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상견례
프러포즈를 받고, 여권을 들고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공항으로 향하였다. 한국과 호주는 계절이 반대인 나라 다행히도 지금이 9월 중순이라서 호주는 ‘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천공항으로 가게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 최소 10시간 20분 정도를 비행기 안에서 보낼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스마트폰을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나 프러포즈를 받고, 로건이랑 아버지랑 같이 호주 가는 중’
‘엥? 갑자기?’
연지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히 느껴지는 텍스트였다. 그래도 황급하게 내 SNS를 보았는지 호주를 간다는 것에 놀란 것 같았다.
‘갑자기? 프러포즈받았네. 아마 시부모님 뵈러 가겠네.’
한나도 내 SNS를 보고 나서 내가 프러포즈를 받았던 것을 사진을 보고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음에 프러포즈가 아닌 그저 이벤트인 줄 알고, 사진을 찍었었는데, 순간 사진을 찍어 놓은 것도 웃겨서 피-식 하고 웃었다. 그 와중에 너무 잘 찍은 것도 그 또한 웃겼다.
10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되는 여정이라 ‘아버지가 힘드시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그나마 비즈니스석이라 다행이다. 그래도 영화도 틀어드리고, 나도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도장 깨기 하듯이 보다가 순간 잠에 들었다.
“슬슬 배가 고프네”
이 말을 듣자마자 로건이 조용하게 스튜어디스분께 기내식을 선택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아빠도 선택을 해야 될 텐데…”
“나는 이미 골랐어.”
아빠가 여유롭게 말하는 것에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양식으로 준비해 주세요.”
점심으로 한식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으로는 ‘양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로건이 도와줬다고 나에게 아버지는 눈짓을 하였다.
‘로건이 이렇게 수줍음이 없는 사람이었나?’
그는 그래도 아빠랑 친해지기 위하여 자기가 갖고 있던 가방에서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젤리를 꺼내어 주고 있는 모습도 보았다. 마치 꼬마아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면서 ‘나는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웅얼거리는 아이처럼 이야기하는 아이 같아 보였다. 조용한 비행기 안이라 서로 번역기는 못 돌리는 아이들이기에 아빠를 그는 ‘father’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로건이 만약 한국사람이었다면 장인어른 마음 사로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아빠도 로건도 조금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기내식이 나올 때 사진을 찍고, 기내식을 먹기 시작을 하였다.
“흐음… 꽤 먹을만하네”
이 말을 들은 아빠는 내 입에 아주 조용하게 비빔밥을 넣어주었다.
“맛있지?”
맛있다는 개념과 먹을만하다에 개념은 하늘과 땅차이이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좀 더 내가 먹는 것을 신경을 써주시기 시작했다. 나는 효녀스럽게도 먹는 입맛이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아빠는 슬쩍 내 파스타를 살짝 드셔보셨다.
“나쁘진 않네. 바꿔먹을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지만, 사회화가 된 인간으로서 아주 못 먹을 음식이 아니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밥을 먹고 수면을 취하기에는 체할 것 같았다. 누워있기도 앉아있기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겨우 ‘화장실’밖에 없기에 그래도 앉아서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다행인 건지는 몰라도 OTT서비스에는 시리즈가 많아 집에서 볼 때에는 몇 시간을 보아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리즈는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는 굉장히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도장 깨기를 하듯이 시리즈 드라마와 영화를 반복하며 보다가 잠이 들었다.
톡톡하고 내 어깨를 두드리는 촉감에 놀라 화들짝 하며 일어나니, 로건은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내 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나선 호주에 거의 도착했으니 나갈 때 잃어버릴 수 있는 귀중품을 챙기라고 내게 말했다.
주섬주섬 핸드폰과 가방에 여권이나 핸드폰 지갑 등등을 확인하고 나서야 몇 분 후에 비행기에서 호주에 도착하였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때 아빠는 몸이 놀라지 않게 기지개를 있는 힘껏 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선 비행기가 도착하였으니 차례에 맞게 안전하게 내리라는 멘트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내리자.”
“왜?”
아빠는 도착했으면 얼른얼른 내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표정으로 갸우뚱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 아빠와 나는 그다지 친하지 않다는 것이 이럴 때 나타나는 것 같다. 몇 년째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성별이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난로 같은 부녀이다. 가까워지려고 해도 화상을 입을까 봐 한 3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
“사람들이랑 같이 내릴 때 다칠까 봐 두려워요.”
나는 아주 간결하게 이야기를 하였고, 그런 모습을 눈치를 챈 로건은 약간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빠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은 ‘이해 좀 해주세요.’라는 느낌이랄까.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여기는 이제 타국이기에 현지인인 로건만 짐을 들고 쫄래쫄래 따라가기 시작을 하였다. 역시 여기가 봄이긴 봄인가 보다. 한국은 추워지기 시작을 하고 있을 때 여기는 따뜻해지고 있으니 역시 지구 반대편이긴 한가보다.
