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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Nov 04. 2024

같은 춤인데, 왜 달라보일까?

여행 4일차 -5 @ 속초중앙시장, 속초해변

"요기 마싸지 완존 잘 해~~"


또또는 가족 사이에서 자신의 개인기가 된 

동남아 현지인의 한국말 따라하기를 시전하며, 

와이프도 손풍기를 맞으며 가게 안을 둘러봤다. 


"동남아 알바가 많네... 생각보다"


와이프도 새삼 발견한 듯 말했다. 


"그지?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분명히 우리나라인데, 

날씨는 완전 동남아 날씨고,

"요기 전 있어요~", "완죤 마씨져요~"

동남아 알바생들 호객하는 목소리 들리고,  

동남아 사람들이 전 부치고, 서빙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고 계산하고 가고… 

여기, 안에서만 보면 딱 동남아 야시장이야. 

그렇지 않아?"


"ㅇㅇ 그러네, 진짜... 재미있네."


"이제 일상이지, 뭐."


한때 식당에서 조선족 말투에 짐짓 놀라곤 했다.

아주머니가 우리나라 분인 줄 알고 주문을 막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조선족 말투여서 천천히 또박또박 

다시 주문하기도 하고, 은근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장인어른 병환 때문에 재활병원에 갔더니, 간병인들은

거의 다 중국 교포, 조선족 분들이었다. 로비에 있으면, 

대화나 스마트폰에서 중국어가 나오는 것이 다반사.  

그래서, 이미 많이 익숙해져있었다. 


물론, 외모도, 말투도 명확히 동남아 분들이 

이렇게 함께 많이 일하는 장면은 거의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곧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될 거 같았다.


뜨겁다가 오후 한차례씩 비가 오기만 하면

우리 여름 날씨도 동남아와 똑같다고 이야기하다가, 

우리나라 전통시장이라 이름 붙은 곳에서 

가게 안 풍경이 동남아 야시장과 똑같다고 느끼는 

이번이 계기가 되지 않을까.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계기.

또또에게 더 커지고 넓어지는 세상으로 보였으면... 

그리고 좀 더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으면...

더 많은 체험, 더 다양한 우주, 더 평등한 행성들로 

또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이거 마저 먹어. 먹고 가자."

 

"뭐? 매워." 


깔끔하게 치운 전 접시 옆에 

매운 청양고추 김밥이 하나 남아있었다. 


"아무도 없어? 그럼 이거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먹기? 오케이? "


"아니 그냥 오빠가 먹어"

 

"아니 여행 왔으니 재미로… "


"또또는 빼고 자, 가위바위보!" 


와이프와의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졌다. 

청양고추 김밥이 벌칙처럼 맵지는 않았지만, 

재미로 매운 척 우물거리며...


"아니 또또야, 

왜 가위바위보는 하자고 하는 사람이 꼭 질까? "


"아빠, 나랑 하자!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


농담삼아 던진 말에 느닷없이 

딸과의 가위바위보 세판. 

하자고 했던 딸이 2승 1패.


"아니네 ㅋㅋㅋ 

내가 하자 그래서 내가 이겼잖아 ㅋㅋ"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한 사람이 꼭 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 딸이 이렇게 입증해주었다. 


"자~ 이제 오징어회를 먹으러 가자"


와이프가 생각한 다음 동선이 등장했다. 


"오징어회?"

 

"ㅇㅇ 또또 산낙지 잘 먹지? 

오징어회가 여기 아니면 쉽게 먹을 수가 없어. 

요새 제철이래. 그래서 맛있고 싸대. 

사서 숙소 가서 우리 마지막날 파티하자!"


시장 안에서 오징어회를 파는 곳을 찾아 나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입구쪽 횟집은 비싸 보였다. 

강원도 속초, 제철, 오징어면 싸야 된다는 기대가 컸나. 


"그럴 바에는, 횟집에 가자. 

오징어회 먹고 (술 한잔 하고) 숙소 들어가서 씻고 

바로 자면 되잖아. 숙소에서 먹으면 이래저래 불편해."

 

"그래?"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속초 페스티벌을 향했으나, 

이미 폐장했고, 속초 해변쪽으로 다시 틀었다. 

여행의 마지막밤은 특별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래저래 평소보다 들뜨고, 바지런하게 만들었다. 

그 마음에 더 기름을 부은 것은 속초 해안 축제가 

눈에 들어올 때부터였다. 저 앞에 조명탑이 번쩍이고,

멀리서부터 행사장 소리가 퍼져나오고 있었다. 


하얀 모래 위로 올라서니, 무대 위에는 축제 사회자가 

사람들의 흥을 돋구고 있었다. 마침 소개하는 순서는 

‘젊음의 행진’이라는 팀의 댄스 공연 무대였다. 


공교로웠다. 그 날 오전, 또또의 댄스 울렁증이 

재확인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망했어!"

 

"왜?"

 

"지금 갑자기 단톡방이 생기고, 단톡이 왔어. 

체육 시간에 모듬별 댄스 수행평가를 한다 그랬대.

아, 나 춤 진짜 못 추는데…"


딸은 예전부터 엄마아빠에게도 유독 춤 추는 모습만은 

그렇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개다리춤처럼 까부는 

장난은 치면서도, '아이돌 춤 춰봐라', '댄스 배워볼래?' 

에는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자기는 몸치라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기피하던 종목이었다. 그래서 과제만 

전해듣고도, 포기 단계에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하필 그 날 저녁에, 축제를 보자고 자리잡은 곳의

무대가 댄스 공연이었으니 공교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엄마아빠들은 어쩔 수 없이 

같이 마음이 급해지게 마련인가보다.


"또또야, 저기 봐봐. 

저기서 뭐 좀 힌트를 얻으면 되겠다."

 

"찍어, 찍어, 또또야, 동영상으로 길게 찍어봐봐."


"아이 됐어~ 그래도 안 돼~ 몰라!" 


남자 댄서 2명과, 여자 댄서 1명이 

각각 원색의 반짝이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섰다. 

지역 축제라면 빠지지 않는 어르신 관객들을 겨냥한 

80년대 댄스곡에 맞춘 80년대 춤으로 시작했다. 

아니다 다를까, 어르신 몇몇이 일어나서 

음악에 맞춰 함께 흥겹게 춤추시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우리 가족은 지나쳐갔을 번잡함, 

하지만 또또도, 우리도 왠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웃는 얼굴도 아니었다. 왠지 숙제하는 기분으로, 

왠지 시험 족보를 얻으려는 듯 딱 버티며 지켜보았다. 

누가 보면, 우리 세 식구가 댄스 페스티벌의

심사위원인 줄 알았을지도... ㅋㅋㅋ 


"또또야, 누가 제일 잘 추는 거 같아?"

 

"음… 그냥 보기에는 저 초록색 아저씨."

 

"그지? 그지? 엄마도 저 아저씨만 보인다."

 

"아빠도 그런데…"


댄서 3명 중 우리 가족의 선택은 초록색 반짝이 

의상을 입고 웃음기 있는 얼굴로 춤추는 남자 댄서.


"근데, 또또야, 세 명이 똑같은 춤을 추는데,

왜 저 아저씨가 더 잘추는 거 같을까? 

그걸 알면 또또도 잘 출 수 있는 거 아닐까?

 

한 번 또또가 생각해봐 봐, 

저 아저씨의 춤은 옆에 두 사람과 뭐가 다른지…? "


여행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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