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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Nov 01. 2024

전통시장이 동남아 느낌?

여행 4일차 -4 @ 속초 전통시장

과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여전할까? 


"아, 또또는.... 그다지 별로…."


답이 빨랐다. 시큰둥하지도, 심각하지도 않은, 

벌써 몇 번은 생각해 본 느낌이었다. 


"남북통일에 그다지 별로? 

통일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응응."

 

"왜?"

 

"통일은 우리가 전쟁해서 이겨야 되거나, 

그니까 그 뭐냐, 점령을 하거나, 

아니면 협의를 해야 되잖아. 

협의를 하면 뭔가 양보를 해야 될 거고, 

그러면 별로 좋을 게 없을 거잖아. 

섞이면 북한 사투리도 막 섞이게 되고, 

북한 그 안 좋은 오명도 우리가 갖게 되는데, 

우리나라 명예나 위상에 그런 게 섞이는 게 싫어."


이건 즉흥적인 대답이 아니다. 


"학교에서 이런 거 배웠어?"


"배웠지, 아마 학교 가면 또 할 걸. 찬반토론. 

1학기때 선생님이 물어봤거든. 근데 우리 반에서 

통일 찬성하는 사람이 2명밖에 없었어. 그래서 

선생님이 2학기에 통일 교육 좀 해야겠다 그러셨어"


역시나 학교에서 이야기가 나왔었구나, 

역시나 또또 세대에게 통일은 지극히 객관적이구나...

 

예전에도 또또 친구들 사이에서

‘김정은이냐?’, '김정은한테 가!" 같은 뉘앙스로

놀리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직도 괴물 취급되나 보네’ 하고 넘겼었다. 당연히 

북한을 좋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을 완전히 '남' 취급, '제 3자' 취급이었다.

'원래 하나였던' 우리나라의 분단의 책임이 있다거나, 

'다시 하나 되는' 통일의 장애물이라거나가 아니다. 

그냥 전세계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가진 국가.

우리는 북한을 욕하는 수많은 나라 중 하나. 

그런데 왜 굳이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해야 하나?

우리나라 체면 상하게... 이런 느낌이었다. 


악플보다 안 좋은 건 무플, 애증이 아니라 무관심 느낌, 

마치 남북 당사자가 아니라 제 3국의 논평같은 느낌. 

오랜 분단기간으로 인한 남과 북의 인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차이로 인한 '통일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부작용이나 후속 조치도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생각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필수불가결한 절대 과제로 여기고 

그 장점을 높이 사던 이전 세대와는 달라진 모습.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북한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나라였으니까.

통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객관적이고 냉정할 수밖에. 

하나의 한반도가 '원래'였던 세대와 

분단된 남과 북이 '원래'였던 세대는, 

"원래대로 가자"는 주장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우리나라 내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좁히는 것도 앞으로 큰 문제겠다 싶었다. 


"오케이, 또또 의견 알겠어, 

여기서 또 가고 싶은 데 찾아보자"


아무튼 우리는 더 북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또또 의견에 따라 다시 속초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 찍듯, 속초 지나서 고성에 가볼까, 

거기서 재미있게 했던 배낚시 체험을 다시 해볼까, 

음... 그러기에는 지금 날씨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와이프는 신속하게 속초 숙소를 새로 잡았다. 


"그럼 이번에는 속초 전통시장 쪽으로 가볼까? 

어제는 횟집 가느라 시장에서 뭐 놀지도 못했잖아, 

속초 시장은 그래도 먹을 거 많은데…"


"쪼아!" 


너무 더운 날씨가 빠른 의사결정을 도왔다. 

속초에 도착한 우리는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속초 전통시장은 여행지마다 만나는 시장 중에서도

꽤 재미있고 인기있는 곳이다. 여전한 닭강정 인기에,

술빵, 전 골목, 게살 및 해산물, 건어물, 

군데군데 '구워먹는 아이스크림'같은 이색 체험도...



하지만, 저녁시간대에 찾은 전통시장은 너무 붐볐다. 

시장을 둘러본다기보다 인파에 몸을 맡기고 

컨베이어 벨트처럼 함께 움직이며 주변을 훑었다.


"오빠, 두 번 돌았어, 이제 저녁 뭐 먹자."


"또또, 뭐 먹을래? 사서 숙소 가서 먹을까?"

 

"여기서 먹자, 그냥... 넘 더워" 


빨리 시원한 데 앉아서 배를 채우고 싶었다. 

“앉아서 먹을 자리가 있나요?”를 묻고는, 

'안에 시원한 자리가 있다'는 전 가게로 들어갔다. 

짱짱하지는 않지만 에어컨 바람을 선풍기가 

여기저기로 뿌려주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골라먹는 재미'로 갖가지 전이 오르고, 

다른 가게에서 산 김밥과 디저트도 올라왔다. 


"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땀이 좀 식고, 배가 차기 시작하자 모두 편해졌다. 

그제서야 주변 여기저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야, 혹시 그런 느낌 없어? 

동남아 야시장 온 느낌 같은 거...?"


"동남아, 왜?"


"아니, 메뉴판도, 음식도 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인데, 

지금 여기 가만히 앉아있는 게 꼭 동남아 같아.

또또도 모르겠어?"


"몰라, 왜"


나 혼자만의 이질감인가 싶어 와이프에게 물었다. 

또또도 같이 대화에 넣어야하니 퀴즈가 되고 있었다. 


"힌트, '요기 마싸지  잘해요~'"


동남아 여행가서 들을 수 있는 

현지인들의 한국말 발음인데, 


"ㅎㅎㅎ '요기 마싸지 완죤 잘해~~'"


이 개인기는 역시 또또가 한 수위다. 

재미있게 참 잘한다. 그래서 또 한바탕 웃으며 

가족들이 내 느낌을 맞춰주기를 기다렸다.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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