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하얗고 조그만 꽃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있는지도 몰랐던 꽃집을
하얗고 조그만 4,000원짜리 꽃화분을 보고 알아챘다.
대단한 존재감.
어떤 꽃인지도 모른 채 나는 그 꽃을 사무실에서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꽃값 4,000원을 지불하고 나서야 이게 무슨 꽃이냐고 물었다.
안개꽃이었다.
마르지 않고 흙에 뿌리내려 숨 쉬고 있는 안개꽃을 오래오래 길러보고 싶었다.
식물 기르는 걸 잘 못하는 내가 매일매일 안개꽃을 들여다본다.
출근해서 안개꽃에 물을 주며
‘아직’ 살아있다! 하고 기뻐하는데
안개꽃이 그 말을 들으면 속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가 나에게 ’ 너 아직도 살아있네!’하고 진심으로 기뻐해주면 나는 어떤 감정이 들까.
어쨌든 지구상 모든 생물의 결론이 죽음이라
모두 ‘아직’ 살아있는 것은 맞지만,
굳이 이 일상에 끝을 바라보며 아직 생존한 것에 대해 기뻐할 필요는 없지.
내일부터는 안개꽃한테도 다른 인사를 해야겠다.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