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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칼퇴 후 가는 곳

by 다슬

정말 진지하게 ‘어떠한 곡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로건과 나는 머리로 아는 곡이란 곡은 생각하다 보니 내 배는 눈치도 없이 우렁차게 배꼽시계가 울렸다. 아마도 단기간 내에 프로그램을 ‘성공’시켜야 된다는 부담감과 당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확 밀려들어왔지만 배에서 소리만 났을 뿐 달콤한 음식이면 그래서 될 것 같기에 재빨리 사온 커피를 마셨다.


“배고파요?”

로건은 내가 ‘같이 해보자’라는 말을 듣고선, 본인이 갖고 있는 악보들을 천천히 보다가 내 ‘꼬르륵-’ 소리에 조용하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뇨! 그저 갑자기 머리를 썼더니 달콤한 음식이 필요했나 봐요. 괜찮아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샀던 커피를 보여주며 마셨다.


“일단 우리 흑건ㆍ백건부터 연습해 볼까요?”

책장 위에 올려놓은 메트로놈을 가지고 와선, 자신의 피아노 옆에 놓고 메트로놈이 켰다.


오랜만에 듣는 이 메트로놈 특유의 소리.


“오.. 빠른 것 같은데 그래도 한번 도전을 해보자!”

나는 처음에는 메트로놈 소리가 굉장히 신경 쓰이고, ‘틀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정확한 ‘자’를 놓아둔 기분이라 긴장된 마음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잠시 쉬는 내 파트가 아닐 때 로건을 볼 때 ‘새로운 눈빛’이 보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 단어로 표현을 할 수 있겠다. 저렇게 순둥순둥한 사람이 극단에서는 단장만큼 차갑다는 소리를 얼핏 연지에게 들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약간은 허둥지둥하며 연주를 했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고,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탄 것 마냥 연주를 해내었다. 연주가 끝나자마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오- 잘했어”

로건은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내게 보여주면서 칭찬을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와서는 다시 ‘작약’처럼 뚝딱거리며 내 옆으로 와서는 내가 틀릴 뻔한 구간을 쳐주면서 교정에 들어가기 시작을 하였다.


“메트로놈 너무 부담스러워”


“왜?”


“틀리면 티가 확-나서 뭔가 다시 쳐야 될 것 같은데 실전에서는 틀려도 그대로 넘어가야 되는데 그게 잘 안돼”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왜냐하면 공연이자 프로그램이기에 사람들이 말하는 ‘극 T’ 사고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냥 메트로놈이 없다고 생각을 해봐 피아노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지.”

그는 웃으면서 진지한 표정이 묻어나는 것이 ‘피아니스트’에 ‘본업모드는 속이지 못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였다.


“다시 쳐보자”

최대한 나는 그가 말했던 것처럼 ‘메트로놈이 없다’라고 혼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다시 치고 있다가 완전히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이어 치는 것도 어디서 이어 쳐야 될지 모르는 판국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에게로 가서 ‘네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고 다소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

내 뻔뻔함을 그저 귀여운 애교 수준으로 봐주며 의자를 하나 갖다 주면서 ‘편하게 봐’라고 이야기를 하며 본인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자리에 의자를 놓아주었다.


‘세상에.. 영화 같잖아.’

멍하니 그가 건반들을 치는 게 예술 같았다.


“그래도 음악을 전공 안 한 사람이 치는 것을 감안해서 잘 치는 것 같아.”

“오 최고에 칭찬인걸?”

나는 아이처럼 신나서 다시 피아노에 앉아서 다시 열심히 연주를 하고선, 그를 보면서 <배틀씬>은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연습을 마치고 나서 창문을 보니 어두워지고 건물 불빛들이 반짝반짝거렸다.

“저녁 먹으러 가자”

로건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근처에 있는 찜닭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를 사서 먹으면서 산책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가 우리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가 그가 나의 손을 처음으로 살포시 잡았다. 그는 ‘작약’처럼 얼굴이 빨개졌고, 나는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릴 것 같았다. 서로 헤어지기 싫어서 공원 2~3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이제 헤어져야 될 타이밍 같아서 서로를 응시하며 웃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는 나를 불러서 그를 보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퇴근 빨리하게 되면 우리 연습실에서 보자!”

로건은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를 데려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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