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매일 쓰다보면 언젠간 조금씩 늘겠지 하는 마음으로 소재를 탐색했다. 일단 습관처럼 음악부터 틀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곡중 데이브레이크의 곡들을 선곡했다.
♪ 예감 좋은 날
우주의 기운을 모아 나에게 닿았을 "직감"이라는 녀석이 말했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뜻밖에 연락을 받았다. 구직사이트에 올려놓고 귀찮아서 차마 내리지 않고 있었던 이력서를 보고 작업제안을 해온 것이다.
무게가 꽤 나가는 고사양 노트북을 챙기고 샘플로 보여줄 벤치마킹 사례들을 쭉 훑어보며 이정도밖에 준비를 못했는데 괜찮을까?하는 불안감과 어깨를 짓눌러 오는 떨쳐지지 않는 부담감으로 이미 체력의 반은 소진돼버린 기분이였다. 그래도 인생 경험인거지. 어쩌면 일을 같이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떨지 말자. 하며 애써 토닥여 주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2층엔 독일 가정식을 하고 1층엔 카페가 있는 복층 건물이였다. 약속장소는 늘 먼저 가있는 편이라 미리 서둘렀는데 오픈시간 전이라 직원분께 양해를 구했더니 들어와서 기다려도 좋다고 하셨다. 기다리는 동안 셋팅을 하기 시작했는데 마우스가 보이질 않는다. 머리속이 하예졌다. 이거 큰일인데..
궁여지책으로 노트북의 터치패드가 떠올랐다. 혹시 몰라 터치패드를 작동해 보았는데 작동이 되지 않았다. 땀이 삐질삐질 나는 가운데 금새 정신을 차리고는 이 고난과 역경을 꼭 헤쳐 나가리라 마음먹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터치패드를 작동시키고 놀란 심장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제서야 조금 전에 주문해 놓은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미팅준비가 이렇게 어리버리 할 수가...
어리버리 미팅준비의 흔적
예감이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 봤다.
뜻하지 않은 서프라이즈같은 제안, 다른 업종의 사업방식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 꾸려나가야 할 컨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오늘 미팅을 했던 대표님은 나랑 동갑이였다(ㅎㅎ) 등등.
부족하긴 했지만 꽤 괜찮은 미팅이였다!
♪ 말이 안 되잖아(feat.헤이즈)
아날로그 시대에 살았던 세대라서 그런지 라디오라는 매체를 참 좋아한다. 몇년 전 좋아하는 가수가 네이버 라디오 DJ를 맡게 되면서 하루중에 두시간은 꼭 라디오에 투자를 하게 됐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던 학창시절. 매일같이 엽서에 사연을 써댔던 기억을 살려 나의 "사연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터라 사연을 일기처럼 쓰며 하루에도 2~3통의 사연을 보내곤 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채팅창에서 팬들과의 소통도 함께 이루어 졌는데 그래도 자주 참여했던지라 종종 내 닉네임이 불려지기도 했다. 후훗!!
하루는 여행중이였는데 남편과의 다툼으로 많이 울었던 날이 있다. 쉴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쏟아내며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어 익명으로 사연을 쓰기도 했는데 DJ가 사연소개를 해주며 살짝이 같이 뭐라고 해주는 후련한 날도 있었다.(익명 사연이지만 가상의 인물 정도로만 썼던 것 같다).
그리고 아빠의 부재로 힘든 날을 겪으면서 한동안 라디오를 듣지 않다가 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고자 그에 대한 사연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런 힘든 사연이 소개됐고 진심어린 큰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번 일어설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한번은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귀엽게 풀어낸 사연을 재밌게 읽어 주기도 했는데 사연이 나올때마다 날짜와 제목을 기록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소개된 사연은 무려 112개였다.
(소개되지 않은 사연까지 합하면 300개가 넘는 걸로 예상한다. 아무튼 엄청 많이 보냄)
메모장에 기록해 둔 것중 일부 발췌.
유명 톱스타처럼 규모가 큰 팬덤은 아니였지만 매니아층이 있고 꽤 오랜시간 함께 해온 끈끈한 정이 있는 팬덤이였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만큼 나의 존재가 아주 조금은 드러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그 프로는 202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폐지결정이 났다. 나에겐 적잖은 마음의 위안을 받은 곳이였는데.. 소통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너무 슬프게 다가왔다. 오지 않았으면 했던 마지막회가 끝이 났고 애써 담담했던 마음은 이미 사라지고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급기야 몸살이 나고 그렇게 일주일을 앓았더랬다.
2022년의 12월은 정말 잔인했다.
문득 노래제목을 보고 이걸 글의 제목으로 써봐야 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댔던 날. 끄적 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