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 22 - 며느리를 사랑한 시어머님
우리 집에 복을 가져다주는 남편의 가족들
신혼부부들 가운데 이혼 사유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등은 고부갈등이다.
감사하게도, 정말 감사하게도, 남편보다 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시는 시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 '신혼 3년 차에 무슨, 그쯤은 잘해주시는 시기지 뭘.'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너희 시부모님은 좋으신 분들이잖아.
넌 참 복이 많아.
주변 친구들과 부모님은 나를 매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칭했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고, 친척 없이, 어른 없이 집안 행사 하나도 모르는 내가 배려 많으신 분들을 만나서 서툴러도 남편이 중간에서 잘 중재했고, 시부모님은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니.
동생조차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언니가 잘 살고 있어서, 오빠네 부모님은 좋으신 분들이잖아.라고 가끔 이야기하는 걸 보면 동생도 나중에 만날 배우자의 부모님을 만나기 전 내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왜 그런 고부간의 갈등이 생기는 걸까.
같은 여자로서 한 집안으로 시집을 왔고 존중받아 마땅할 사람들인데,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마치 직장 내 괴롭힘처럼. 식구들이 다 모여 찬밥신세 되는 며느리들의 사례들을 보면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시어머님께서는 20년 가까이 시할머님과 함께 살면서 여러 고충이 있으셨다. 따로 나와 살게 된 지 4년이 넘어간 시점이지만, 가끔 말씀하시는 어머님이 고생하셨던 그 상황들을 내가 공감할 순 없지만 마음속 응어리가 진 부분을 나는 여자로서 공감할 수 있었다. 어머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나는 충분한 공감과 위로를 해드린다.
어쩌다 시어머님께서 주변 지인들이 네가 힘들었으니 네 며느리한테 그렇게 되는 거 아니냐고 들었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그럴수록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나에게는 그 말이 감사할 따름이다.
시어머님은 장점이 많으신 분인데 첫 번째는 웃음이 참 많으신 분이다. 항상 미소로 안아주시고, 가끔 남편에게 걸려 온 영상 통화에서도 나에게 거리낌 없이 사랑표현을 하셨다.
00야 사랑해요~
처음엔 그런 말투에 낯설어서 아, 네네.라고 어색하게 답변하다가 그런 답변도 좀 이상한 듯해서 아, 네 저도요.라고 이야기했다가 이제는 자연스레 저도 사랑합니다. 어머님~ 이라며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곤 한다.
친정으로 향하는 우리 부부를 번갈아 껴안아주실 때도 어색하게 인사를 드렸다. 이후로 친정 집에 갔을 때 남편은 부모님께 안아드리는 것처럼 장인어른께 그대로 행동했는데 가족 외엔 그런 접촉이 없던 아빠는 쑥스럽지만 싫지 않은 표정을 지으셨다. 이제는 오빠가 끌어안을 때 행복한 표정인 아빠를 보면, 사랑을 많이 받은 남편을 만나야 상대의 집안도 행복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시어머님은 나눔의 여왕이시다. 결혼 전에는 시부모님 두 분 다 대가족이라는 걸 들었지만 몸소 깨닫지 못했다. 연락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더 행복한 건가. 아니면 귀찮을까. 귀찮은 쪽이 더 가깝지 않나? 그 많은 가족들을 언제 만나. 친구들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만나기야 또 하겠어.
예상과 다르게 20명 가까이 된 무리가 한 곳에 모여 이야기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분들 가운데 농사하시는 분들이 나눠 준 과일이며, 구황작물, 채소 들은 우리에게도 주시지만, 나와 남편보다 내 부모님을 먼저 챙겨주신다.
엄마는 그런 베풂이 참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신기한 감정을 느끼는 것만 같았다. 남편이 한아름 싸들고 엄마에게 갖다 주면 어쩔 줄 몰라하면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엄마를 보면서.
"사돈~ 항상 감사드려요. 저희 매번 챙겨주셔서.
너무 많아서 근처 사는 친구들한테 나눔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저희 손에서 떠난 건 사돈 뜻대로 하세요!"
"얘 00아 뭐 해. 이번에 사돈이 주신 청양고추 있는데 지금 올 수 있니?"
주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며 신나게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번에 시부모님께서 집으로 놀러 와서 장어와 소고기를 구워주셨는데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00야. 이번엔 우리 요리하지 말고 어디 놀러 가자.
매번 명절 때마다 너희 둘이 와서 힘들게 요리만 시키는 것 같은데. 엄마도 요리 그만하고 싶어."
"좋아요!!"
"근데 너희 부모님한테 못 갖다 드려서 어떡하니?"
" 괜찮아요!"
시부모님은 사랑이 많으신 분이다. 나를 존중해 주시는 고마운 시어머님과 아버님을 만나 감사하다. 두 분의 삶이 행복하셨으면 하고 이 세상의 고부간의 갈등은 앞으로 조금씩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학사전에 며느리의 뜻은 한 집안에 좋은 복을 가져다준다는 복덩이라 소중하게 대하는 존재.라고 고쳐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