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텐데, 제목에 쓴 [~세요 룰~루]는 예전에 유행했던 광고 멘트를 살짝 바꾼 겁니다. [닦지말고 씻으세요 룰~루]라는 비데 광고 멘트였죠.
당시 (미국 드라마 '프랜즈'의 설정을 표절까지는 아니고 대충 모방한)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한참 인기 있었던 윤다훈 배우가 광고를 맡았었습니다. 비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나름 신선한 광고였던 것 같아요.
(물론 비데 쓴다고 해서 씻기만 하고 안 닦을 수는 없습니다. 바지에 오줌 싼 것처럼 찝찝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려면 잘 닦아 줘야죠;;)
이 유쾌한 광고 노래를 매우 불길하고 어둡고 증오 가득한 멘트로 바꿨습니다.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사람 죽일 때 저렇게 읊조리면 상당히 섬뜩하겠죠. 칼로 푹푹 쑤시면서 '룰~루~' 콧노래 부르고 있으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죽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매우 찝찝하고 불쾌할 겁니다.
그.러.나!
저는 불쾌한 증오 표현을 자주 씁니다. 뭐 현실에서 그러는 건 아니구요. 19금 소설을 쓰는 하꼬 소설가답게 폭력으로 얼룩진 증오소설을 쓸 때 '즐겁게 사람 죽인다!'는 컨셉으로 '룰~루~'를 넣곤 합니다.
굳이 미리 변명(쁠레도이예. 프랑스어 plaidoyer는 변명이라기보다는 '반론', '반박'에 가까운 의미입니다.)을 하자면... 전에 다른 글에 썼듯이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격언을 옮기는 게 좋겠네요.
[내가 역겨운 표현을 쓰는 것은 스스로 역겨워지려는 게 아니라 그 역겨움을 재현하려는 것이며, 모든 역량을 다해 그 역겨운 것을 드러내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또 정확히 무엇인지 밝히려는 것이다.]
제가 19금 소설에서 (또 가끔 12세 이상 열람가능한 소설에서도) 꾸준히 '증오와 폭력'을 다루는 것은, 그 증오와 폭력이 인간 내면의 본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본질적인 증오와 폭력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묘사해서 그 정체를 밝히는 작업입니다. 제 역량이 필립 로스보다는 못하겠지만 일단 작가(作家)라는 이름을 단 이상 제 역량의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려는 것입니다.
뭐, 그 전에 제가 소시오패스라서 그런 것도 있죠. 현실에서 사람 죽이고 다니면 처벌받으니 소설 속에서나마 사람 죽이는 겁니다. 그런 게 대리만족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이렇게 변명(반론)을 깔아 놔도 "엄훠 엄훠 마음대로 사람 죽이는 소설이라니 모방범죄 발생할까봐 무서워욧 빼애애액!'을 외치는 저능지 소유자가 있다면...
눈을 들어 19금 BL 키워드만 검색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장내배뇨 원홀투스틱 다공일수. 뭐 여기까지.
남의 대장에 뭔가 막대기 비슷한 걸 집어넣고 오줌싸는 소설. 구멍 하나에 막대기 두 개 넣는 소설. 아예 여러 명이 여러 개의 막대기를 구멍 하나에 번갈아 넣는 소설.
이게 요즘 19금 여성향 BL의 트렌드입니다. 플라스틱 막대기로 사람 항문 쑤셔서 사망의 결과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범죄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데도 19금 BL 쪽에는 '모방범죄 무서워욧 빼애애액!' 주장이 없네요. 어익후 선택적 모방범죄 주장이 더 무서워요. 도대체 얼마나 지능이 낮으면 이런 선택적 주장을 수용할 수가 있죠? 납득이 안 되네 납득이.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내로남불 공격이 넘쳐나는 헬조선에서 19금 소설 쓰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변명이 길어지게 되니 이해해 주시고.
본론 넘어가겠습니다. 제목대로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컨셉의 소설을 기획하고 있는데, 곧바로 시나리오부터 읊어 보겠습니다.
2. 본론
(1) 시나리오 :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 1부 : 살인3대
주인공은 고3. 그리고...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살인자'다.
할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용사였다. 뭐 일부에서는 '용사'라고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침략자'라고 부른다. 각자의 시선은 알아서 하시고. 문제는 월남전에서 복귀한 이후에 터졌었다.
월남전 참전 수당으로 받은 돈을 (당시 국가가 절반 넘게 떼먹었지만) 사기로 홀랑 날려먹은 문제였다. 할아버지는 절망했고 그 사기꾼을 찾아가 칼로 난도질했다. 사형 처벌이 사롸있던 시절이니 당연히 사형.
아버지는 '퐁퐁남'이었다. 뭐 일부에서는 '혐오표현이에욧 빼애애액!'을 시전하지만 퐁퐁당한 건 사실이니 각자 알아서 하시고. 퐁퐁 당했으면 짜장그릇 깨버려야지. 사형은 없어졌지만 감옥 가면 괴로울 테니 대충 셀프사형 엔딩.
