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5일 중 반절 왔다 하며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좀 더 기분 좋은 목요일.
그러나 목요일이지만, 연주자들은 제일 좋아하는 요일은 주말도 공연이 없으면 좋지만, 제일 좋아하는 요일은 연주회가 끝난 요일이다.
‘어제 너무 좋았는데 오늘이 주말이 아니라서 아쉬워ㅠㅠ’
어제 로건에 집에 가서 요리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나름에 요리를 해주고, 남은 고기는 어떻게 먹는 건지 알려주고 왔다.
출근을 한지 한 30~40분 정도 뒤에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었고, 그때 기분이 좋았었는지 ‘아쉽다’라는 표현이 기분이 좋았다.
나도 그날 너무 좋았어. 다음에 또 놀자’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면모가 있는 남자라서 살짝 미소를 지었고, 출근을 했으므로 메시지가 와도 바로바로 하기는 어려웠다.
오늘은 다문화가정인 아이들이랑 요리치료를 하는 날이라 재료는 괜찮은지, 부족하지는 않은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요리치료실에 가서 확인을 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내가 담당자가 되어서 더운 여름이기에 빙수를 만들기로 하였다. 아이들과 하는 요리치료는 굉장히 신경 써야 될 것들이 많지만, 뿌듯함도 그만큼 엄청 크다.
“선생님 한쪽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으로 만들고 싶어요!”
“선생님 흘렸어요!”
이러한 소리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요리치료를 하는 대상이 ‘초등학생’이기에 질문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같이 만들고, 만든 빙수를 만들면서 아이들은 본인이 만든 빙수를 먹기 때문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사회복지사인 우리도 뿌듯하였다.
우리는 4시까지 프로그램을 끝냈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일지를 쓰기 시작을 하였다.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은 바리바리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뭐지?’ 싶었지만 내 업무를 보느라 신경을 껐다.
“여러분 날씨가 덥죠?”
팀장님은 팀원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톡톡..
옆에 있는 동료는 내 어깨를 건드렸다.
“네?”
나는 ‘무슨 일이 있나?’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팀장님은 아이스크림을 한 바퀴 돌리고 있었다.
“여기 아이스크림 드시면서 하세요.”
웃으면서 이야기를 팀장님은 말씀하셨고, 옆에 있는 동료는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내 책상에 놓았다.
“감사합니다.”
나는 웃으면서 꾸벅- 하고 인사를 하였고, 해맑게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까서 먹으면서 일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더운 여름에 입 안으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니 너무 달달하니 도파민이 도는 것 같아서 괜히 키보드 타이핑이 잘 되는 것 같았다.
‘얘들아 오늘 바빠?’
단톡방은 6시 이후로 활성화가 되는 방인데 의미심장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연지의 말이었다.
‘아니 안 바빠. 오늘 야근할 뻔했지만, 아니었다.’
한나의 기분이 굉장히 좋은 답장이 왔다.
‘나도 퇴근하면 안 바쁘지.’
나도 안 바쁘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직 퇴근 전이기에 물어본 것만 이야기를 하였다.
‘나 너희들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오늘 우리 집 올 수 있어?’
싸웠나? 아픈가? 심심한가? 등등 연지의 말에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게 되었고, 곧 퇴근 시간이니 전화를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갈게.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무슨 일이야?’
한나와 나 둘 다 걱정을 하는 답을 남겼고, 메시지가 왔었지만 확인을 못하는 상황이어서 드디어 퇴근을 할 시간이 되어서 가방을 야금야금 챙기면서 주변정리를 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웃으며 퇴근인사를 하면서 가방을 메고 주차장으로 가면서 연지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니, 무슨 일은 없는데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내일 대체휴업일인 거 다 알아!”
“아 내일 대체휴업일이야?”
나는 알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어서 정보만 습득한 것 같아서 ‘아하!’ 이러고 있다가 연지 목소리가 좋은 것 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우리 집으로 퇴근하면 될 것 같아.”
그녀는 사람이 더 궁금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해맑게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아주 갑작스럽게 우리 집이 아닌 연지네 집으로 가서는 아파트 주차장에 자리가 있으려나 했는데 의외로 자리가 많아서 주차를 빠르게 하고선 연지네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나 왔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신나 있어?”
사람 걱정은 다 시켜놓고 아-주 태평하게 해맑게 웃으며 나를 맞이를 해주는 모습이 어이없기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였다.
