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알리는 건 아니구요
생일이 다가옴을 느꼈을 때부터 이 주제로 글을 써봐야지 했다.
어릴 때부터 생일이 싫었다.
사실 생일만 싫은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한해의 마지막 날, 새해 첫날 같은 특별한 날들이 싫었다.
정말 행복해야만 할 것 같고,
남들보다 행복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행하게 느껴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그런 특별한 날들이 오기 며칠 전부터 긴장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생일이 되면 매점에서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과자상자를 선물로 주는 문화가 있었다.
매점에 가서
아줌마~ 만 원짜리 과자상자 주세요~
5천 원짜리 과자상자 주세요~
하면 매점 아주머니가 그렇게 담아주신다.
생일날이 되면 이 과자상자를 받지 못하고 집에 가게 될까 봐 불안했다.
하지만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두어서(?) 매년 과자상자를 집에 들고 갈 수 있었다.
(자랑입니다.)
돌이켜보면 실망한 특별한 날들이 없는데 괜히 나는 특별한 날이 특별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매년 돌아오는 365일 중에 하루일 뿐인데 크게 의미 없이 보내도 되는데 말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해 오다 나 말고도 특별한 날을 싫어한다는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보였다.
음. 역시 사람 생각은 비슷하다 싶더라.
그네들의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대충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은 친한 언니랑 생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언니는 생일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생일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한테 ‘생일을 좋아하세요?’하고 물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 언니는 나의 롤모델 같은 사람이었는데 생일까지 좋아한다고 하니 더 빛나보였다.
(언니의 우상화)
자존감이 정말 높아 보인다고나 할까.
굳이 나도 싫!어!하지는 말자는 생각은 들었다.
아무튼 그래도 요 근래는 특별한 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많이 줄었다.
대충 특별한 날들을 30번을 보내서 그런가 행복하든 뭘 하든 그냥 하루로 여기려고 한다.
요즘 나는 특별하지 않은 하루도 행복할 때가 많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날이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특별한 날 꼭 특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좋은 날씨에 태어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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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