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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May 27. 2024

출근길, 전철에서의 단상들

단상 :  (명사)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1. 부산에서는 무조건 지하철이라고 불렀는데 수도권에서는 지상으로 많이 다녀서 지하철이라고 하는 게 민망하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할 때 친구가 어디냐고 물으면 ’ 지하철!‘했다가 촌스러워 보일까 봐 ’ 전철? 지상철?‘이라고 말하곤 한다. 사람들이 지상철이라고 하는 걸 들어본 적은 없는데.


수도권 토박이 또는 전문가분들은 그냥 전철로 부르나요?


2. 아침에 전철을 타서 책을 주로 읽는 편이다. 하지만 두 정거장을 제외하고 환승 없이 한 시간 이상 하나의 전철을 타고 가기 때문에 중간쯤 지나면 어김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헤드뱅잉을 하곤 한다. 다른 사람 어깨 부근에 위치한 내 머리를 느꼈을 때 그 뻘쭘함과 미안함. 여전히 잠들어 있는 척을 하며 머리를 반대방향으로 한번 떨궈준다. 바로 깰 순 없으니 좀 더 잠든 척을 하다 잠이 다시 든다.


가끔 밤에 전철을 타면 술에 취한 사람들의 머리가 내 쪽으로 올 때가 있는데 끔찍이도 싫어 모르는 척 어깨빵을 날리기도 한다. 꽤 아플 텐데 술로 마비가 되어 그런지 잘도 잔다. 요즘은 내가 타인의 어깨를 의도치 않게 빌릴 때도 있기 때문에 조금 반성하기도 하고 또, 내 머리를 치지 않는 좋은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거의 없는 인류애를 조금 쌓아보려 노력한다.


3. 오늘 아침 앉을자리가 없어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 창밖에 초록초록한 기운이 느껴져 창밖을 보니 논인지 밭인 지 어쨌든 흙과 풀들로 이루어진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는 산도 보였다.

다른 사람들도 아침에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기분 좋을 텐데 내가 서있는 자리 앞 세분은 일단 주무시고 계신다.


깨워서 ‘창 밖을 좀 보세요!! 어제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오늘은 화창해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4. 갓 수도권에서 출근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환승하기 위해 뛰는 것을 보고 나는 그리 급하지 않지만 같이 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이 ‘레밍’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 주체적인 속도로 환승한다.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조금 뛴다고나 할까.


5. 서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앉은 사람과의 시선처리가 어려울 때가 있다. 나는 책을 보거나 폰을 보는데 앉은 사람은 내가 본인을 본다고 의식하는 느낌이 든다. 그럼 책이나 폰으로 그 사람을 가려준다. (나로부터). 상대방이 본인을 의식한다는 것을 느끼는 건 내가 그 사람을 초점 이 외의 부분으로 보게 된다는 거 같은데 그게 느껴지나. 아니 내가 먼저 보지는 않는다. 단지 그 사람이 내릴 거 같다거나 나를 의식하면 초점 이외의 부분으로 보게 될 뿐이다. 시선처리 어렵다.


6. 지하철에서 물건 파시는 분들. 어릴 때부터 괜히 나는 이 분들을 존경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지하철에서 방송으로 물건파는 사람 내리라고 대놓고 저격을 받으면 꽤 아플 것 같은데 그럼에도 웃으시면서 내리시거나 꿋꿋하게 마지막으로 물건을 팔고 내리시거나.

그냥 둘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살 사람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아닐까?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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