“한나 아직 안 왔어. 오면 이야기해 줄게.”
이렇게 말하는 것 보니 한나가 오기까지 내가 100번을 이야기를 하여도 대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내 집 마냥 씻고, 홈웨어까지 입고 연지 옆에 앉아선 ‘쟤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일까?’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 우리 저녁 뭐 먹을 건데?”
어차피 지금 말 안 해줄 거면 저녁메뉴라도 물어보자라는 심보로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은 짜장면!”
“오 짜장면 안 먹은 지 되게 오래됐긴 했는데 잘 됐다”
나는 웃으면서 음식에만 관심 있는 척을 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한나가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자 초인종이 울렸다.
“오늘 저녁 짜장면. 그리고 옷 갈아입고 씻고 와서 들어.”
연지가 이렇게 말을 하자 한나는 어이없다는 듯 연지를 째려보며 그래도 해달라는 것 다 해주는 게 약간의 한나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얼떨결에 우리는 연지 앞에 앉아서 짜장면을 앞에 둔 채로 연지의 이야기를 듣자 나와 한나는 ‘다시 말해봐’라는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뭐라고?”
“영도가 프러포즈를 했어.”
손에 예전에 있었던 커플링 대신에 새로운 프러포즈링이라고 반지가 바뀌었다.
“받아줬어?”
우리는 ‘어떻게 고백을 했어?’라는 정말 로맨틱한 질문 대신 결과론적으로 ‘네가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주었는가.’가 우리는 더 궁금했다. 결혼은 연애랑 완전하게 다르다는 것을 내가 연애고민이야기를 할 때 들었기 때문이다.
응 받아줬지. 만난 지 5년 되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안 맞았으면 동거 못했지.”
프러포즈를 받은 연지는 마치 연애할 때 고백을 받았던 것처럼 매우 설레고 좋아하는 표정이 한눈에 봐도 보였다.
“프러포즈한 사람 어디로 가셨어?”
한나는 뭔가 이상한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남은 휴가 부모님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경상도에 계신다’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결혼은 언제 하는 거야?”
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옆에 있던 한나의 눈빛도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을 하였다.
아이코 어제 프러포즈받았고, 상견례부터 잡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한나랑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짜장면을 다 먹고 치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프러포즈는 어떻게 받았어?”
나는 연애를 드라마로 배운 아이처럼 드라마에 나오는 흔한 패턴들이 추가로 말해가며 이야기를 했다.
우빈이가 요리 잘하는 편이니까 파스타랑 스테이크 직접 만들어서 같이 먹고, 언제 꾸몄는지는 모르겠는데 안방에 풍선 붙여놓고 정장 입고 있더라. 나한테는 미팅 있다고 해서 밥 먹고 나가는 줄 알았지.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러는데 결혼하자라면서 프러포즈했어”
“오 멘트 나쁘진 않은데? 결혼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큭큭 그래도 손에 물 안 묻히겠다 이런 것보단 낫지”
한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부러워하는 눈빛이 살짝 보였다.
“우리 집은 일단 경사 났어.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
좋아하는 감정과 부담감 그 오묘한 감정을 짓는 연지를 보면서 나는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그래 실감은 아직 안 날 수도 있지만, 축하해”
한나와 나는 우리가 프러포즈받은 것처럼 웃으면서 박수까지 치면서 축하를 해주었다.
“프러포즈받은 것 축하해. 30살에 결혼할 수도 있겠네.”
나는 웃으면서 한번 더 축하를 해줬다.
“너무 고마워”
연지는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서 한 캔씩 딴 다음에 이야기를 덧붙였다.
“30대가 29보다 어려워. 어른이라는 건 어렵다 어려워 집에 술이 없는 관계로 커피로 건배하자”
우리는 까르르 웃으며 커피로 건배를 했다.
“나는 먼저 갈 수도 있으니까 예쁜 연애 하세요!”
연지는 웃으며 이야기를 했고, 유쾌한 자랑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만큼은 연애이야기로 밤을 새우다 잠에 들 것 같았다.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이 있었다.
‘내가 결혼을 결심한 지 1일 차이지만, 프러포즈를 받으면 무슨 기분일까? 나라면 어떻게 할 거 같지? 좀 부럽네. 아니 많이 부러운 거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갑자기 로건이 생각이 난다. 유일하게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남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