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쉬는 순간 Aug 30. 2024

신혼일기 18 회사권태기 369, 저는 1년인데요.

나만의 퇴사시그널 , 나를 사랑하기 위해 퇴사합니다

많이들 하는 말이 있다. 일을 하다 보면 3년 6년 9년마다 오는 권태기를 잘 견뎌야 한다고. 나에겐 해당이 없다. 매번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으니까.

"또?"

허구한 날 직장을 옮겨 다니니 주변에서 퇴사한다거나 이직한다고 하면 훈수를 둔다. 알면서도 되로 상처받는 나도 웃기긴 하는데, 조언과 잔소리에도 뚝심 있게 내 결정대로 실행했다.

첫 직장에서 1년 6개월을 일했지만 1년  전부터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부모님은 뭘 얼마나 다녔다고 퇴사냐,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게 너한테 좋은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대로 참으며 일하다 자존감이 바스러지고 나서야 겨우 퇴사했다.


끈기도 없고 내 미래에 책임감 없는 사람인 걸까?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라며 내 작은 세계인 울타리 안에서 허덕였는데. 퇴사 이후에도 꿈속까지 쫓아와 괴롭히던 상사를 보고 깨달았다.


이지경이 될 때까지 날 돌보지 않았구나.


나뿐만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 살아간다. 일하기 싫은 사람과 의견을 맞춰가며 프로젝트를 해야 하고, 내 이야기를 몰래했던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해야 하고, 내 건강보다 먼저 회사를 신경 써야 하며,  내 의견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억눌러야만 하며 살아야 되는 거.


그러다 문득 일시정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지? 라며 의문을 품게 됐을 때. 나를 찾기 위한 퇴사의 결정이 주로 이루게 된다.


하지만 퇴사를 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떠한 도전을 해야 하고 시도를 하면서 즐거워하면 아, 나는 도전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자극을 추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데미안에서 나온 유명한 구절인데, 일상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에서 벗어나야 세계를 깨트릴 수가 있다. 그래서 퇴사 후 여행을 많이 가는 걸까?

이제 다 견딜 수 있어라고 자만하면 또 시련과 역경이 찾아와 감정적으로 행동하며 후회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인간의 본질은 참 나약하면서 단순하다. 그래, 그렇게 불안정한 인간이라, 신이 존재하는 거겠지. 인간은 평생 나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해야만 될 것이다.


이젠 퇴사 시그널이 올 땐 내 몸이 깨닫는다. 여기서 뭔가 배우지 못하거나, 누군가로 인해 내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을 때, 이유 없이 날 싫어하는 사람을 사랑하려 해도 내 뜻대로 안 되는 한계라는 걸 알았을 때. 


이런 것들이 겉으로 보이는 이유라면 내면이 외치는 소리는 나에 대해 또 다른 무언가 발굴할 게 필요할 때. 회사는 안정적이어도 내가 불안하다는 건, 내가 나를 돌볼 시간이 왔구나, 불안정한 나의 세계를 다시 깨트려야 할 시기이구나.


인생을 아주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를 돌보고 가꿔야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야 극복하는 방법도 알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준비 방법도 알게 되는 걸 테니까.


글 쓰는 행위조차 내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그래서 내가 글을 사랑하나 보다. 나를 표현하는 다른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신혼일기 17- 어딘가 이상한 그 남자의 잠버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