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을 약 두 차례 갈아치우고 결국 줄 이어폰으로 돌아왔다.
감성이고 뭐고 일단 충전을 안 해도 된다는 편리함..
너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이어폰을 충전도 안 하고 꽂았는데 노래를 들을 수가 있지?
분명히 처음 블루투스 이어폰이 나왔을 때는 신기하면서도 ‘저 불편한 이어폰을 왜 끼냐’ 하다가 익숙해져서 이젠 줄 이어폰이 경이로워지다니.
아무튼 버스를 타고 가면서 요즘 주구장창 듣는 카더가든의 노래를 틀고 책을 펼쳤다.
책과 노래, 버스. 낭만.
그렇게 잘 가고 있다가 어느 순간 노이즈캔슬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주변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소음보다도 그냥 소리라고 말해야겠다.
그렇게 노래와 주변 소리를 같이 듣다 보니 한참 사춘기 때의 내가 생각났다.
싸이월드를 열심히 하던 그때, 내 모든 감성은 도토리 5개로 함께 BGM에 담았다.
500원에 감성을 다 담던 그때..
(뒤에는 6개로 바뀌고 좀 속상했어요.. 1000원 충전하면 노래 하나 밖에 못 사니까..)
일단 캐시 충전 자체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고심해서 골랐어야 했다.
그렇게 골랐던 노래들이 아마 윤미래, 원써겐..
그 어린 나이에 애절한 사랑노래들만 BGM으로 틀어뒀다지.
그러면서 내 몸(?) 자체에 BGM을 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꽤 오래 했다.
내 주변에 누군가가 온다면 내가 설정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향수 같은 그런 느낌으로다가.
‘내가 이런 감성을 가지고 내가 지금 이런 마음이야!’를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그러니까 지금 이어폰을 꽂아 노래를 들으면서 주변 소리가 다 들리니까 그냥 그때 생각이 났다.
내가 생각한 대로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가 섞였으려나.
그럼 진짜 소음이 될 것 같긴 하다.
특히나 내가 한참 EDM에 빠져있을 그 시절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