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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친절한데 집에서는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

by 북싸커 Jan 20. 2025

며칠 전 퇴근하던 중 한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러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딸, 엄마, 아빠 3명의 가족이었는데

우연치 않게 같은 방향으로 2~3분간 걸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딸이 엄마에게 심한 짜증을 내었습니다.

'내가 지도 좀 보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들어!'

딸은 짜증을 내고 잠시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엄마는 당황스러워보였지만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 말도 안하고 길을 걸어갔습니다.

지켜보던 아빠 역시 아무말도 안하셨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가족이었습니다.

과연 딸은 원래 짜증이 많고 날카로운 성격인걸까?

가족끼리 관계가 원래 좋지 않은걸까?

왜 저렇게 짜증이 나있는걸까?






그러던 중 버지니아 사티어의 의사소통 유형이

떠올랐습니다.

'가족 치료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심리학계의 거장인 사티어입니다.

사티어는 의사소통을 할 때 나, 상대방, 상황

3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사람이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셋 중 하나라도 고려하지 못한다면

역기능적인 의사소통이라고 말했죠.






딸과 엄마의 대화를 보며 처음엔 딸이

자신과 상황만을 고려하는

'비난형 의사소통'인가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존중받지 못함에 대한 분노가 큰

비난형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제가 볼 땐 '회피형 의사소통'이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회피형 의사소통 유형은 자신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과 상황만을 고려하는 유형입니다.

아마 사회에서 딸의 모습은 회피형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가 본 상황에서 딸은 엄마에게 가볍게 웃으며

'엄마는 매번 길을 헷갈리더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상견례나 면접 같이 급한 상황이 아니었고

가족끼리 외식이었기 때문에

심한 짜증을 낼 필요가 전혀 없었죠.






여기서 회피형 의사소통 유형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2정도의 짜증을 5~6의 강도로 표현했다는 것은

평소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본 경험이 적다는 것입니다.

아마 엄마와 답답한 일이 있었어도

꾹꾹 눌러 참았을 가능성이 높겠죠.

평소에 감정을 꾹꾹 눌러 참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 객관적으로 어느정도이고

어떤 감정인지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입니다.







자신이 짜증이 난건지, 서운한건지, 화가 난건지

슬픈건지 제대로 모르는 것이죠.

억압된 감정들이 표현하기 쉬운 화, 짜증으로만

표현되는 것입니다.






유독 밖에서는 친절하고 가정에선 분노를

쉽게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회피형 의사소통 유형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과 상황만을

신경쓰기 때문에

회사나 친구관계에서 'YES맨'일 확률이 높습니다.

'난 괜찮아', '다 좋아'라고 이야기하며

불편해질만한 상황을 회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을 어떤 모습이 되었던

표출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꾹꾹 눌러참으면 두통, 복통과 같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인

가족, 연인에게 분노로 표현되겠죠.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는 이유는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거절해서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난 짜장면 먹고 싶은데 얘는 싫어하겠지?'

'지금 너무 바쁜데 업무거절하면 평가 안좋게 받겠지?'

끊임없이 타인을 의식하고 불안해합니다.







이런 불안이 발생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중요한 타인에게 겪은

'조건적 수용'때문입니다.

부모나 교사와 같이 중요한 타인에게

있는 그대로 존중받은 것이 아니라

'공부를 더 잘해야 된다'

'부모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다'와 같이

'조건'이 부여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인 것이죠.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쳐

'내가 거절하면 이 사람은 날 싫어할거야. 절대 안돼'와 같은

고정되고 경직된 사고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경직된 사고로 인해

불안을 느끼게 되고

불안으로 인해 'YES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내가 어떤 감정이고,

짜증이 어느정도 났는지,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이 생긴 것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죠.

또한 조금씩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거절'을 연습하는 것이죠.






거절을 연습하기 가장 좋은 곳은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에 가셔서 껌이나 사탕 같이

작은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은 후

'아 죄송해요. 그냥 다음에 올게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지만

거절 자체가 어려운 사람은

이런 행동도 쉽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거절 경험이죠.







작은 거절 경험을 조금씩 쌓는다면

'내가 거절해도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구나'라는

새로운 신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신념을 통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될 것이고

내면의 불안이 조금씩 사라지겠죠.

불안을 조금씩 없애간다면

길을 잘 못찾고 헤메는 부모님을 보더라도

'우리 엄마, 아빠는 나 없으면 어떡할거야'라고

웃고 장난치며 길을 찾아주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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