 위험한 생각들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무서웠고 불안했고 두려웠다.
어김없이 눈치를 챈 용현. (그는 모든 걸 지켜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얼마나 별났었는지를.)
"나 오늘 너네 집 가서 자도 돼?"
"엥?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
"뭔 소리야. 집에 가."
"싫어"
말을 안 해도 안다. 나 때문이라는 것을.
집에 도착했다. 저녁 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 씻고 누웠다.
"자, 지금부터 얘기해봐"
"뭐를?"
"니가 생각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나 아무 생각 안 하는데?"
"그만 숨기고 이제 얘기해"
그렇게 시작된 얘기는 울다 웃다를 반복하다 새벽 4시가 좀 넘어서 끝났다.
"이제 끝났어?"
"응 그런 것 같아"
"지금부터 그럼 그 생각이 왜 필요 없는지 내가 설명해 줄게"
그 설명은 해가 뜨고 아침 9시가 돼서 끝났다.
불안과 두려움이 하루 만에 잠재워질 순 없었지만 마음의 짐이 절반은 날아간 것 같았다.
정말로 시간이 약일 때가 있는데 우리의 관계 또한 그랬다.
모든 것을 극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간을 줘야 했고 우리도 그 시간을 견디면서 단단해져야 했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든다.
모든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지금.
우리는 가끔 연애 초를 기억하며 지금을 감사하며 살자 다짐한다. 올해는 결혼도 해야 하고 이뤄야 하는 것들이 또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투닥거리며 다투다가도 얼굴을 맞대고 사랑한다 말하며 살아가고 있다.
연애 얘기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매거진으로 하나씩 풀어나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