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짜릿함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주던 상견례와 전혀 다른 말랑말랑한 팬케이크 같던 상견례를 마치고, 한 이틀 동안은 시차적응 덕분에 잠을 잘 못 잤다. 그것은 한국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온 호주인도 마찬가지.
한 이틀을 부엉이처럼 생활을 하다가 그 이후로 지구 반대편의 생활에 그나마 적응을 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호주사람들이 대부분 자유롭고 여유롭다는 것과 예비시부모님이 ‘아버님이랑 네가 불편할 수 있으니, 이 근처 호텔에서 묵는 게 서로에게 편할 것 같아.’라고 하며 정말 쿨하게 우리 몰래 좋은 호텔까지 결제를 해준 것에 감동이었다.
한 이틀은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함께 다녔다. 따사로운 봄에 있는 우리는 놀러 가기 좋은 환경에서 이쪽저쪽 다니다가 ‘하이드파크’에 가서 쉬면서 버스킹공연도 보았다. 이곳은 관광지랑도 가깝기도 하였고, 쉬기도 편한 곳이라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위기였다.
“여기 조용하고 걷기도 좋구나.”
아마 아빠는 버스킹공연도 보는 것이 처음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김에 조금 여기서 여유를 누리다가 아빠와 가봐야 될 곳이 생각이 번뜩 났다.
“로건, 우리 조금 있다가 오페라하우스를 가보는 게 어때?”
나는 해말게 웃으며 그에게 이야기를 했다.
“흠… 공연이 있으려나?”
아마도 이것은 직업병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들어가서 공연을 볼 수 있으면 행운인 것이고, 내가 검색한 결과로는 가면 볼 것도 많고, 저녁에는 맥주를 먹을 수 있는 ‘오페라 바’가 있다고 보았다.
“로건, 로열 보타니가든에서 좀 있다가 가자!”
오페라하우스를 가자는 이유는 사실 아빠는 ‘피아니스트’에 개념에 대해서 전혀 모르신다. 아까 버스킹 공연에서 보았던 분들 중 피아노와 유사한 음악을 한다는 사람정도로 겨우 아신다. 그러기에 오페라 하우스를 가고 싶은 것이 목표이다.
“오 지금 예약을 하면 그래도 오페라하우스에 입장 티켓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뻐하며 말하는 모습에 사실 우리 아빠가 너의 직업을 잘 모른다는 말을 오페라하우스가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못하는데 너무 작약의 해맑은 모습에 내 속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래.. 티켓 구해서 가면.. 좀 더 이야기하기가 쉽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로건이 구한 티켓과 함께 보타니가든에서 아빠와 나 그리고 그는 걷다가 한 조그마한 식당에 가서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쉬고 있었다.
“어디를 또 가려고 여기에 온 거야?”
아빠는 조금 지쳤는지 나에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신기함과 더 다니고 싶어 하는 호기심은 여전히 보였다.
“그래도 오페라하우스 근처라서 조금 있다가 실내로 들어갈 거예요!”
나는 아빠를 달래 드리며 조그마한 가게지만 드시고 싶은 것들을 사드렸다. 그 옆에서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로건이 웃길 뿐이었다.
“아마 오페라하우스를 저희와 가신다면 매우 즐거울 거예요!”
매우 즐거울 것이다.라고 호언장담을 하는 로건을 보면서 내 아군인 것 같기도 하다가도 나도 안 가본 오페라하우스라서 기대가 좀 더 올라가기도 하였다.
조금은 출출한 배를 간식으로 채우고 어느새 오페라하우스에 들어가기 좋은 시간이라고 하면서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아빠에 손을 잡았다. 아주 본인 전공이라고 신난 작약은 그 웅장한 오페라하우스를 가까이 갔다.
“티켓부터 확인하실게요”
키가 크고 목청이 좋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야기를 했다. 최대한 줄을 서서 티켓을 확인하고 들어갔다.
“어우 여기 유명한 곳인가 봐!”
사람들이 많은 오페라하우스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듯이 아빠께서는 말씀을 하셨다.
“여기 되게 유명한 곳이라서 와보고 싶었어요.”
나는 유명해서도 와보고 싶었기도 하였고, 아빠께서 로건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가장 컸다.
로건은 웃으면서 익숙하다는 듯이 호주사람들의 그 특유의 여유로움을 폴폴 풍기면서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아빠는 그런 로건을 보면서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신기하게 보기 시작하였다.
“호주사람이라 이런 곳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
“아니요! 로건은 이렇게 넓은 곳에서 공연을 하는 피아니스트예요.”
