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내용상 직접적인 외설 표현은 없습니다만, 대략 만 15세 이상인 분이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급적이면 한강 작가님의 작품과 관련된 글은 안 쓰려고 했었습니다. 인기에 편승하는 건 좋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분들이 각자의 생각을 말씀하고 계셔서 희소성이 떨어질 것 같았거든요.
다만, 이게 '외설' 논란으로 번지면서 나름 한 마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 저 자신이 19금 야설 쓰는 외설작가니까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는 영상물 등에서 시행하는 '연령별 등급제'는 찬성합니다. 각 등급에 맞게 적절히 규제를 풀어 나가야 하고 우리나라의 10선비 유교탈레반 문화에서는 그 시기가 너무 늦긴 합니다만 등급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운영만 잘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일단 19금 붙여서 나오는 작품들은 원칙적으로 어떠한 제한도 가해서는 안 됩니다. 성인(成人)에 대해서까지 문화콘텐츠를 제한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어요. 검열국가에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뭐 오늘의 주제는 19금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아니니 이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살펴볼 주제는 [전체관람가 소설에서 외설적 표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입니다.
물론 '전체관람가'라고 하지만 아동용 소설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다수 소설은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겠죠. 정통문학이든 웹소설이든, 출판서적이든 인터넷 버전이든 간에 돈 내고 소설책 사 보려면 만 12세는 되어야 할 겁니다.
잡다한 얘기를 늘어놓기보다는 사례 중심으로 보는 게 낫습니다. 본론 넘어가서 기존 고전명작 사례부터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2. 본론
(1) 고전명작의 외설적 표현들
일단 한 가지 전제를 깔고 가겠습니다. 흔히 고전명작으로 분류되는 작품 중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성애를 묘사하는 소설'은 빼겠습니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 창녀 나나, 데카메론 등은 제가 고딩 때 읽었던 세계명작전집에 뙇 들어가 있었고 이 작품들에 나오는 성애묘사는 19금 야설 못지않게 강렬하지만 일단은 빼겠습니다. 불핀치 버전의 그리스로마 신화도 제외하도록 하죠.
아래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준에서 끝냅니다. 다만, '글 읽기'의 특성상 상상력만 자극해 줘도 충분합니다. 이하 생략된 내용은 독자 스스로 채워넣게 되어 있죠. 그런 게 소설입니다.
뭐, 일부 응용력 부족한 암기노예들은 '구체적인 묘사가 없으니까 세계명작이에욧 빼애애액!'을 시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암기노예들은 위에 언급한 목록의 '구체적으로 강렬하게 야한 장면 묘사하는 작품'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고딩 때 이 작품들을 읽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좋은 대학 갔다는 건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
자, 조금 완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작품들을 살펴보죠.
1)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제가 19금 야설 쓸 때 가끔 써먹는 표현이 있습니다. "XX(대충 여성 생식기를 의미하는 단어)에 금테 둘렀냐?" 라는 표현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작가 완전 ㅇㅇㅊ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매우 저속한 표현이긴 하죠.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저속한 표현을 제가 처음 본 게 바로 '죄와 벌' 이었습니다. 고딩 때 읽었죠. 요약본 말고 원본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버전이었을 겁니다.
저 표현은 '죄와 벌'의 여주인공 '쏘냐'의 가정환경과 직업을 묘사할 때 나옵니다.
읽어 보신 분들을 다들 아시다시피 쏘냐는 창녀(娼女)인데요. (요즘 일부 집단에서는 '성매매노동자'라는 용어를 밀어붙이는 것 같습니다만 작품에 맞춰 원래 용어를 쓰겠습니다) 쏘냐가 창녀로 데뷔(!)할 때 저 표현이 등장합니다.
쏘냐의 아버지는 하급 공무원이었으나 무척 가난했습니다. 어머니는 새엄마. 가난한 와중에 가족이 먹고 살려면 큰딸인 쏘냐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어머니가 말합니다. "젊은 여자가 돈 벌긴 쉽잖아. XX에 금테 두른 거도 아니고."
그 말을 들은 쏘냐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쏘냐는 몇십 루블의 돈을 들고 들어와 탁자에 집어던지고 침대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립니다.
세계명작 '죄와 벌'.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읽히시겠습니까?
2) 헤르만 헤세 '데미안'
데미안은 제가 중딩 때 읽었습니다. 중1 때 국어쌤이 추천한 도서목록 중에 '데미안'이 있었죠.
읽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데미안의 주인공은 데미안이 아닙니다. '씽클레어'가 주인공입니다. 대충 한국 중딩 나이에 학폭에 시달리던 주인공을 데미안이 구출해 주는 게 인연이 되어 친해지고 여러 가지 일을 겪는 내용이죠.
