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 공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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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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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발전의 병목이 되고 있었던 수도권 국제공항, 즉 김포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두환 대통령 정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1984년 대한민국의 수도권신공항을 충북 청주로 입지를 정하고 부지 보상에 들어가 있던 때였다.

1986년 박 국장은 동북아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전략의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미래도시 송도정보화신도시 건설과 이 미래도시를 세계와 24시간 연결하는 국제 HUB공항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동북아를 3시간 40분대에 주파하는 SST(Super Sonic Transportation 극초음속 여객기)가 NASA에서 개발되었다는 정보를 접하고 이것은 멀지 않은 미래 국제 HUB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왜냐하면 이 초음속 여객기가 상업취항을 하기 위해서는 여객과 물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점적(point to point) 노선 시스템으로는 타당성이 낮다. 왜냐하면 빠르다고 운행간격을 벌리면 다음 비행기를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빨리 가는 이점이 없어진다. 그래서 자주 다니게 되면 한국에서 뉴욕으로 가는 승객이 부족하게 되고 비행기를 채울 수 없으면 채산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된다.

즉, 한 도시는 물론 한 국가만의 여객과 물류 수요로는 이 빠른 비행기를 채울 수가 없기 때문에 항공기 운행 간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비싼 초음속 항공기를 타는 이점이 줄어들게 될 터였다.

다시 말해서 이 초음속 여객기는 “빨리”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서비스임을 간파한다.

“빨리+자주”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기지 않는 여객/물류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극초음속 항공기로써의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끊기지 않는 여객(물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도시는 고사하고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노선이라야 타당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주대륙과 동북아시아, 유럽과 동북아시아 등을 연결하는 노선이라야 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승객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국제허브의 가능성이 보였다.


이것은 기회였다.

한편 위기였다.

만일 이 새로운 허브를 우리가 차지하지 못한다면?

이 초음속 항공기 노선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다른 HUB공항을 이용해야 하고 셔틀형의 환승노선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한다.

허브(HUB)가 아닌 스포크(SPOKE)의 위치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것도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세월 동안, 마치 산업혁명의 변방에서 후진국으로 살아야 했던 것처럼.

따라서 이 극초음속 국제 운송시스템이 대세가 되면 HUB의 의미는 크게 달라질 것이고 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심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선점”의 효과는 경쟁에서의 성공을 크게 좌우할 것이었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개항하고 자연스럽게 동북아시아에서 환승 영역을 넓혀가자 초음속 항공기가 상용화되기도 전에 일본의 JAL이 경영위기를 겪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이것이 HUB의 위력이다.

‘빠름’과 함께 ‘자주’가 실현된 초음속 항공기는 미래의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인천이 동북아의 HUB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동북아에 있는 인접 국가 간에는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셔틀 비행기 노선 체제로 운영되게 된다.

즉, 미주대륙에서 탄 승객은 3시간 40분 후 동북아시아권의 HUB인 인천으로 와서 인천-일본, 인천-중국,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셔틀 운행하는 비행기로 환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초음속 여객기 시대에 나타나게 될 HUB 개념이다.

이 HUB는 기존의 환승공항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제, 사회질서를 재편할 수도 있는 강력한 개념의 HUB였다.


한편으로 당시의 실제상황은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동북아의 잠룡들이 이미 물밑에서 치열한 미래의 HUB 선점 경쟁을 하고 있고 그것이 해상공항 건설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즉, 일본은 간사이신공항 건설, 홍콩은 첵랍콕신공항 건설, 중국은 푸동신공항 건설, 싱가포르는 창이공항 확장을 거의 같은 시기에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다를 매립하여 신공항을 입지 시킨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HUB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야 하고 항공기 기술과 수요변화에 따른 공항의 확장 등 변신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게도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는 새로운 국제적 추세를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수도권신공항을 중부내륙 깊숙한 청주지역에 입지를 정해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동향 파악도 국가적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경직된 정치적 목표만이 있었다.

내륙 깊숙이 위치한 청주공항은 국제 HUB는 고사하고 국제공항 간 경쟁에서도 좋은 입지가 될 수 없었다.

이 시대 항공물류와 국제항공 HUB는 국가발전을 좌우할 변수였다.

그러나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도, 문제의식을 가지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 기간 2인자로서 대통령의 꿈을 키워 온 노태우 대통령은 중국의 개방 시대를 대비한 국가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있었고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 박 국장의 신공항은 동북아의 HUB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허브공항 입지도 발굴해 놓고 있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염원하는 꿈과 실행 청사진이 그것을 찾고 있던 국가의 최고 리더인 노태우 대통령의 염원과 만난 것이다.

동북아의 새로운 허브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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