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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 그의 선율.

by 다슬

휴가가 끝나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오늘이 그의 연주 독주회이다. 티켓을 한 2주 전쯤에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었는데 단 2시간 만에 800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다 매진이 되었다는 것에 경의로움을 느꼈다.


‘내가 이런 남자랑 연애를 하고 있었다니..’

몇 주전에 받는 연주초대장을 받아 들고는 연지와 한나를 데리고 공연장에 갔다. 연주자에게 주는 마치 ‘지인 초대권’ 같은 것을 나와 내 친구들, 사촌누나에게 보냈고, 우리는 나름 격식 있게 옷을 입고 공연장으로 갔다.


“로건은 얼마나 돈을 쓴 걸까?”

연지와 한나는 이야기를 하였다.


“글쎄..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놀러 온다 생각하고 오라고는 했지만, 우리 생각은 그게 아니긴 하지만 그냥 즐기자!”

나는 웃으며 ‘그냥 즐기자!’라고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은 굉장히 철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솔직하게 로건은 우리가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바람이었기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공연장 입구를 보니 로건의 사촌누나인 ‘안나’는 굉장히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러 온 사람 같았다.


“안나!”

연지는 안나를 보고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였다. 연지를 알아본 안나는 손을 반갑게 흔들며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왔다.


“스텔라랑 엘리샤도 미리 와 있었군요. 아! 로건 여자친구인 서아씨도 오셨네요. 다들 반가워요!”

안나는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우리의 생각보다는 ‘정말 즐기러 온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나도 안나를 반기면서 인사를 하였고, 그녀는 로건보다 한국말을 훨씬 잘하는 편이지만, 역시 대화를 하다 보면 영어가 편하게 언어를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를 하고 관객석으로 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연주 목차를 찾아보니, 첫 곡이 로건을 처음 본 날에 곡인 ‘Summer Time’

이제는 처음이 아니지만, 그때랑 똑같은 설명이 쓰여있었기에 신기해하였다.



⌜베릴 루빈스타인 편곡, 거슈윈(G.Gershwin)의 Summer Time.

*오페라 ‘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1막에 등장하는 자장가.⌟


이제는 이 곡에 살짝 애정이 생기려고 한다. 그와 첫 만남인 곡이기에.


불이 무대에 켜지고 베이지 색에 정장을 입고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본 로건은 나랑 사귀는 사람이 아닌 그저 멋있는 ‘피아니스트’였다.


Summer Time으로 시작하여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로 마무리를 지었다.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처음으로 ‘기립박수’라는 것을 피아니스트 로건에게 힘차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가 내려오자 내가 타이밍을 보아 그의 대기실로 향하였다.


“누구세요? 여기는 관계자 외에 출입불가입니다.”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막아서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난감해하고 있었으나, 계속 안 가고 ‘로건 여자친구인데 들어가게 해 달라’라고도 이야기를 못하겠고,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걸 어쩌나…’


똑똑-


보디가드는 안 가고 보고 있는 우리를 보고선, 노크를 하고 보디가드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로건은 빼꼼하고 나왔다.


“우리 왔어”

나는 그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와줘서 고마워!”

그도 웃으면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친해 보이는 것을 보자 보디가드는 머쓱한지 헛기침을 하고선 우리를 대기실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대기실로 들어간 우리는 꽃다발을 한가득 준비하였기에 로건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몇 번에 공연이 아니라 많은 공연을 한 아티스트인데도 작약 같은 성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고생했고, 너무 멋졌어.”

한 사람당 꽃다발을 하나씩 준비했으니, 꽃다발을 4 다발이나 받은 정말 ‘꽃을 든 남자’


“뭘 이런 걸 다 준비를 했어요?”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하나도 빠짐없이 받고, 활짝 웃었다.


“기분이 어때?”

나는 그를 보며 질문을 했다. 왜냐하면 그 큰 무대에 본인이 연주를 하는 소리로 선율을 그리다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았기에.


“다들 내 공연을 보러 와주고, 축하해 줘서 고마울 뿐이야.”

그는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로건에 목소리와 표정은 그전보다 밝아보였다. 그래서 왠지 나까지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식사하고 가세요.”

그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그럴까?”