그는 ‘피아니스트’라는 단어와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니 대충 눈치껏 상상을 해보니 피아니스트에 대한 개념이 ‘거의 백지 수준이구나’라는 것을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피아노를 보고선, 직원에게 피아노를 쳐봐도 되냐고 허락을 받은 뒤에 그때부터는 내 예비신랑 로건이 아닌 피아니스트 로건이 된다. 그 자리에서 여름에 있었던 공연에서처럼 ‘리스트 파가니니 에뛰드 6번’를 연주를 하자 거기에 있던 오페라하우스를 감상하시는 분들도 로건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우리 아빠의 눈이 평소보다는 2배로 커지면서 ‘뭐야?’라는 느낌이 들었다.
로건은 그저 편안하고 부드럽게 한 곡을 끝내고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들었다. 그저 그는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할 뿐.
“로건, 팬이에요!”
어느 여성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며 종이와 펜을 그에게 주었다.
그는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종이와 펜을 들고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저는 스테파니요.”
“멋진 이름이군요.”
그는 사인을 해주고선 그 종이를 그녀에게 주었다.
별일 없었다는 듯이 피아노 의자에서 일어나서 다시 우리의 손을 잡고선 구경을 하고 나왔다.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이 인기도 많고, 저렇게 연주를 하러 이렇게 큰 곳으로 다니는 사람이었어?”
굉장히 신기하게 로건의 손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역시 작약은 얼굴이 붉게 되었고, ‘별 것 아닙니다.’만 반복하였다.
“그럼! 멋진 직업이지!”
나는 웃으며 아빠를 응시하며 이야기를 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다행히도 아빠가 미래의 사위 직업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지금 호주 생활 4일 차.
저녁을 먹어야 될 시간에 로건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고, 그 전화는 어머님의 전화였다.
“혹시 저녁식사를 우리 부모님과 같이 해도 될까?”
우리가 호주에 있는 날은 단 3일밖에 없다는 것이 아들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전해졌다.
“당연하지!”
아빠께서는 부모마음은 ‘거기서 거기이다.’라고 하시면서 당연하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로건의 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로건은 주섬주섬 열쇠를 찾아 집문을 열고, 맛있는 파스타와 리소토 피자와 와인 등등 우리가 첫 날 때 왔을 때처럼 만찬을 차려놓으셨다.
“오셨어요?”
아주 해맑게 어머님은 우리를 반겨주셨다. 몇 가지 음식을 더 하셨는데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몇 가지 음식은 사 오셨다고 먹어보라고 이야기를 속닥속닥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렇게 테이블이 꽉 채워지도록 놓고, 감사하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로건은 일어나 디저트로 아포가토와 다른 커피를 만들어서 한잔씩 만들어서 다 같이 커피를 먹었다. 이제 며칠 뒤에 우리는 한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예비시어머니는 온화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안나에게서 어제 전화가 왔었는데 한국에서는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이 중요하다고 들었어. 일단은 메이크업은 주변에 좋은 곳이 있다고 들었어. 한 번 만나보고, 드레스는 소개를 해준다고 하더라고. 네가 원한다면 안나를 만나봐.”
“오! 그래요?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시부모님이 나름대로 한국의 결혼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안나의 귀에도 들어갔는지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로건이 만들어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안나가 이것저것 알려준 것을 들었다.
그러한 편안한 밤을 보내고서 재미있는 호주의 여행 아닌 여행을 끝내고 나서 한국으로 귀국을 하였다. 한국으로 오자마자 아빠는 짐을 챙기고 아빠의 집에 가셨고, 로건과 나는 스ㆍ드ㆍ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알아보고 있었다. 일단 ‘청첩장을 먼저 만들자’라고 서로 의논을 끝냈다.
그렇게 회사생활하면서 서로 시간이 되면 열심히 ‘청첩장’을 만들었고, 스튜디오와 드레스를 한 곳 한 곳 찾아보았다. 열심히 스튜디오를 찾아서 예약을 하였고, 드레스를 이것저것 입어보았고, 그 모습을 정-말 로건은 열심히 보여주었다. 아빠도 시부모님과 결혼을 할 날짜를 10월 초에 결혼 날짜와 청첩장을 받았다.
“결혼준비 중에 우리가 조금 티격태격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네! 너무 행복하다!”
로건은 웃으면서 결혼을 하겠다는 것에 행복해하면서 예비신랑이지만, 아직도 작약 같은 사람이다.
“그러게 이제 스튜디오 촬영만 하기로 해야 되니까. 내일 메이크업받고 몇 개 촬영만 하면 되겠네”
평상시처럼 데이트를 하고, 청첩장들을 시부모님께 보내드렸고, 아빠께는 직접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는 로건에게 마스크팩을 손에 쥐어주었다.
