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불안을 없애는 방법만 찾으러 다녔다. 돈 걱정이 사라지면 괜찮을 것 같았고, 몸이 완벽해지면 평온해질 것 같았으며, 모든 계획이 정리되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믿었다. 불안을 인생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불안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더라. 돈은 여전히 필요하고, 몸은 매일 정성껏 관리해야 하며, 아이들에 대한 걱정 또한 끝이 없다. 불안은 지워내는 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 걸어가야 할 그림자에 가깝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예전에는 불안이 엄습하면 그 자리에 멈춰 서곤 했다. 돈 걱정이 시작되면 하루 전체가 무거워지고, 거울 속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감은 금세 시들었다. 미래가 막막해질수록 더 완벽한 계획과 준비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완벽을 기다릴수록 발걸음은 늘 제자리였다. 지금 예전보다 덜 흔들리는 이유는 불안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 줄 나만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막했던 퇴사 초기, 무자본 창업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수많은 인연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배운 진리는 하나다. 완벽한 상태가 되어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기준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제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돈은 현실을 지탱하는 유능한 도구라는 것.
둘째, 몸은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정직한 기반이라는 것.
셋째, 가족은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다정한 이유라는 것.
이 세 가지를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이후로, 마음의 일렁임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욕심은 많다. 돈도 벌고 싶고, 몸도 단정하게 관리하고 싶으며, 아이들도 잘 키워내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완벽하게 해내는 삶은 빠르게 달리는 삶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는 삶이라는 것을.
그래서 완벽한 균형이라는 환상을 내려놓고 '끊임없는 조정'을 택한다. 어떤 날은 돈에 조금 더 집중하고, 어떤 날은 무너진 몸을 먼저 돌보며, 어떤 날은 모든 걸 뒤로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시계추가 좌우로 흔들리면서도 결국 중심을 찾아가듯, 매일 조금씩 방향을 수정하며 나아갈 뿐이다. 완벽하게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지속할 수 있는 속도로 하나씩 챙겨 나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의 삶이다.
불안은 여전히 곁에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를 붙잡아 주는 기준이 있는 한, 어제보다 조금 덜 흔들릴 것이고, 그 정도면 충분히 잘 가고 있는 셈이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채로, 조금 덜 불안한 쪽을 선택한다. 그 선택들이 모여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일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