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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May 03. 2024

집 앞 산책이 이런 거였군요!

원래 오늘 재판일이었다. 그런데 가해자 쪽에서 5.24. 일자로 재판을 미루었고 나는 그 엄청난 긴장감을 안고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진이 빠졌다.


솔직히 너무 불안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지난 며칠을 너무 긴장 속에 살아와서 더 힘이 다 빠졌다.


아무튼 오늘 아침 내가 새롭게 느낀 행복감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스토킹 가해자와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신축 아파트라 너무 이사가 오고 싶었고 가해자에게 집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사 온 지 3개월 동안 숨겼으나 어찌어찌 집을 들켰다.


그래서 강아지 산책을 하다가 그를 마주칠까 강아지 이름을 크게 부르지도, 약속에 갔다가 늦게 돌아올 때면 얼굴을 숙이고 다니고, 항상 좌우 앞뒤를 살피며 아파트 단지를 긴장하며 다녔다.


집에서도 갑자기 벨이 울리면 혹시 그 사람일까 두려웠다.

가족들만 집에 있을 때 찾아와 협박,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빠와 강아지랑 산책을 나오는데 평소와 다른 편안함, 그리고 즐거움을 느꼈다.


그의 명확한 소재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구치소.


재판이 미뤄진 덕에 오늘 아침 이사 오고 난 뒤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길 가에 풀도 예뻐 보이고 지나가는 강아지들도 너무 귀엽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강아지 이름을 크게 외칠 수도 있어서 강아지가 다른 곳으로 가면 돌아오게 만들 수 있었다.


이게 일상이구나, 이게 그냥 산책이었구나를 느끼며 지난날 내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느꼈다.


재판이 미뤄진 것에 대해 원망만 하고 불안만 하다 이런 평화를 느끼니 오히려 감사하달까..


이런 경험으로 주변이 아름다웠던 걸 깨달을 수 있음에도 감사해야 할까..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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