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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슬 Jun 11. 2024

나의 콤플렉스를 가려줄 나만의 컨실러 (上)

개인적 일 수도 사회적일 수도 있지만, 암묵적인 분위기로 '장애인'이라서 라는 꼬릿표는 다양하게 붙는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느낀 것은 20살 때부터였다. 왜냐하면 첫 독립시기이다. 엄마와 떨어져서 약 4년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1년은 코로나시대였기에 온라인수업으로 집에서 지낸 날도 있었지만 기숙사에서도 있었다. 

중요한 포인트는 내 독립시기 20살이다. 엄마께 설득을 하고 또 설득을 해서 독립을 하게 된 것이었다.     


 '갓 성인의 멋 모르는 로망이랄까?'     


처음에는 '자취방'을 구해주시려고 하셨는데 그때쯤 하필이면 학교 근처에 있는 여성전용 자취방에서도 어떤 남성이 난관을 타고 들어가서 강제적으로 창문을 부수었다는 소문이 들려서 나는 자취방이라는 꿈은 아주 빠르게 접어야 됐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불만은 위험성이 있기에 사라졌다. 그 대신에 기숙사라는 방안이 있기에 엄마와 대화를 할 때 위험성이 적고, 원래 밥을 하루에 3끼를 먹는 편이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기숙사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강한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통금이 있다는 점, 룸메이트가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여러 가지 방면에서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때부터 내 터닝포인트가 시작되었다.   

 

 

기숙사에서 살면서 나는 1교시가 있으면 늦으면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책상은 꽤 넓은 편이라 한쪽에는 노트북을 놓고 한쪽에는 거울을 놓고 메이크업박스를 펴고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건 습관이 된다.      

워낙 꾸미는 것을 좋아하기에 옷도 원피스, 세미정장, 정장, 포인트가 있는 옷이 나 그때그때 유행하는 옷을 입고 항상 강의실을 향했다. 한 번도 머리를 못 감아서  모자를 쓰거나 메이크업을 안 하고 가는 날은 없었다. 머리를 감아야 될 것 같으면 항상 더 빨리 일어나야 됐었다. 예시를 들어 단추가 많은 옷을 입고 싶을 때에는 조금 더 부지런했어야 됐다. 룸메이트언니가 놀랄 정도니까.    

 

나는 어느 순간 외적으로 항상 꾸며져 있는 아이였다. 사실 룸메이트 언니 말고는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 존재인지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메이크업이 즐거워서 하는 아이치고는 굉장히 부지런해야 됐었다. 항상 웃기게도 '장애인치곤 ~하다'라던가? 어이없는 전재가 깔려있었다.   

  

"장애인치곤 잘 잘 꾸미고 다녀서 되게 예쁘다 넌 몸이 불편한데 오늘도 풀메이크업에 되게 예쁘네 “     

라는 뼈가 있는 말.     


'그냥 오늘도 풀메이크업이어서 잘 꾸며서 예쁘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을 텐데..     

장애인이니까 꾸미지 않고 있으면 무시를 당했다. 사실 주변 시선들이 그렇게 다가왔다. 최소한 단정해야 무시를 '덜' 받았다. 그게 자격지심이라고 하면 사회적 시선과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보고 듣고 그들의 말을 씹고 또 씹었어야 됐다.


어느새 나는 메이크업은 재미에 일종이자 형용할 수 없는 모르겠는 페르소나였다.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었을까?

정말로 얼굴의 잡티를 가릴 수 있는 '컨실러'는 갖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약점 아닌 약점인 장애를 가리고 싶었다. 무시받기 싫은 마음이 강하기에 페르소나를 조금은 숨 쉴 수 있고 싶었다.


뾰루지나 착색 같은 것을 가리고 싶은 장애라는 콤플렉스를 가릴 수 있는 컨실러가 굉장히 필요했다.

그 컨실러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여기저기 나를 꼼꼼히 찾아다니는 유목민처럼.    

 


드디어 유레카를 외치며 찾았다.  

   


'부지런함’     


부지런함이란 컨실러를 썼더니 콤플렉스가 가려졌다. 그리하여 나는 유목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내 만족감과 내 약점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나의 콤플렉스를 가려줄 최고의 컨실러는 부지런함이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용기를 내어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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