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아닙니다.
오늘 아침 나는 10시에 비비큐를 시켜 먹었다.
어젯밤부터 나에게 찾아온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랄까.
며칠 전 철분 부족으로 실패한 헌혈을 닭고기로 보충하면서 재시도하기 위함이랄까.
정확하게 어떤 메뉴가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적당히 만족스럽고 주로 맛있었던 비비큐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시켰다.
올리브와 치킨이 만나 기분이 좋아~
맛도 올리고 건강도 올리고 너무 행복해!
라는 비비큐 광고음악을 흥얼거리며.
나름 아침 일찍이었기에 첫 주문인지 다른 주문이 없어서 그런지 약 20분 만에 배달이 왔다.
혼자 닭을 시켜 먹은 건 (누룽지통닭 중독사태) 이후 처음이라 양념에 있는 닭다리와 후라이드에 있는 닭다리를 눈치도 안 보고 먹고 시작했다.
흠.
맛이 있지가 않았다.
속상했다. 많이. 많이.
비비큐가 아침이라서 그런가? 튀기다가 힘이 빠지셨나? 튀기시는 분이 점심 드시고 난 뒤쯤 시킬걸 그랬나 하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나이가 들어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불가역성.
혼란.
어떤 게 사실일지 정확한 판단을 내려줄 제삼자가 없으니 혼란스러웠다.
(왜 나는 혼자서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하는가.)
그러면서 얼마 전 누군가와 선물을 받았을 때 설렘,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들이 줄어들고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던 얘기가 생각났다.
부모님들도 종종 “아, 옛날만큼 ~~ 하지 않네.” 하는 소리를 하고는 하시는데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나는 아직 젊음에, 비비큐를 주문하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는 젊은이이고 싶은데 늙어가는 것일까.
아침에 먹었던 맛없는 비비큐로 시작된 오늘 하루의 혼란이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늙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