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걷고 있었다. 선선한 바람결에 몸을 맡긴채 이어폰에서 전해지는 가삿말을 흥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몇분이나 흘렀을까.. 고개가 아파오도록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니 하늘로 곧장 솟구칠 것 같은 현기증이 일었다. 마치 나는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어서 하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머리속 중간쯤에서 울리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해소되지 않던 답답함이 조금씩 바람을 따라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땀방울이 기분좋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걸어보려고 했는데 한시간을 넘게 걷고 또 걸었다. 아직 더 걸어보기로 했다. 한강에 비치는 구름사이로 비집고 들어선 건물들의 모습이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서 산책중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었을때 저 구름과 건물들의 모습과 기분좋은 바람에게 느꼈던 기억들을 회상할 것이다.
음악은 순간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어 주었다. 바람부는 날의 산책이 음악과 함께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처럼 지난 날들은 내 인생의 순간들을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떠올렸을때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시절이였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