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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봄 Jul 17. 2024

감히 표절이라 판단합니다.

29 [피알앤디컴퍼니 헤이딜러 : 깨고 살래요] 편

전편에서 똑같이 만들어서 칭찬받는 패러디, 

반면 똑같이 만들어서 큰일 나는 표절을 구분했다. 


사실, 인간적으로, 

어느 광고인이 똑같이 만들려고 작정하겠는가? 

'차별화'를 부르짖으며 광고는 같아도 된다고? 

그런 광고인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표절 논란은 매년 나오고 있다. 


광고계에서 표절이 나오는 이유로 생각하는 건,

'레퍼런스(Reference, 참고자료)' 존재 때문이다. 


광고는 실제 촬영하기 전에 

시안을 광고주에게 설명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유사한 기존 영상을 레퍼런스로 제시한다.  

물론 이 영상 중 이 부분만 보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즉, 색감만 보세요, 촬영기법만... 혹은 분위기만... 등 

영상 중 유사한 포인트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제작 과정을 거칠수록

레퍼런스 영상과 유사해지는 결과가 나오곤 한다. 

참고자료를 열심히 보다 보니 결과까지 닮아가는 것. 


물론, 백번 양보해도, 이건 핑계다. 

광고주 요구가 있었다고 해도, 이건 핑계다. 

광고인일수록 레퍼런스를 경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것만 보라고 이야기해 놓고 다른 것까지 참고하면 

베끼는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이게 표절이다. 

표절 : 다른 사람의 창작물의 일부나 전부를 도용,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 
패러디는 원전을 밝히고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오마쥬도 다른 창작자에 대하여 존경의 뜻을 담아
특정한 부분을 모방 표현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특히, 짧은 초수의 광고는 임팩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짧지만 인상적인 한 장면에서도 표절이 의심된다. 

그 초수 안에 원본을 재해석하기도 힘들거니와, 

다른 창작자에게 존경을 표할 목적과는 관계가 없다. 

그래서 똑같은 장면이란 표절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이번에도 이런 의심을 받는 광고가... 안타깝게도 있다. 


29 [피알앤디컴퍼니 헤이딜러:깨고 살래요] 편 

만든 이 : 제일기획/ 이현행 감독/ 모델 : 이정은 수지


첫인상은 완성도 높은 성공광고의 계보. 

하지만.... 


첫인상은 색다른 미장센과 색감, 귀에 꽂히는 BGM, 

천편일률에 대항하는 혁신적 메시지, 

새 모델 수지의 활용, 두 모델의 연기 연출,

모두 완성도가 높아서 인상적이었다. 

헤이딜러의 성공 광고 계보가 이어지는 듯 했다


감히 표절이라 판단함. 

첫인상에서 반전된 실망감이란... 


하지만, 광고업계 사람들의 커뮤니티 댓글 안에서 

영화 <Play Time>(자크타티 감독, 1965년작)의 

표절 논란을 확인했고, 유튜브로 찾아 비교해 본 후, 

감히 이 광고는 표절이다라고 판단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판단하실지...? 궁금한데, 

마침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 

유튜브로 잘 비교해둔 영상을 먼저 공유한다. 


여러분. 절대 밖을 보지 마세요.
주어진 틀에서만 사는 거예요. 얼마나 아늑해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적당해 보이는 것을
 선택해 사는 거예요.

싫은데.

우리에겐 생각보다 많은 선택권이 있어요.
중고차 새로고침, 헤이딜러.


비교해서 보시니까 어떠신지... 의견이 궁금하다. 


우선, 소비자들이 쉽게 알만한 원작을 비틀어서 

브랜드를 새롭게 드러내려 하기보다, 

잘 모르는 먼 과거 작품을 따라한 후 

브랜드 메시지만 얹은 느낌이라 사뭇 의도적이다. 


그리고, 미장센, 색감, BGM, 장면의 유사성이 짙고, 

근대 사회에 대한 표현의도도 유사하고, 

영상이 주는 지배적인 인상 또한 유사하다.

한 부분만 차용해서 활용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이 정도면, 패러디나 오마쥬를 갖다 댈 수도 없다. 

무성영화인지라 메시지가 다르다는 것도 어불성설. 

헤이딜러가 오마쥬 할만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원작을 비틀기보다 오히려 흐름을 따라가는 편.


헤이딜러가 그동안 영화 장르적 특성을 패러디했다면, 

이건 장르적 클리쉐가 아니라 한 감독의 작품이라서 

같은 선상에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보인다. 

오히려 그동안의 성공 광고마저 퇴색시켜 버릴 뿐. 


그러다 보니, 광고업계 커뮤니티에서도 

카피를 변형한 조롱성 댓글까지 보인다. 

"레퍼런스 속에서 가장 적당해 보이는 것을

선택해 <베끼는> 거예요. 얼마나 <편해요>" 같은... 

천편일률적인 관념을 깨고 살겠다는 메시지가 

표절 논란작에 붙다니... 아이러니하다. 

이런 의견들도 있더라. 


"화제도 안 되고 사라지는 수많은 광고들 속에서 

표절 이슈로라도 화제가 되면 좋은 거 아닌가?"

"어차피 사람들이 표절 논란 잘 알지도 못할 테고, 

안다고 하더라도 광고 집행 끝날 텐데, 뭐... "


안타깝다. 제발 광고인의 의견이 아니길 바란다.  

현실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표절 작업을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표절은 쉽게 말해 도둑질이다. 도적적 비난 외에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광고인도 본인의 창작, 저작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작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팽개치는 행위라서 자존감을 파는 일이다.


지금도 광고인들이 “남과 다른” 제작물을 고민한다. 

그런데 누구는 “남과 같은” 제작물을 고민한다?

헤이딜러 제작진도 전에는 같이 밤샘했을 우리 동료, 

과거 본인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아마 이런 작업 방식이 마음 편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러한 논란이 벌어져도, AP신문 광고평론에 실려도, 

헤이딜러나 제일기획의 해명이나 반박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TVCF 사이트에 제작진 이름도 안 올리고 있다 


바라건데, 이들이 다음 제작물 회의를 할 때, 

남의 레퍼런스를 찾는 아이데이션을 하지는 않았으면,

레퍼런스를 비트는 작업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이 방식이 헤이딜러 광고 패턴이라 말하지 않았으면,

이런 방식도 표절이 아닌 패러디라 우기지 않았으면,


우리 광고인이 창작이 힘들어도, 광고주가 요구해도, 

내 일에 대한 자존심 앞에 당당했으면... 

광고주든, 회사든, 팀장이든 누가 요청하더라도 

하기 싫은 건 안 할 자유, 

해서는 안 되는 건 거부할 의무는 

분명 내가 갖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본 광고의 인용이 불편하시다면,
누구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출처: tvc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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