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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May 04. 2024

칫솔과 동생, 그리고 나

이닦다가 갑자기 거울에 비친 본인이 맘에 들면 다들 사진찍으시죠?

부산 집에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번? 내려오고 있다.


내가 근 30년을 살던 집이니, 내가 입을 옷만 딱 챙겨서 내려온다.


당연하게 생필품은 내가 쓰던 것도 있을 것이고 없어도 내가 우리 집 대빵이니* 새 걸 써도 두려울 게 없다.

* 성질이 제일 더러워서 대빵입니다.


그리고 내가 쓰던 물건이 완전히 치워지면 속상할 텐데 그렇지도 않고 사실 치워졌는지 눈치도 못 채긴 할 것 같다.


아무튼 여행이나 타지에 갈 때 꼭 필요한 생필품 중 하나인 칫솔에 대해서 얘기를 짧게 하려고 한다.


솔직히 한 달 만에 집에 오는데 내가 전에 어떤 색의 칫솔을 썼던가 기억이 날 리가 만무하다.


아닌가요?


물론 가정이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암묵적으로 사용하는 칫솔의 색깔은 정해져 있긴 하다.


아빠는 파란색. 엄마는 보라색. 나는 초록색. 동생은 분홍색.


대충 이런 식인데 언젠가 항상 분홍색, 예쁜 색을 쓰게 되는 동생이 못 마땅하여 색을 한번 엎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내가 초록색인지 분홍색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거기다가 가끔 칫솔세트에 노란색이 들어간다. 그러면 내 칫솔은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 중 하나라는 뜻인데 칫솔꽂이에 꽂혀있는 칫솔은 2가지이다.


예를 들면 노란색과 분홍색.


음. 그럼 고민을 약 3초간 한다.


그러고 그냥 당기는 걸 쓴다.


그럼 동생 거인 경우가 지금까지 100%였다.


지난번에 왔을 때 나름 머리를 쓰고 써서 칫솔모가 화알짝 펼쳐진 초록색 칫솔을 썼었다.

(내가 칫솔질을 험하게 해서 주로 우리 집 칫솔 중에 가장 활짝 핀 칫솔은 내 것이었다.)


하지만 귀가해서 이를 닦으려는 동생에게 들켰고 들켰던 이유는.. 칫솔에 나의 흔적이..(더러우니 더 이상의 묘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알고 보니 내가 없는 사이 동생이 이를 열심히 닦아서 칫솔이 활짝 펴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동생은 승질에 승질을 내고 나에게 새 칫솔과 색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제. 이를 닦는데 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분홍색 칫솔을 썼다.


그래, 지난번에 왔을 때, 나보고 분홍색을 쓰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틀렸다.


나는 동생의 칫솔을 썼던 것이다.


새벽 2시에 귀가한 동생이 잠들어있는 나에게 뭐라 뭐라 짜증을 냈는데


“언니야 내 칫솔 썼제. 아 더럽다이가.”


와라랄랄라라랄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그 사실을 고새 아빠한테 일러바쳤는지 아침에 눈을 떠서(조금 전) 뒹굴거리고 있는데 아빠가 나보고 칫솔을 깨끗하게 쓰라고 하셨다.


흡..


아무튼 한 달에 한번 오는데 어떻게 칫솔 색을 기억할까..


매직으로 써놓고 갈까..


그리고 그렇게 더럽게 이를 닦지 않는데 왜 뭘 보고 나한테 그러는 걸까?


느낌적인 느낌인 것인가?

주절주절

회사에서 이 닦다가 갑자기 내가 맘에 들었을때, 약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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