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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Dec 22. 2023

노부부가 시골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가장 행복한 날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다.

사람들은 대개 시골에서 살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갑갑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서울에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귀농귀촌을 고민하면서 영화관,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가득한 곳에서 생활하다가 시골로 간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정작 서울에서 매일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삶을 살면서 그게 갑갑한 삶이라는 걸 몰랐으면서 말이죠. 자극적인 즐거움만 추구하다 보니 일상생활 속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강원도 영월로 귀농귀촌 해서도 매일 "농사-택배-업무"를 반복하며 살았기 때문에 행복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스위스 농촌에 가서야 비로소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죠.


스위스 농촌에서 60대 노부부가 사는 젖소 농장에서 짧게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었어요. 노부부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남편은 신문을 보고 아내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를 해요. 그러다가 정원을 가꾸거나 젖소를 돌보며 하루를 보내는 거죠. 정원에서 수확한 베리들로 잼을 만들기도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한 잔 마시기도 해요. 또 방목한 젖소들이 잘 있는지 트랙터를 몰고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너무 더울 때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며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기도 해요. 그러다 저녁이 되면 포도나무 그늘 아래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하면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상들을 공유해요. "옆집 할머니가 도로 표지판 밑에 화분을 설치했는데 꽃이 자라서 표지판 내용이 보이지 않았어"라는 이야기나 "저쪽에 새로 심은 허브를 벌레들이 다 갉아먹어버렸어"와 같은 소소한 일상들을 나누면서 말이에요.


특히 노부부는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저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다가 말문이 막히면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찾아와 검색을 해서 보여줘요. 그리고 더 이상 핸드폰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전원을 끄고 다시 서랍 속에 넣어요. 핸드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한 저와 달리 노부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아닌 거예요. 그들에게는 서로 대화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욱 중요한 것이더라고요.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웃음이 가득한 생활을 하는 노부부의 모습들이 행복해 보였어요. 저는 주변에 소음이 가득한 삶을 살아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며 즐거움을 찾았었거든요.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일상들이 행복하다는 걸 놓쳤던 거죠.


사실 이 젖소 농장은 시골 마을에 위치해 있어요. 마트까지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죠. 노부부는 주로 집에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일상은 잔잔하게 흘러갔어요. 이런 환경에서 노부부에게는 평온한 일상이 당연한 일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온 것 같아요. 매일 정원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고민하거나 작년보다 올해 수확량이 적은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말이죠.


그래도 노부부는 3명의 아들들이 어랠 때 집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해요. 그중 하나가 바로 IFYE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었어요. IFYE를 통해서 다른 나라의 농촌에서 지내는 청년들을 집으로 초대했죠. 외국 친구들 함께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시켜 주었어요. 그 경험이 노부부에게도 특별했다고 해요. 그래서 자식들이 독립하고 떠난 지금까지도 IFYE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IFYE 친구들이 오면 알지 못했던 세상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잔잔한 일상 속에서 즐거운 이벤트를 만들며 살아가는 거예요.


시골에서 살다 보면 IFYE와 같은 기회 말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어요. 이 노부부가 운영하는 젖소 농장은 마을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데요. 젖소는 노부부가 키우지만 먹이는 동네 사람들이 풀을 재배해 만들어 줘요. 마을 사람들과 젖소를 방목하는 들판도 공유하며, 판매된 우유의 일부 수익금을 받아가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렇게 함께 노력해 노부부는 더 많은 젖소들을 키울 수 있게 됐었어요. 실제로 스위스에서는 평균적으로 40에서 45마리 정도 젖소를 키우는데, 이 농장에는 78마리의 젖소를 키우거든요.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돈을 벌며 즐겁게 소통해요. 함께 젖소를 잘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며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죠.


시골에 살면서 마음이 맞는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에요. 만나서 저녁을 함께 먹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그 자체로 즐겁거든요. 서울에서 지낼 때처럼 늦게까지 돌아다니며 놀 수는 없지만 밤에 함께 별을 보고 사진을 찍는 등의 경험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시골에서는 은하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메밀밭에 핀 붉은 꽃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자극적인 것들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났을 뿐인데 별거 아닌 일들이 신기하게도 재밌더라고요. 맑은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을에 붉게 물들어 가는 봉래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말이죠.


또 시골에서는 동네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들도 참 많아요. 지역 축제며 동네잔치가 끊이질 않거든요. 초복이나 동지 같은 날이나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곤 해요. 이런 재미도 아주 쏠쏠해요.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토종 다래나 꿀, 산초 기름, 오가피 식초와 같은 건강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많거든요. 그래서 SNS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전시회를 방문하지 않아도 시골에서 행복한 추억들을 쌓으며 살 수 있어요. 친구네 집이 맛집이고 눈앞에 펼쳐진 자연경관이 작품이거든요.


시골에서의 삶이 도시에서 바라보는 만큼 어렵거나 힘들지만은 않아요. 시골은 물리적인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 사이의 거리를 두고 살아가니까요.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 보세요. 함께 읽으면 일상 속에서 조금 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https://brunch.co.kr/@agricoz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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