가정환경이 좋을 리 없다. 아버지의 유산을 노린 친척들이 나를 거둬 주긴 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을 해 줄 리 없다. 고3이긴 하지만 학원은 언감생심이고 공부할 환경조차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학교에서 놀아나는 일진들은 '먹잇감'을 찾는 데에 귀신이다. 괴롭혀도 문제 없을 것 같은 사회적 약자를 찾아내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본능적인 감각은 일진 찌꺼기들이 최고다.
나는 '따까리'다. 매일 일진들에게 처맞고 빵셔틀하고 가끔 도둑질까지 해야 하는 '따까리'다.
이렇게 살아야 할까?
매일 자살을 생각한다. 어머니를 죽였던 아버지가 스스로 셀프사형을 집행했던 것처럼, 나 또한 일진 따까리로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으음. 그런데 말입니다.
늦게 일어난 어느 날 오전. 횟집 앞에 버려져 있는 '사시미 칼'을 봤다. 약간 녹이 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서슬퍼렇게 날이 살아 있는 40cm 칼날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칼을 가방에 넣고 학교로 갔다. 평소처럼 일진들이 나를 불러냈을 때... 그 칼을 꼬나쥐고 힘껏 내질렀다.
푸우욱!
살인 3대. 막상 해 보니까 별 거 아니네. 일진들이 엄청 센 것 같아도 배때지에 칼 꽂혀서 창자 쏟아지면 쥐뿔 없다.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 2부 : 자식을 잃은 차장검사
당연히 감옥에 갔다. 일단은 만19세가 되지 않았으니 소년범이긴 하다.
그런데... 어떤 검사가 '개인적으로' 나를 만나겠다고 한다. 차장검사면 부장검사보다 높은 건가? 낮은 건가?
50살 정도 되어 보이는 검사는 나를 1대1로 만났다. 그리고...
"내 자식이 학폭으로 자살했어. 널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더구나."
어? 이 아재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야? 내가 일진 배때지에 사시미 쑤셔넣은 게 친한 척 할 일이야?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차장검사가 제안을 한다.
"널 풀어 줄 수 있다. 죽은 걸로 위장해서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나한테는 그럴 능력이 있다.
내 아들의 복수만 해 준다면 그렇게 해 주겠다."
뭐? 이 검사 아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가능한 일이었다. 이 차장검사는 법의관 한 명의 약점을 잡아 뒀었고, 그 법의관이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주면 나는 구치소에서 죽은 걸로 처리되어 신분이 말소된 채 살아 나갈 수 있었다.
[차장검사 아들의 복수]를 수락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안 할 이유 없잖아?
- 3부 : 본격적으로 노래한다.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구치소에서 목을 맸지만 기절했을 뿐이었다. 죽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차장검사에게 약점 잡힌 법의관은 내가 죽은 걸로 허위서류를 꾸몄다. 사망자 시체는 적절히 노숙자 시체와 바꿔치기 해 줬고.
나는 살아 있지만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지문을 뭉개 버리는 시술도 받았고 일본도를 비롯한 각종 살상무기도 지급받았다.
훈련도 했다. 차장검사는 나 이전에도 복수계획을 세웠던 듯 퇴역군인이 나를 훈련시켜 줬다.
복수 그까이거 가볍게 실행해 줘. 일진이고 나발이고 일본도로 썰어버리면 다 뒈진다. 인간은 호모 하빌리스, 연장질의 동물이여!
복수는 쉬웠다. 그 다음에 '또 다른 의뢰'가 있었지만 그것도 쉬웠다.
나는 어느새 전문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
- 4부 : 정말로 학폭이 원인이었나?
열심히 사람 죽이던 와중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차장검사 아들이면 아버지 끗발 때문이라도 일진들이 함부로 하지 못했을 텐데. 왜 자살했을까?'
차장검사 아들을 자살로 몰아넣었다는 일진들도 나름 상류층 자식들이었다. 있는 놈들 자식답게 은근슬쩍 스리슬쩍 '은따'를 하긴 했지만 대놓고 구타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자살의 진짜 원인. 그것이 알고 싶다.
뭐 뻔하다. 자식이 자살해서 부모가 남 탓 할 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모 쪽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더라.
차장검사. 그에게 약점 잡힌 법의관.
니들도 문제 많구나. '부패한 권력층'이 딱 너희들이구나.
니들 배때지에는 칼 안 들어갈 줄 알았냐? 죽지말고 죽이세요 룰~루~.
- 5부 : 당신이 오랫동안 심연을 바라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바라볼 것이다.
이 전개에서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주인공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맨스(?)에 휘말려 죽는 게 그나마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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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는 여기까지입니다.
(2) 언제 쓸 수 있을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제 많은 소설 시나리오가 그러하듯이, 이것도 쉽게 쓸 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리니지 운영하는 엔씨소프트 식으로 말하면) '돈이 될까?'라는 의문이 따라붙습니다.
아마 잘 안 팔릴 겁니다. 저에게 필립 로스 수준의 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시미로 사람 쑤셔서 창자 쏟아지는 묘사로 일관하면 읽기 부담스럽겠죠. 제가 독자님들이라도 안 읽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써야겠죠. 소설수익과 무관하게 '제가 쓰고 싶은 글'이니까요.
언젠가 쓸 겁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