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아침이다.
사실 어제도 기분이 좋았고 그제도 기분 좋았던 것 같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사소한 것들이다.
샤워기를 틀고 온몸에 맞는 물의 온도를 너무 잘 맞췄다던지,
샤워하고 나와서 새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적당히 빳빳해서 빡빡 닦는데 시원하다던지,
아침에 폰을 딱 보는데 기분 좋은 메시지가 와있다던지,
화장실을 갔다 나왔는데 너무 상쾌하다던지,
우리 집 고양이 카뮈가 아침밥을 맛있게 먹는다던지,
길을 나섰는데 온몸에 닿는 바람이 너무 살랑거린다던지,
편의점을 들어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빵이 있다던지,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던지,
이어폰을 꽂았는데 첫 곡이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던지,
길을 걷는데 초등학교 담벼락에 핀 개나리가 유달시리 노랗다던지,
머리 위 나무가 한들한들 흔들려 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 않고 배길 수 없다던지,
주말에 베란다에 나가 앉았는데 햇빛과 바람의 조화가 환상적이라던지,
읽던 책이 너무 재밌어서 자기 전에 잠 오는 게 아쉬웠는데 계속 읽을 수 있다던지,
읽을 책이 떨어졌는데 책 택배가 딱 도착했다던지,
내가 좋아하는 금목서 냄새가 길을 걷는데 난다던지,
지나가는 사람이 뿌린 향수에서 추억이 생각난다던지,
먹고 싶은 메뉴가 딱 떠오르고 그걸 먹으러 간다던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떠있는 조각달이 예쁘다던지,
동생에게 영상통화가 왔는데 가족들이 다 모여서 웃고 있다던지.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 행복해진다.
어릴 땐 행복을 잘 모르곤 했다.
그냥 ‘아 좋다~’를 입 밖으로 내뱉으며 좋음만 느꼈는데 그게 어느새 행복이라는 걸 눈치채고 난 뒤로 난 행복하기 쉬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물론 득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행복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힘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다.
그렇지만 행복한 순간 그걸 인지할 수 있다는 건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는 사실 카페로 들고나갈 가볍고 즐거운 에세이 책이 없어서 조금 속상했다.
하지만 내가 쓰면 되는 것이었다!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행복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떠올려 표현이 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언젠가 꼭 행복한 글을 써서 행복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손에 잡히는 책을 만들어내길 이 행복과 함께 소망해본다.
오늘 하루 행복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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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