천연덕스럽게 안나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이럴 때 보면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 싶은 느낌이 든다.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사이처럼.

“각자 차 타고 가면 되겠다. 다들 차를 끌고 와서…”


“그래?”

그의 목소리 속에서는 약간에 시무룩함이 묻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로건에 어깨를 토닥였다.


“다들 본인들 집에서 와서 어쩔 수가 없다네.”

나는 일부러 로건이 웃었으면 좋겠어서 ‘제임스’ 말투로 이야기를 하였다.

‘크.. 큭.. 제임스가 같아 “

그는 내 말투에 웃음이 살짝 튀어나왔고, 제임스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를 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나름대로 뿌듯하였다.

“주소 알려주세요.”

우리 둘이 꽁냥꽁냥거리고 있을 때 나머지 3명의 여자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내가 운전할 테니까 뒤에서 잘 따라오세요!”

그는 웃으면서 말을 하고선 천천히 짐을 챙겨서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리고선 차 쪽으로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 왔어요?”

“응 다 온 거 같아!”

안나는 사람 수를 세더니 이야기를 했고, 다들 차를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나는 로건 차만 바라보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다들 내가 로건 집 아는 줄 아는데 나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데...’

친구들은 운전하기 전에 나를 톡톡 치면서 ‘너는 알고 있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나도 로건 차를 열심히 바라보면서 갔다.

로건 집에 도착을 하고 나서 식사를 뭐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가 배달을 시켜서 먹기로 정하였고, 메뉴는 ‘치킨’이었다.

“치킨파티구나!”

해맑게 웃으면서 그는 말을 하였다.

나는 로건 연주회를 기념하는 샴페인을 샀었다. 그 삼페인이 치킨이랑 먹을 줄 몰랐지만, 치킨은 완벽한 음식기에.


“여기 샴페인 연주회 기념 선물이야”

나는 테이블에 샴페인을 놓았고, 그는 ‘뭘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준비해 줄지 몰라서 어쩔 줄 모르겠어’라고 나에게 말을 하였다.

“그냥 즐겨. 대충 티켓으로 예매한 관객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약간은 새침하게 말을 했다.

“그래도 서아가 주는 건데 …”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맛있게 마셔주는 게 서아가 바라는 것일 거예요.”

한나와 연지는 아이 달래듯이 로건에게 말을 해줬다.

“오- 언제 준비했어요?”

안나는 나에게 엄지를 척! 하면서 물었고, 나는 어제 준비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발그레하며 웃었다.

“그래 맛있게 먹어주는 게 내가 원하는 거야! 다 같이 마시자.”

나는 연지와 한나의 말을 거들 듯이 말을 하였고, 그제야 로건의 얼굴은 좋아졌다.

“고마워”

로건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고, 그때쯤 초인종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띵-동

초인종 소리가 한 번 나고 나선, 배달기사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로건은 밖에 있는 치킨을 가져왔다. 그리고선 식탁에 놓고, 와인잔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안나는 치킨포장을 뜯고 있었다.

“이제 샴페인 터뜨리고 먹자!”

막상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로건은 직접 샴페인을 터뜨리려고 하였다.

“터뜨린다?”

터뜨린다는 소리에 우리는 짜릿하였다. 로건은 샴페인을 흔들어서 터뜨렸고, 바닥에 흘린 것도 있지만 그는 빠르게 닦았다. 우리는 그냥 먹고 치우자 하였지만, 다칠 수도 있다면서 걸레밀대를 가져와 얼른 닦았다.


“건배하자!”

로건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쨘-”

우리는 웃으면서 건배를 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선 편하게 음식을 먹기 시작을 하였다.


“로건, 너는 왜 서아씨한데 누나라고 안 해?”

안나는 이야기 하면서 왜 누나라고 불러야 되는지 설명을 하였다.


“아.. 그럼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건가..”

그의 말에 내 친구인 연지와 한나는 빵 터져서 껄껄 웃기 시작하였다

.

“아니야 그냥 누나라고 부르지 마 어색해.”

나는 누나라고 지금 와서 로건이 부르는 건 어색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우리는 사소한 이야기와 오늘의 공연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오늘 그의 선율은 첫 곡이 짜릿한 곡이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짜릿했고, 귀가 즐거웠고, 그의 선율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려진 풍경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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