이 작품 후반부에 가면... (현대 서브컬처 용어로) 매우 애매모호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현대용어로 요약하면 '느금마따묵'.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엄마를 사랑합니다. 아마 그 엄마 이름이 '에바'였나 그랬을 텐데, 10대 후반 고딩 무렵의 싱클레어가 30대 중후반 에바를 사랑하고 이성으로서 갈망합니다. 에바쎄바케바 설정이죠.
솔직히 이게 현실 상황이라면... 싱클레어는 가장 힘들 때 자기를 도와 준 친구 데미안에게 '느금마따묵'을 시전하는 셈입니다. 현실이면 쌩양아취 그 잡채죠.
그런데 소설에서는 다들 꽤 담담합니다. 데미안도 담담하고 그 엄마 에바는 (에바쎄바케바하게도) 더 담담합니다. 오히려 싱클레어의 사랑을 받아 줄 듯 말 듯 감질나는 모습까지 보여 줍니다.
제가 알기로 헤르만 헤세는 노벨문학상 받았을 거예요. 나치독일에 협조한 혐의가 있어서 어렵다고 했지만 받긴 받았을 겁니다.
제가 중딩 때 읽은 명작소설 데미안. 님들의 자식에게 읽히시겠습니까?
3) 마가렛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는 꺾이지 않는 영혼의 소유자인 동시에 팜므파탈의 대명사 중 하나입니다. 영화 버전의 '비비안 리'는 시대를 초월한 미모로 유명하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전반적으로 에로틱 표현이 많은 편인데, 그 중 하나만 얘기하겠습니다. (잠시 영어 쓰면 BBC multi-gangbang. 해석은 각자 알아서.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깨지고 스칼렛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도 황폐화되었을 때, 스칼렛은 어떻게든 농장을 일궈 먹고 살려고 발악을 합니다. 그러다가 마차를 타고 멀리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해가 저뭅니다. 그리고 흑인 부랑자들의 습격을 받게 되죠.
흑인 부랑자들이 돈만 뺏어갈 리 없습니다. 스칼렛의 옷이 다 찢어지고 진짜로 흉악한 일이 벌어질 뻔 합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헬조선 기준으로) VPN만 우회하면 볼 수 있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 꾸준히 인기를 끄는(?) BBC multi-gangbang이 펼쳐지기 직전까지 갑니다.
다행히 오하라 가문에 충성하던 흑인노예(이때쯤에는 자유민이지만 그래도 주인가문에 충성하는 1인)가 달려와 스칼렛을 구해냅니다. 다 찢어진 스칼렛의 옷 사이를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눈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죠. 스칼렛은 옷깃을 여미며 눈물을 터뜨립니다.
청소년 유해도서 선정하겠다고 나대나대 하시는 분들. 고딩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정도는 보셨겠죠? 아님 말고.
4)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분노의 포도. 제목만 읽어 보면 무슨 판타지 제목 같습니다. 식물이 자유의지를 얻은 세상에서 포도나무가 사람 썰어버리는 설정 같죠.
뭐 그런 건 아니구요. 1920년대 대공황 당시 농지를 잃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해야 하는 미국 농부들의 분노를 담은 작품입니다. 명확히 주인공을 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 감옥에서 차량정비를 배운 남자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 주연 급 남자에게는 20대 초반의 여동생이 있는데요. 이 여동생은 임신한 상태로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자동차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여동생의 남편은 도망가 버리죠.
남편의 비겁함을 탓할 새도 없이 젊은 여인은 출산을 하게 됩니다. 결과는... 사산(死産).
아기는 죽은 채 태어났지만 여인의 몸은 모유수유를 준비합니다. 그 때 주인공 가족은 '굶어 죽기 직전의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기는 죽어버린 20대 초반의 젊은 여인.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결심합니다.
[처음 보는 중년 남자에게 모유를 먹여 주겠다]는 결심을.
굶주린 중년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 젊은 여인의 모유를 받아먹습니다. 그게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생존 의지에 넘치는 장면이지만... 고딩 때 보니까 꽤 강렬한 충동을 일으키더군요. '락토필리아'라고 하죠.
이것도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하시렵니까?
* 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출판 당시 기준으로 '백년 동안의 고독')
특별히 별표를 쳤습니다. 그만큼 강조하고 싶은 주제라는 얘기죠^^.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탄 건 대략 `80년대 중후반이었을 겁니다. 당시 저는 중딩이었죠. 고딩이었던 누나가 '백년의 고독'(당시에는 '백년 동안의 고독')을 사 왔었고 저도 읽었습니다.
