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크기의 고구마는 찌면 달고 맛있지만, 큰 고구마는 튀김용으로 쓰인다고 하길래 껍질을 벗기고 최대한 얇게 썰어서 바닥에키친타월을 깔고 락앤락 통에 소분해 두었다.
하지만 막상 퇴근하고 하려니 귀찮아져서 냉장고에서 이틀을 방치해 뒀다. 이러다 만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썩어버릴까. 신경이 쓰였다.
오늘은 저녁에 튀김 하자!
아침에 미리 남편과 약속을 해두었다.퇴근하고 와서 남편이 씻는 동안 미리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보니 고구마가 수분 없이 잘 마른 상태였다.
그래, 까짓 껏 해보지 뭐. 비닐봉지 안에 튀김가루한 컵, 감자전분 한 숟가락 넣고 섞어 신나게 흔들었더니 고구마들이 하얗게 분칠이 되었다.다시 튀김가루랑 감자전분을 넣고 물을 푼 부침물을 준비해 두고 프라이팬 안에 식용유를 들이붓고 불을 올렸다. 반죽을 젓가락에 묻혀 톡 떨어트리자 금세 표면 위로 붕 떠올랐다.
먼저 하고 있어야겠다.
냉동보관을 해둘 거라서 너무 튀기면 안 되니까 적당히 익히고 꺼내서 일렬로 세워두고, 기름이 좀 빠지고 식으면 키친타월 위에 올려두기를 반복.
남편도 나와서 튀기는 작업을 하고 나는 고구마에 반죽 물 묻혀서 올려주었다. 환상의 콤비가 되어 신나는 노래까지 틀어두며 열심히 쌓아가는 고구마튀김들을 보니 굉장히 뿌듯했다.
그러다 점차.. 웃음기를 잃어갔다. 고구마가 튀겨지는 건지, 내가 튀겨진 건지.
"이제. 그만하고 싶어. "
"나도 그래. 그냥 나머지 들이부어"
2시간의 사투끝에 꽉 찬 비닐 안에 두 봉지나 나왔다. 뿌듯하긴 했지만 고구마를 이제 보기가 싫어졌다. 떡볶이랑 먹겠다고 만들었는데 뭘 얼마나 떡볶이를 먹으려고 이 고생을 했을까? 여러 차례 설거지로 고생한 남편의 어깨를 두들기며 눈물을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