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또 다른 도전

직종변경에 대한 두려움

by 숨쉬는 순간

10년 가까이 담궜던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결정한 일이다.

병원에서 마지막 퇴사를 앞 둔 한 달 동안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출근 하기가 두렵고 하루를 어떻게 버티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었다. 일을 통해 느꼈던 보람도 사라진지 오래다. 어느 순간 일 보다 사람을 상대하러 가고 있다는 생각을 느끼고 나서부터였다. 그만 두고 나니 병원 일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이라도 해보자. 늘상 그래왔듯이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었다.


교육학과를 나오지도 않은 내가, 아이들 교육에 갑자기 관심이 생긴 건 내 스스로도 의아한 일이긴 하다.

엄마는 글 쓸 때부터 내 관심사는 매번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다. 계속 병원 일을 하다가 중간에 글을 쓰더니 갑자기 아이들 교육이라니. 내 몸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하라고 핀잔을 주었다. 딸로서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그저 독서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느낌. 교육에 대한 호기심. 마음에서 외치고 있었으니까. 해보지 뭐.


30대의 도전, 쉽지 않다.


독서 논술학원에 있는 대로 무작정 지원했다. 계속 같은 직종에서만 있다보니 뽑아주는 곳도 없다. 이력서에 쓸 건 병원 경력 뿐이라서 쓰는 내 스스로도 이게..되려나? 두 권의 출간 경력이 그나마 나에게 큰 메리트였으니. 물론 출간과 교육은 전혀 다른 만큼 거절의사가 많았다. 거절은 당연하다. 거절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공부방도 브랜드 마다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해보라고 하는데 참 이상했다. 막상 하라고 하니 망설여지는 이유는 또 뭘까?


안되겠는데? 에이 해봐? 아냐. 그러다 망하면?


퇴사하고 뭐든 해보자! 강한 포부를 보였지만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겁쟁이가 따로 없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아, 좀만 더 생각해보고 연락 드릴게요. 집으로 달려와 공부방 카페를 가입해서 댓글을 꼼꼼히 살펴봤다. 막상 집에서 공부방을 열려고 하니, 이런 저런 제약들이 따랐다.


변명이 많은 건가? 아니면 머리가 한 쪽으로 굳었나? 아니지, 난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그러다 병원 공고를 다시 드러다보던 중 치과 보조 알바가 눈에 들어왔다. 치과라면 병원과 조금 다른 틀이고? 집도 가깝고 텃세도 없다고 적혀 있다. 괜찮은데? 하고 면접을 보고 나왔다. 월욜부터 나오세요. 붙었다!

붙으니 또 기분은 좋아져서 나왔다. 엄마 치과 붙었어! 잘됐지!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어.


어린 아이의 웃음 소리, 장난끼 많은 대화, 평소 자주 읽는 어린이 동화. 머릿 속을 맴돌았다. 30대는 이리저리 방황을 많이 하는건가? 나만 이러나? 아니야. 그러진 않겠지. 그 동안 친구들은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미래를 위해 참으며. 경력을 쌓고 월급을 높여 이직하고. 내 스스로 조급해진 마음에 알아보다가 뭐도 못해 되돌아온 상황이 마음이 불편해져서 기도 했다.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어요. 제가 겁이 많아서 하기 전에 생각이 너무 많아요. 망설이고 변명을 찾아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서툰 기도 직후 성경을 펴서 한 장을 읽고 다음 장을 읽을 때 문자가 왔다. 독서논술학원이었다. 학원으로 다시 와보라는 문자. 2주 안으로 연락을 주신다 하셨는데 연락이 없어 포기했는데 다시 올 줄이야. 가슴이 두근거렸다. 퇴사 하기 전 출근할 때와 다른 두근거림.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학원으로 갈 때 출판사 대표님을 찾아갈 때 느꼈던 동일한 기분을 느끼며. 원장님은 간절한 내 모습에서 뭔가를 본 게 틀림없었다.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갔고 학원을 나왔다. 기회가 생긴 것이다.


30대에 직종 변경, 안하는 것보다 시도해보기.


선생님한테 다시 2주 뒤 방문했을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을 배우고, 처음엔 당연히 어려우니 같이 해보면서 가르치는 요일도 늘려보자고 의견을 주셨다. 계속 두드리면 열린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사실 지금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비록 1시간일지라도 수업 방식을 녹음하고 완벽하진 못해도 아이들에게 독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주 작은 시도, 작은 변화일지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 도전해 본 게 참 뿌듯하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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