여기에는 만9세 된 소녀가 나옵니다. 19세 아니고 9세! 당시 저는 만 나이로 안 보고 그냥 한국식 나이로 봤는데 그러면 초등2학년입니다. 만 나이로 계산해도 3~4학년이죠.
이 작품에서는 만9세 소녀가 생리를 하고 곧바로 결혼을 해 버립니다. 그리고 임신을 하죠. 무려 쌍둥이를.
자세한 설명 필요없습니다. '페도필리아'죠. 소아성애 그 잡채입니다.
2010년 이후 현실과 무관한 가상의 2D소녀까지 때려잡겠다는 유교탈레반 10선비 국가는 `80년대에 페도필리아 작품을 뙇 출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중딩이었던 저는 그 소설을 읽었었고 그냥 무난하게 사회생활 하는 중입니다.
극성 학부모님들. 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작품도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하셔야죠. 안 읽어 봐서 모르시면 공부 좀 하시고.
(2) 현재 헬조선의 표현 범위
앞에 예시를 들면서 잠깐 얘기했듯이, 지금 얘기한 작품들은 모두 세계명작 전집에 들어가거나 /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언급한 작품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성애장면을 묘사하는 작품들(채털리 부인의 사랑, 창녀 나나, 데카메론 등)도 많구요. 출판서적의 특성상 중딩도 그 내용 다 읽을 수 있고 제가 중~고딩 때 다 읽었었습니다.
1980년대 ~ 90년대에 다 출판되던 소설들을 지금 헬조선의 유교탈레반 시각으로 본다면? 저자 이름만 가리고 각 표현만 공개한다면?
"엄훠 엄훠 너무 유해해욧 이건 어른들한테도 금지시켜야 해욧 빼애애액!" 이 나올 겁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조까. 헤르만 헤세 따윈 듣보르자브 취급. 남미에서 받은 노벨문학상은 인정 못해. 뭐 이 수준으로 대응하겠죠.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이뤄 냈다는 사람들이 유교탈레반과 뒤섞여 헛소리 찍찍 내뱉는 시대.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일상화된 모습입니다. 여윽시 헬조선.
(3) 유교탈레반과 여성운동의 환장적 콜라보
소위 '뷔페미'에 대해서는 따로 글 하나 쓸 예정인데, 일단 이 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이 자체적으로 퇴화(!)하면서 유교탈레반과 결합하는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주 그냥 모순 그 잡채죠. 성 해방을 외치던 유럽식 리버럴 페미니즘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무슨 정신병인가?' 라고 눈을 비빌 정도입니다.
좋은 것만 빼먹겠다는 뷔페식 마인드. 의무는 필요없고 권리만 누리겠다는 마인드. 정작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딱지만큼의 고마움도 없고 스스로의 논리모순에 대해 자체검토할 능지도 없으면서 '해줘 빼애애액!'만 외치는 마인드.
이 대단한 뷔페미니즘이 10선비 유교탈레반을 만났을 때. 무한검열이 시작되었습니다.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환장의 검열쇼가 펼쳐졌습니다.
저 앞에 나열한 세계명작 소설의 에로틱 요소들을 그대로 옮겨 쓴다면... 저 무식한 뷔페미와 유교탈레반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유해하다고 설치겠죠. 각 소설의 원래 표현을 알지 못하니 더더욱 빼애액거리겠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겠죠.
뭐 제가 비판한다고 해서 저들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저들은 모순을 먹고 사는 정신병자들이니까요.
(4) 결론 : 나는 19금 야설을 쓴다
서두에 말했듯이 저는 연령별 등급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강아지똥 읽을 나이의 아동들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을 필요는 없죠. 칼로 사람 뱃가죽 베어서 창자줄넘기 하는 작품을 초딩들에게 보여 줄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19금을 달면 '원칙적으로 무제한'이어야 합니다. 성인이면서도 스스로를 통제 못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국가에서 개별적으로 솎아내 처리하시고, 자체적으로 통제능력을 갖춘 어른이라면 누구나 '무제한에 가까운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저는 읽는 것보다 '쓰는 쪽'을 택했습니다. 가장 혐오스러운 표현과 가장 외설스러운 표현을 극한까지 상상하고 그걸 활자로 표현해 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뷔페미? 10선비 유교탈레반? 다 덤비세요. 드루와 드루와.
끝까지 가 봅시다. 당신들의 10선비 환장콜라보가 이길지, 내 19금 상상력이 이길지. 결과가 말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