‘한 택시에 3명이 탈 수 있을까’
아주 다행스럽게도 로건도 놀랄 만큼 한 택시에 성인 3명이 짐과 함께 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나타나는 해외를 자주 나가는 남자와 택시 기사님의 연륜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나서는 로건은 어느 주소를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이제 어디가?”
타국에 나오는 것이다 보니 로건만 믿고 가는 것인지라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를 물었다.
“우리 집”
로건은 아주 행복하게 이야기를 했다. 본인 집으로 가는 것이니까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이 작약은 모를 것이다. 아니면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예상은 하였지만, 로건에 집이 맞았구나.”
나는 이 내용을 한국어로도 번역을 하면서도 한국에서부터 입고 왔던 단정한 원피스를 입고 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3명 다 재킷을 입었지만, 안에는 따뜻한 봄에 입는 옷들이었다.
“긴장이 되긴 하네.”
아버지는 마른침을 삼키고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아빠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도착하였습니다.”
택시기사님이 유쾌하게 말씀을 하였고, 나는 택시비를 로건 몰래 내면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짐 빼고 있는 것에 온갖 집중을 하고 있는 로건과 아빠는 짐을 다 빼고서야 아빠가 후다닥 택시기사분께 팁이라고 하면서 한국돈으로 한 3만 원 정도의 돈을 내밀었다. 아마 내가 택시비를 계산하는 것을 보셨나 보다.
“아빠 환전은 언제 하셨어요?”
나는 놀라움에 웃음을 지으며 여쭤보았다.
“너 프러포즈받을 때 나는 옷도 사 입고, 머리도 새 단장하고, 은행 가서 환전이라는 것도 해봤지. 처음 하는 거라 어렵긴 했어도 은행 직원분들이 잘 도와줘서 했지.”
아빠는 허허 웃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택시가 그렇게 떠나가고 얼마 걷지 않아서 어느 집 한 채가 보였다. 그곳을 로건은 가리켰다.
“저 집이 우리 집이야!”
로건은 집 앞으로 가선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면서 밝은 표정의 어머니가 나오셨다.
“서아 잘 지내고 있었니? 가끔 영상통화로 보다가 처음 실물로 보다니 더욱 예쁘구나!”
나를 반갑게 안으며 나의 안부를 묻고선 로건도 꼭 안으며 안부를 물었다.
“네 잘 지내고 있었죠. 영상통화로만 보다가 실제로 뵈니 미인이세요. 이 분은 저희 아버지세요.”
가끔 영상통화로 뵈었던 분이 내 앞에 계시다니 매우 신기하였다. 그리고선 로건의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께는 악수를 청했다. 서로 악수를 하고셨다.
밥을 먹기 위해 한 명씩 손을 씻고선 손수 만드신 음식들이 테이블 가득하게 차려져 있었고, 로건의 아버지께서는 아주 천천히 서재에서 나와 인사를 하며 자리를 잡으셨다.
“오랫동안 비행기를 탔을 텐데 힘들으셨는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빠에게 통역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아닙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나는 약간은 떨고 계시는 아빠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서아 아버님 저희 가족은 저희 아들의 부인으로 서아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혹시 영어가 어려우시다면 번역애플리케이션을 틀어도 되냐고 먼저 물어봐주겠니?”
“로건 부모님이 혹시 영어가 어려우시다면 번역기로 이야기를 하시고 싶다는데 괜찮으신지 여쭤보시라네요.”
나는 웃으면서 아빠께 이야기를 하였다. 그랬더니 아빠가 긴장을 하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게 ‘당연하지.’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저희는 이 결혼 찬성입니다. 로건과 서아가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우리 딸이 로건과 결혼하였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표정이 긴장을 해서 딱딱했던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결혼허락을 서로 하자마자 한국의 상견례와는 느낌이 180도 다르지만 이 다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신 것 같았다.
“이번에 호주까지 오셨으니, 결혼은 한국에서 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로건의 아버님이 여쭤보셨다.
“아이코 그래주신다면 감사하죠.”
아빠는 참 고맙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셨다. 한국식인 예물, 예단의 이야기 대신에 집은 로건에 집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우리는 로건 부모님의 재킷을 해드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로건의 채류문제나 내가 만약 호주에서 살게 된다면 ‘집은 로건의 집에서 일단 시작을 하는 것이 어때?’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듯한 이야기들로 자유로웠다. 그렇게 참 말랑말랑한 대화가 오고 갔다.
그 자리는 서로의 결혼 허락과 함께 파티 분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