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주체적인 인간도 시간의 작용 앞에서는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그것은 그저 흐를 뿐이다.
다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시간의 무심한 흐름에도 미세하나마 결이 있고, 박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늘 한 박자 늦게 깨닫곤 한다. 그러면서도 늘 반 박자 빠르게 결정하는 사람이라 세상에 무수한 행운을 이렇게도 모조리 피할 수 있느냐며 한탄하기엔 면구스럽다.
나는 또한 대세보다는 틈새에 매력을 느끼곤 했는데 크고 강한 흐름에 반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는데도 왜 그렇게 지기 싫어 아등바등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흐르는 것은 그저 흐르지 않는다. 결이 있고 박자가 있다. 그러므로 그저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닿아 느껴봐야 한다.
'진정 주체적인 인간'을 정의한다면, 큰 흐름을 수용하되, '결'과 '박자'를 몸소 체현하는 인간이라고 할 것이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있다. 억지로 감정을 싣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맡기는 마음 자세란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깨닫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독일 경매에 등장한 238년 된 모차르트 자필 악보/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