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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 Day-1

by 다슬

드디어 내일이 ‘음악치료 프로그램’ 날이다. 일을 할 때도 두근두근거렸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자격조건이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예술치료 자격증을 동반 보유한 사람을 뽑았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 30분 전.


로건에게서 먼저 톡이 왔다. ‘나는 오늘 합주 없어서 무대 1시간 정도는 쓸 수 있다고 하길래 빌려놨어. 끝나면 연락 줘!’라는 내용을 보았다. 잠시 톡은 밀어 두고, 프로그램 서류 다시 오류가 있나 보고 있다가 무대를 빌려서 쓴다는 텍스트에서 나는 동공이 커졌다. 일단 그래도 먼저 서류 수정을 하고 나서 팀장님께 서류를 제출을 하고, 그의 톡에 답장을 하였다.


‘굳이 무대까지 빌리다니 부담스러운데ㅠㅠ’라고 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는 나에게 답했다.


‘리허설이라고 생각하면 돼 너무 겁먹지 마. 그리고 운전해서 차는 집에 두고, 내가 집 근처 카페에서 기다릴게. 몇 시에 끝나?’

은근히 호주사람 특징이라고 해야 될까. 되게 자유롭고 편안하다. 내일이 바로 프로그램 날인데 나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이 ‘빨리빨리 문화’와 ‘완벽함’을 추구하려니 정서적으로 불안도와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퇴근시간을 알려주고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눈치를 보면서 일어났다.


뭔가 바로 일어나서 가려고 하면 꼭 한 마디씩 ‘MZ들은 …’라는 소리와 함께 웃으면서 하시기에 옆 동료들이 한 두 명씩 일어날 때 인사를 하고, 뛰어서 차를 타고선, 로건이 있는 카페로 뛰어들어갔다.

“왜 뛰어왔어? 안 힘들어?”

정-말 평탄한 소리와 함께 음료를 뭘 마실건지 권하였다.


“괜찮은데.. 빨리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음료를 고르기를 권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문화차이’라면 차이를 느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콜드블루를 고르고 로건 앞에 앉았다.


“흑건ㆍ백건은 잘하니까 편곡을 안 했고, 캐논은 C장조로 바꿔놔서 보기 더 편할 거야. 새로 악보를 뽑아서 그전에 연주했던 것이랑 같은 거야.”

그는 나를 보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내 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해서 같이 콘서트홀로 갔다. 우리가 하는 곳은 아니지만, 내게는 이만큼 넓은 느낌이었다.

“우와 넓다. ”

감탄과 함께 나는 그가 안내해 주는 곳으로 앉아서 머쓱하게 앉았고, 로건은 내 앞에 있는 피아노에 앉았다.

천천히 건반에 손을 올려 첫 번째 순서인 <배틀씬>을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흑건ㆍ백건은 쉬운 쪽에 속하는 곡이기도 한다. 흑건을 치다가 그대로 검은건반에서 하얀 건반으로 내려가서 치면 되는 것이기에 하지만 상대방이랑 맞춰야 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내 우려와 다르게 속도로 실수하는 것도 없이 끝났다.

두 번째로는 나의 독주인 캐논변주곡이다. ‘오늘 나 되는 날인가?’라고 생각하면서 뿌듯함에 마음에 예쁘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의 차례일 때 ‘선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최대에 관건.


피아니스트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곡이라고인 ‘겨울바람’으로 하려고 했는데 멜로디 부분들이 높아서 깨지는 느낌이 들 수 있어 프로그램 대상자하고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의논하여 ‘베토벤 - 소나타 템페스트 3악장’으로 익숙하지만, 너무 졸리지 않는 선에 곡이라고 로건이 정한 곡이기에 든든했다. 그렇게 세 번째 입장은 로건.


마지막으로 합주곡은 ‘캐리비안의 해적’.


클래식은 사람입장에서는 굉장히 쉬운 곡이고, 내 입장에서는 속성으로 같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신기하게도 무대여서 그런지 긴장감과 함께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마무리 인사까지 하고 나서 그렇게 리허설 같은 연주가 끝났다.

뚜벅뚜벅-


구두소리가 들렸고, 한 손에 커피를 든 중년에 외국인 남성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빨리 나가’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나 싶어서 눈치를 보고 있을 때쯤 로건은 익숙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임스 여기는 내 여자친구인 서아. 여기는 우리 극단 단장 제임스야.”

대뜸 해맑게 나를 소개를 하여서 긴장했던 것들이 모두 풀리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제임스에게 인사를 했고, 그는 흐뭇하게 우리 둘을 보면서 ‘파이팅!’하고선 지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선, 로건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나와선, 옷가게를 향하였다.

“드레스 코드는 맞춰야 되는데 내가 아무리 여자친구여도 옷장은 볼 순 없으니까. 원하는 것 있으면 골라보자”

“흐음 저건 어때? 하얀색이 검은 정장이랑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거든. 뭐, 베이지여도 괜찮은 조합이기도 하지.”


“그럼 저걸로 하자!”

흔쾌하게 말을 하고선, 내가 탈의실에서 입은 것을 보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폭풍칭찬을 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로건이 내 드레스코드 맞춘다는 핑계로 옷까지 선물을 받아서 나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여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음… 혹시 우리 회사에 우리가 사귄다고 이야기를 했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건 서아 의견도 들어봐야 될 것 같아서 그냥 사촌누나가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겨서 일일봉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그의 말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 회사사람들은 로건이랑 사귄다고 한다면 깊이 있게 어디서 어떻게 골치 아프게 물어볼 것 같았거든.”

“풉- 약간 제임스 같네. 제임스랑 나는 오래된 사이기도 하고, 단원이 좋지 않은 소문에 굉장히 예민하거든. 그런데 그렇게 골치 아프게 물어보진 않아.”

우리는 루틴처럼 근처 카페를 들려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내일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집 근처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푹-쉬고, 부담 너무 갖지 말고 들어가면 연락 줘. 아 그리고 내일 행사가 2시니까 11시까지 데리러 올게.”

“너무 고마워 운전조심해서 가. 로건도 집 가면 푹- 쉬어”

색다른 데이트가 매일매일 펼쳐지는 것 같은 신비로운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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