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21- 멀어지지 않을 영원한 친구가 생겼다.
나의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
서울에서 평택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속마음을 공유하는 친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겉핡기 식의 인간관계는 정리가 되면서 친한 친구들은 몇 안 남았다.
괜찮아, 결혼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그러면 멀어져.
전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말인데, 결혼 후 즉흥적인 만남보다 계획적인 만남의 횟수가 확실해지면서 불필요한 관계도 없어졌다. 매일 연락하고 허물없이 편안했던 친구가 한순간에 멀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허전함은 크지만 그 슬픔은 잠시라는 걸 알았다. 멀어지는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경험 상은 이러했다.
서로 사는 거리가 멀다.
이야기할 공통사가 없다.
가치관이 달라졌다.
대화의 결이 맞지 않다.
상대를 감정쓰레기통이라 생각한다.
이 중에서만 꼽아서 내가 가장 관계를 정리하기에 선순위였던 건 거리였다. 내 시간을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먼 거리를 가야 하는데, 왜 시간이 아깝다고 여겨지지? 왜 마음은 가고 싶지 않아 질까. 갔다 오면 정신적으로 지친 느낌이 들 때, 내가 이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하나?. 별의별 생각들이 든다. 만나는 데 있어서 상대와 보내는 시간이 내가 아깝다고 여겨지는지 판단해 본다.
내가 까다로운 편인 건가?
학창 시절을 돌이켰을 때 아는 친구가 많을수록 내 관계는 풍족해진다는 걸로 착각해서 깊이 사귀지 못하고 좁게 사귀었던 관계들 속에서 막상 힘들 때 마음 터놓을 친구가 없었다. 혼자 남겨졌을 때 뒤에서 들린 험담과 배신, 이런 감정은 내 세계를 통째로 흔들어 위축되게 만들었다. 끔찍했던 중학생 시절, 매일 같이 울며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다. 오로지 잘못은 나에게서 찾으며 억울하지만 참아야 했다. 친구와 틀어질 관계, 영영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매김을 했다..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관계에 연연하며 살았을까?
학교와 학원에 시간을 많이 쏟다 보니, 마음 통하는 건 친구뿐이어서 그랬으려나? 한 번 사귄 친구는 평생 갈 친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돼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상처받은 마음이 평안에 이르렀다.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을 하니, 관계에 유해졌다. 힘든 시대에 관계에 연연하다가는 날 지키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달았다.
떠나는 인연은 억지로 붙잡지 말자.
이유 없이 날 미워하는 친구는 떠나보내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맞춰주지 말자.
나를 위해서 건강한 관계를 맺자. 내 곁에는 날 믿어주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다. 소중하게 대하자. 마음이 통하고 가까울지언정 쉽게 상대의 시간을 우습게 생각하지 말자.
앞으로도 내 곁을 떠나거나 멀어지거나 새롭게 만나는 사람은 수두룩 하겠지만 그 관계 안에서 계속 내 곁에 있을 사람은 남편 밖에 없다.
무슨 상황을 직면하던지, 내가 힘들 때나 불안할 때도 곁에서 쓰러지지 않게 잡아 줄 사람.
결혼하지 못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든든함이다. 연애할 때 보다 결혼하고 나니 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나에게 평생의 좋은 친구가 생겼다. 결혼선언문에서 낭독했던 것처럼 나랑 죽기까지 영원한 친구가 되어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