“이거 집에 가서 자기 전에 20분 동안 붙이고 자”
나는 로건에게 뽀뽀를 하고선, 손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휙-하고 돌아보니 그는 되게 수줍어하며 손 인사로 화답하였다.
내일 메이크업이 잘 돼야 되기 때문에 남는 것이 사진뿐인지라 야외촬영과 실내촬영을 이쪽저쪽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선 청첩장을 돌리러 다니기 시작을 했다. 나는 아빠를 제외하고 친구들 중에는 연지와 한나에게 먼저 주었다.
“어?!”
연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와 한나를 보아서 갸우뚱하게 보았다. 연지는 주섬주섬 연지가 청첩장을 꺼냈다. 10월 중반에 결혼하다는 소식에 웃겨서 까르르 웃었다. 그래서 물물교환하듯이 청첩장을 주고받았다.
“한나야 나는 네가 부케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그래,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은혁이랑 곧 결혼해야지”
한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은혁이랑 결혼을 어떻게 확신하는 거죠?”
10월 중반에 완판 되는 연지가 이야기를 했다. 참 짓궂게도.
“어제 프러포즈를 내가 했으니까!”
한나는 살짝 미소를 띠며 아무렇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했다.
“왜 이야기를 안 했어?!”
옆에 있는 로건은 은근하게 궁금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통역을 해주었다. 그러고선 어떤 대답이 나오는지 기대하는 그의 눈빛.
“아니. 다들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가 프러포즈하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너네는 결혼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 어제 프러포즈했어! 이러는 것도 웃긴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프러포즈받아는 줬어. 자기가 할 건데 왜 내가 했냐고 하더라 큭큭..”
‘우리의 결혼이 한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갔었나.’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입을 뗐다.
“엘리샤 우리가 바쁘더라도 서아는 좋은 일을 말해주는 것을 원할 것 같아요. 이야기를 안 해주면 서아도 스텔라도 서운해할 것 같아요.”
살짝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고, 한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러면 너네는 어떻게 결혼준비하고 있어?”
연지는 되게 궁금한 듯 이야기를 하였다.
“시어머니께서 안나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이야기를 했었고, 웨딩플래너 업체 도움도 받기도 하고 있어.”
나는 웃으며 이야기를 하였고, 그는 대충 알만한 ‘웨딩플래너’라던가 ‘안나’라는 이름으로 우리 결혼이야기라는 것을 대충 눈치를 챘다.
“오- 그래도 아는 사람이 도와주는 게 낫지.”
한참 이야기를 하였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가 우리는 다시 청첩장을 돌리러 다녔다. 요즘 아무리 ‘모바일 청첩장’이 있다고 해도 누구는 직접 받고, 누구는 모바일이고 이것에 은근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접 주러 다녔다.
몇 주가 흘러 드디어 결혼식 당일.
선선한 가을 날씨라서 우리는 야외결혼식을 하기러 했다. 나는 오프숄더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을 하였다. 주례가 없고, 딱히 선언문도 짧게 하는 그런 결혼식.
나 김서아는 ‘로건레이첸’이라는 사람만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것을 맹세합니다.”
“나 로건레이첸은 ‘김서아’라는 사람만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 것을 맹세합니다.
이때 이슬비가 내렸지만, 이 마저 로맨틱하다고 느꼈다.
행진할 때와 선언문을 읽을 때 화동들이 우리를 향해 꽃잎들을 필터효과처럼 열심히 우리를 빛이 나게 해 주었다.
아빠와 시부모님은 간단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것과 단체사진과 가족사진을 찍는 것이과부케를 던진 게 결혼식 1부 마지막이었다.
“던질게! 잘 받아”
나는 한나를 향해 등을 지고 말을 했다.
“그래! 잘 던져”
던지자마자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생각보다 박수소리가 커서 뒤를 돌아보니 정말 부케를 쏙-하고 자연스럽게 쥐고 있는 것 마냥 받아버린 것이다.
“6개월 안으로 결혼해야 돼”
나는 싱긋 웃으며 한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내가 받은 부케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대망의 2부.
신나는 음악과 클래식들을 랜덤으로 틀어놓았고. 우리는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면서 결혼식을 즐겼다. 그것도 열정적이고 미친 듯이.
“결혼식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것 맞아?”
나는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둘만에 날이니까 재미있어도 당연히 괜찮지! 그리고 오늘 제일 예쁘고 빛이나”
그는 나를 보고 웃으며 허리를 감싸고 짧게 키스를 했다.
내 인생에서 달걀한판인 나이에 로맨스영화 완벽하게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