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야 할 시간이였는데 오늘도 알람을 끈 모양이다. 밖은 아직 어두운데 언제 아침이 와버린건지.. 두번째 알람도 이내 꺼버리고는 잠시 생각했다. 아차 일어나야 하잖아!
비가 내린 탓인지 땅은 젖어 있었고 하늘은 어두침침한 기운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괜한 날씨탓을 해본다. 이게 어딜봐서 아침 분위기냐고...
궁시렁 거리며 일어나 일단 정신을 차려 보고자 습관처럼 물 한컵을 벌컥벌컥 마시며 창밖에 눈동자를 고정시킨채 모든 사지들을 정지시켰다.
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고 학교를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번만 돌아봐주길 기다리며 손을 흔들어 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친구와 만나서 가기로 한 모양이다.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친구가 좋을 때지..
먼발치에서 우리 아이를 만나기 위해 웃으며 걸어오는 친구의 귀여운 얼굴을 보고 우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아이는 목소리가 한옥타브쯤 올라간 텐션으로 친구를 맞이했다. 학교갈 생각은 까맣게 잊은 건지 아이들은 그자리에 서서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나도 껴주라 ㅎㅎ)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한참 웃다가 막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같은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있는 워킹맘의 어깨에 잠에 취한 어린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워킹맘의 뒷모습은 아침의 고단함과 눈도 못뜨는 아이를 기관에 맡겨야만 하는 애잔함과 피곤함 같은게 서려있었다. 나도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였다면 비슷한 뒷모습이지 않았을까.
속으로 토닥토닥 힘내세요 화이팅해요. 라고 말했다. 진심이 전해 졌기를..
하루를 만족할만하게 시작하기 위해 루틴을 충실히 이행해 보기로 하고 일단 운동전에 뭐라도 먹어야 하기에 어제 사두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치즈소세지빵을 에어프라이에 조금 구워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의 등하원 알리미를 확인하다가 정기 결제권까지 끊어 놨건만 9월 등하원 기록조차 뜨지 않아 짜증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달의 3분 2를 날로 먹다니 후...
가까스로 흥분했던 마음을 눌러내며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럴땐 지역 커뮤니티 카페의 문을 두드리곤 하는데 가끔 외로움에 푸념을 늘어 놓아야 할 공간이 필요하거나 할때 종종 들르는 곳이기도 했다. 오늘은 도움을 받고자 문의 글을 남겼더니 고맙게도 여러 댓글이 달렸다.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며..
에어프라이어에서 나에게 단짠의 매력을 선사해주길 기다리는 빵이 그제서야 생각났다. 덮개를 여는 순간 본연의 색상은 찾아볼 수 없고 무채색으로 변해버린 비쥬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가. 정신이 팔린 사이 까맣게 타버린 빵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빵이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가기 전 준비해 두었던 커피라도 마셔볼까 했는데 헤이즐넛 향은 이미 날아가 버리고 미적지근하게 식은채 아무렇지도 않게 테이블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너란 녀석. 미적지근한거 젤 싫은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구! 예의상 한모금 마셔봤는데 역시 미적지근한건 내 취향이 아닌것을.. 커피에게도 조금 미안해졌다.
오늘은 아침먹긴 틀린 것 같다. 이미 식욕은 사라지고 애꿎은 시계만 바라보며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는듯한 시간에 조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에 해야 할일 중에 아침 식사만 빼고 다 끝냈으니 뭐라도 좀 해야겠다. 빈속에 운동을 하면 분명 당이 떨어지면서 수전증이 오고 다리에 힘이 풀릴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급기야 의도치 않게 몇일 굶은 사람처럼 먹어댈까봐 다시 아침식사를 간단히 차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