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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항녀 May 26. 2024

내복 입고 뛰어노는 아이

꽤나 말썽꾸러기였다요(?)

어제, 날이 좋아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벤치에 널브러져 누워있었다.


바람이 불면 조금 쌀쌀하고 햇빛이 비치면 따땃했던 날씨.


그렇게 누워있는 그 순간이 행복해서 잠시 일어나 타이머를 맞추고 내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 그 행복이 가식으로 느껴질 것 같아 참았다.


그렇게 누워서 조금의 새소리와 잡소리(?)를 듣고 있는데 근처에서 선명한 아이들 소리가 났다.


어린 오빠가 더 어린 동생에게 무언가를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듯한 소리였다.


궁금해서 쳐다보니 킥보드(요즘 아기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원색의 자그마한 씽씽이였는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발을 이렇게 굴리고 바닥을 차고 어쩌고 저쩌고”


오빠가 이렇게 말하면서 본인이 더 타고 싶어서 타는 법을 알려주는 척하는 듯한 느낌.


동생한테 게임을 알려준답시고 컴퓨터를 빼앗아서 게임을 하던 내 모습 같달까.


엄마가 컴퓨터 이용시간을 한 시간으로 딱 정해놓아서 ‘크레이지 아케이드’에 빠져있던 나는 동생을 핑계로 키보드를 더 붙잡고 있었다.

9살 정도였으려나.


아무튼 더 어린 여동생은 킥보드 탄 오빠 뒤를 뛰어서 따라오며 당찬 목소리로


”알겠어 오빠, 알겠다고! “


하면서 킥보드를 되찾으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눈에 띄는 어린 오빠의 옷차림.


온통 별이 그려진 내복.


요 근래 아이들을 볼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이들이 내복만 입고 외출을 잘 안 해서 그런 건지 눈에 확 띄었다.


나 어릴 땐 남자애들은 온통 파란색에 로봇 만화영화가 그려진 내복, 여자애들은 온통 분홍색에 공주 만화영화가 그려진 내복을 다들 입었었는데.

그러면서 내복을 입고 집에서 쫓겨나본 추억이 떠올랐다.


내가 무언가 못된 짓(?)을 하고 내복차림으로 쫓겨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기억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장면인데,

(저는 적절한 훈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홍색 내복을 입고 엉엉 울면서 대문 손잡이를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엄마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흐릿하지만 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저 아이는 엄마한테 쫓겨난 것도 아닐 텐데 내복을 입고 놀러 나왔네. 쟤네 엄마는 내복 입고 놀러 나간다는 아이의 고집을 못 꺾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의식의 흐름이었다.


뭐 그 순간 옛 생각도 하고 행복도 하고 귀여움도 느꼈으니 글로 남겨본다.


P.S. 바르게(?) 자라게 잘 길러주신 엄마, 아빠한테 감사!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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