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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l 12. 2024

해묵은 갈등을 티키타카로!

27 [ KT : 판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편

광고회사에는 해묵은 갈등이 있다. 

바로 기획자 AE vs 제작자 Creator 간의 갈등. 

주니어든 시니어든 연차를 초월한 갈등.

사람 간의 갈등을 넘어 직종 간의 갈등. 


기획팀 막내 AE 사원 시절에 

제작팀 선배 디자이너 대리님에게 

"광고주가 이 자막 더 크게 키워달래요!" 

이 한 마디 하러 가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다. 

디자이너 선배가 노발대발할 거 같아서다. 

'절대 안 된다, 할 수가 없다, 해서도 안된다' 

곤욕을 치르고 얼굴 붉히기 일쑤다. 


당시에는 "아니 클라이언트 광고주가 해달라는데, 

대단한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해주면 되지, 왜 안 돼?"

이런 생각에 읍소하기도 하고, 대들기도 하고... 


하지만, 디자이너의 입장은 그렇다. 

학창 시절부터 디자인을 수년간 전공했고, 

광고회사에서 수십 편의 작품을 이미 작업했고, 

이 광고도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돌결과인데, 

그저 자기 제품만 머릿속에 있는 광고주가 

전체 디자인이나 소비자의 시선 상관없이 

자기 중요한 정보만 키우라고 하니 속 터지지...

근데 그걸 광고기획자라는 사람이 와서 

광고주말대로만 하라 하니 생각 없이 보일 수밖에...


그러니까, 이건 사람 탓도, 연차 탓도 아니다.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한 각자 노력의 산물이다.


결국 같은 광고주의 같은 목표를 갖고 있고, 

두 직종 모두 광고주와 소비자 사이에 있지만, 

광고기획자는 광고주의 비중이 높은 사람, 

광고제작자는 시청자의 비중이 높은 사람,

이 상대적 비중이 만들어낸 갈등인 것이다. 


이 갈등은 초기 큰 틀에서는 운신의 폭이라도 있지, 

마지막 디테일에서는 자질구레하지만 첨예하다. 

제품도 크게, 자막도 크게, 색깔도 쨍하게 넣어주세요 

vs 저걸 다 크게 할 공간도 없고, 눈길 끌 수 없어요.  

소비자가 눈치채기 힘들 만큼을 두고 예민해지는 건,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기 싫은 두 직종의 끈기 때문. 


이런 갈등이 업계에서는 지긋지긋한 고질병이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드라마,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들의 전문직 업무 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치 전문 직업 드라마처럼...


어느 업종마다 직종 간의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IT 업계에서 유명한 갈등은 '개발자 vs 디자이너' 


27 [ KT : 판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편

만든 이 : 제일기획/홍재승,이승준 CD/ 김해원 외 AE/
               유광굉 감독/ 모델 : 윤가이, 오동민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티키타카, 

어려운 걸 재미있게 풀었다. 


실제 업무 현장을 단순화했다. 

해묵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대립을 

티키타카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리처드 제가 보내준 파일 확인해 보셨어요?
배터리가 없네. 이거 어떻게 WORK 하는 거예요?
그건 개발팀이 알아서 하셔야죠.
사만다. 여기 전원버튼 하나 달게요.
안 돼요? 버튼을 왜 이렇게 많이 달아? 와이셔츠야?
디자인도 중요한데 우선 날아야겠죠?
드론은 예뻐야 나는 맛이 나죠? 버튼 없이 안 돼요?/ 
안 돼요/ 리처드 / 안 돼요/ 누구 좀 도와주세요.

KT 판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의 인프라와 지원으로
스타트업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KT

이성적, 현실적, 이과적인 개발자로, 

감성적, 이상적, 문과적인 디자이너로 단순화하여, 

두 사람 대립과 갈등을 쉽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빠른 대화를 주고받는 연기와 편집감이 한몫했다.

웃음기를 머금었지만 서로에게 날이 서있는 대사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수위를 맞추었다.

 

사실 일반 소비자와는 큰 관련도 없다, 

영상으로 저 갈등을 다 드러내기도 힘들다,

갈등이 KT라는 기업이미지에 크게 도움도 안 된다, 

그걸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풀고 있어서 영리하다. 


본업과 큰 관련 없는 기업 PR, 

어려운 걸 쉽게 풀었다. 


영상은 재미있게 봐도, 

무슨 기업의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광고가 되기 쉽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라는 것이 뭘 하는 곳인지, 

그게 KT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기 쉬운 소재다. 

그런데 그걸 기업 PR 소재로 택했다. 


어렵고 딱딱한 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도 새롭고, 풀어가는 방식도 재미있다. 


티키타카 와중에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생각지 못한 곳에서 꺼내 든다. 

우르르 젊은 '문제 해결자'들이 몰려 들어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답을 찾아낸다. 

이러니 솔루션도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 가능하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등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여러 스타트업들이 함께 해결합니다."같은 설명문을 

"리처드와 사만다의 갈등을 머리 맞대 해결했단다"

라는 드라마 시놉으로 바꿔버리는 영리함이 빛난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 답을 찾은 환호 속에서,

개발자가 디자이너를 굳이 찾아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걸 보셨는지...


사실 이 갈등의 묘미는 그래도 이거다. 

온갖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해결되면 그 사람,

나랑 같이 고민하고 싸우던 그 사람, 

그 애증의 사람을 찾아가서 좋아하는 것. 


광고 온에어되면 그 사람과 함께 소주 한 잔 하는 맛. 

그 맛이 있어서 하는 거다, 이 싸움도. 

그 맛이 있어야 가능한 거다. 이 싸움도. 

아무 애정이 없으면 아무도 이렇게 싸우지 않는다.


물론 연차가 쌓이면서 "자막 키워주세요"가 아니라 

"가독성을 높여봅시다"라는 스킬을 알게 되고, 

"안 돼요!"가 아니라 이런저런 시뮬을 비교하게 해서

최선이 이것임을 보여주는 스킬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대신, 해결되면 꼭 그 사람과 하이파이브하자. 

그러기 위해 꼭 반드시 열심히 싸우자!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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