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되기 1시간 전
참다 참다 막내딸이 학교에서 만들어 온 감사패를 가지고 왔다.
본인도 얼른 보여주고 싶었는지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간신히 기다린 후였다.
올해 카네이션은 오래 두고 보아도 괜찮을 정도로
고급지다.
금도 아니고 보석도 아닌데 나에게만 의미 있는 이
감사패는 너무 빛이 난다.
그러더니 곧바로
중학생 아들이 오만 원권 3장을 들고 나왔다.
어버이날 선물이란다.
멍했다.
올해 초등학생의 귀여움을 뒤로하고 중학생의
의젓함을 장착한 영원한 내 사랑 아들의 뜻밖의 선물공세에 어질어질하다.
순간 학생이 돈을?
고지식한 탓인지 불안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손 편지는 유치하고
엄마는 먹지도 못하는 꽃은 별로야"
입 바른 소리 했던 내가 문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애들은 아이들 수준에 맞게 선물을 준비할 줄 알았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 감사히 받겠지만
솔직히 아직은 나의 엄마나 시부모님께 드릴 선물과 식사시간을 준비하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하다.
나의 아이들은 유치원이든 학교든 각자 생활하는 교육 기관에서 단체로 만드는 카네이션 종이꽃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한순간 훅 들어오는 아들의 공격에 KO
패했다.
돈의 의미로만 봤을 때
돈을 벌지도 않는 학생이 돈을 준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본인 용돈을 모아서 주는 거니 상관없나?
선배 엄마들에게 물어볼 참이다.
일단은
"고마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주는 건 아닌 거 같아.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돈은 다시 넣어둬."
라고 말했다.
"근데 왜 15만 원이지? 남편이랑 7.5만 원씩 나누란 소리인가?"
이미 다시 돌려준 돈으로 나는 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역시 돈을 좋아하긴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