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해서 그렇지 하면 또 기가 막히게 한다'
주변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제 주변엔 바로 제가 저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20대 중반까지도 저는 맘만 먹으면
뭐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습니다.
고등학교 때 기대했던 대학을 가지 못했을 때도,
대학 시절 학점을 망했을 때도,
저 말을 하며 합리화를 했습니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며
괜찮은 사람인 마냥 살아갔습니다.
졸업 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내며
'역시 내가 하면 하지'라는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며
졸업 이후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업 후 삶은 고달팠습니다.
자질구레한 실수에 계속해서 혼이 났고
혼나다보니 긴장이 심해져서
실수가 잦아지고 혼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심지어 역류성 식도염에 편두통까지
생기며 몸도 마음도 고생이 많았죠.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퇴사 이후 1달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고
현재는 건강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내가 맘만 먹으면 잘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저는
왜 취업 이후 저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갔을까요?
얼핏보면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한가지 있습니다.
'실제로 이룬 성취가 없다'
어린 시절 이룬 작은 성취야 있을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특별한 성과 없이
그저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런 말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50정도 밖에 안되는데
70~80,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은 삶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든든한 지지와
학교에서 적당히 인기 있고 중, 상위권 수준의
성적을 받으며
'온실 속의 화초'로 삶을 살아간 것이죠.
큰 성공도, 실패도 없다보니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개념이 딱히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무너질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 생활은 전혀 다릅니다.
'남의 돈 벌어먹는 것이 쉽지 않아'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른 삶이죠.
사회에 찌든다는 표현이 정말 와닿습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신이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자존감이 무너져내리죠.
아니 사실 제대로 된 자존감은 형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지적에 쉽게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심리학자인 융은 '그림자'라는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인간의 추악하고 좋지 않은 본능에 가까운 성향을
'그림자'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융은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고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마저도 자신이라고 인정하고 수용해야
성숙한 인격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맘먹으면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상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먹는다'라는
조건을 걸며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신의 약점까지도 수용하고
강점, 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노력해도 안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저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세우기보다는 큰 체크리스트
몇개를 설정한 후 시간에 맞게
적절하게 계획을 진행하는 성향이 더 맞습니다.
만약 제가 여전히
'내가 맘만 먹으면 시간대별로 철저하게
계획 세워서 일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까지도 업무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의 약점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점보다는 저의 즉흥적이고 빠르게 일처리하는
능력을 최대한 살려 업무를 진행하고 있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 큰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10대, 20대 분들은 자신이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적어지고 내 고집, 생각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만들어진 자기, 자존감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한 자존감이 아닌
아집, 고집, 꼰대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큰 고난을 만나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한번쯤은 멈춰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내 약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간다면
융이 말한 것처럼
그림자를 수용하며 성숙해지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