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읽으면 늘어져서 자버리기 일쑤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밖에 나간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뭔가 해낸 기분이 든다.
휴일에도 뭔가 꼭 해야 할 것 같은 강박.
그게 내가 지난 쉬는 기간 동안 책을 600권쯤 읽게 한 원동력이었다. 조금 덜 될지도 모르지만, 대충 그 정도.
그래서 그 강박이 밉지 않다.
쉬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푹 쉬지 못할 때가 있지만, 적어도 책을 읽다가 몸살이 난 적은 없으니까.
이 강박이 어디서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낸 긴장감 아닐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내고 성취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드는 분위기. 멈춰 서면 뒤처지는 것 같은 압박.
아휴.
내가 사회비판을 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사실은, 끌려가고 싶지 않은데도 자석처럼 귀가 빨려 들어가는 타인의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 내 뒤에서는 정치 이야기가 한창이다.
오늘 오전에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판결이 나와서 그런지, 꽤 격한 분위기다.
요즘처럼 조기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시기엔 어디서든 흔히 나올 수 있는 주제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치 이야기는 귀를 닫으려 해도 닫히지 않는다.
나랑 성향이 정반대인 쪽이면 기분이 뒤숭숭해지고, 같은 편이면 가서 엄지척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특히 지금 내 뒤는 2대2 대치 상황이다. 한쪽은 아들과 엄마, 다른 쪽은 아들과 아빠. (아들이 둘인 집이다)
전자는 파랗게, 후자는 빨갛게 대화 중이다. 파란 쪽은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의 지역성 때문인지 옅은 파랑, 빨간 쪽은 꽤 강경하다.
그래도 다행히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제3당 이야기도 슬쩍 나왔다.
다행히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 가족의 목소리는 멀어졌다.
극히 사적인 대화였다면 애초에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치 말고도 내 귀가 자석처럼 끌리는 대화 주제가 또 뭘까 궁금해졌다.
연예계? 전혀 관심 없다.
연예인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없었고 이상하게 그 점이 내 자랑거리 중에 하나였다.
주식? 예전에 아주머니 두 분이 종목을 조곤조곤 얘기하던 걸 듣고는 살짝 혹했었다. 하지만 나는 워낙 의심 많은 성격이라 따라 사지 않았다. 샀다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회사에서 추천받아 샀던 종목은 손해를 봤다. 그때 의심을 했어야 했다.
또 뭐가 있을까.
사이비 종교?
나는 사이비 종교를 극도로 싫어해서, 길에서 전도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대화를 걸고 싶어진다.
“진심으로 믿으세요?” 혹은 “정신 차리세요!” 같은 말을 던져보고 싶어 진달까.
예전에 한 번은 카페에 앉아있다 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 음료를 사주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끌려갈 정도면 얼마나 순하고 여린 사람이겠나.
정말 착해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안타까웠다. 지금 같으면 그 사이에 끼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분노만 삭이다가 결국 소심하게 째려보고 나온 게 다였다.
이렇게 가끔 카페에서는 아주 순식간에 내 집중력을 잡아끄는 주제들이 등장한다.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그렇다고 내가 엿들으며 그 쾌감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그렇듯, 귀가 쫑긋해지는 대화에 반응했을 뿐이다.
…너무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은 것 같지만.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지.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