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여행 등 서비스 판매 제외한 수치임 (온라인쇼핑동향 조사에 따른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2020년 기준 159.4조(여행, 배달 제외시 127.1조)임)
- 무점포 소매에 홈쇼핑 및 T커머스가 포함되어 있음 : 12조 규모
※ 통계청 설명
○ 첫째, 온라인쇼핑동향조사는 인터넷상의 쇼핑몰(온라인전용과 온·오프병행업체 모두 포함)을 대상으로
한 거래를 조사하는 반면, 소매판매액 통계에서는 순수 온라인 쇼핑몰만 조사합니다.
○ 둘째,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서는 일부 서비스업(여행, 교통, 문화, 레저 등 각종서비스)이 포함되어
있지만, 소매판매액 통계에서는 상품(재화)의 판매만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논하는 레거시 리테일러는 위의 표 상으로 보자면 전문소매점,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쇼핑 모두를 의미한다. 이들 모두가 현재 온/오프 전체로 확장된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며, 이 전장(戰場) 의 이름은 소매업이다. 그런데 전장의 규모가 소매업 내부에서 온/오프로 확장되는데 그치지 않고 유통업 전체로 확장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유통(流通_Distibution 또는 Circulation)은 생산에서 수집, 중개 또는 도매상(都賣商_wholesaler)을 거쳐 소매상(小賣商_retailer)으로 이동하고 다시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경로 전체를 의미한다.
[생산자 → 수집/중개상 or 도매상(wholesaler) → 소매상(retailer) → 소비자]
대형마트가 산지직거래를 통해 중간상의 마진을 없애고 가격경쟁력을 높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때 대형마트는 이른바 중간유통(수집, 중개, 도매)을 없애고 생산자와 직거래하여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대형마트(레거시 리테일러)의 역할까지 모두 소거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레거시 리테일러는 어떤 방향을 보고 나아가야 할까?
유통업의 본래 취지가 "시간과 장소(혹은 물리적 거리)"의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찾아다니며 거래를 만들어내는 대신, 시장 제공자를 통해 거래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유통업의 본질이다. 여기에 더해 소비활동(쇼핑)이 사회적 관계와 자아실현의 목적을 내포한다는 점을 추가하면 방향성은 매우 명확하게 나온다.
결국 유통경로 상에서 리테일러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 탐색 : 필요한 물품을 적확하게 찾아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
- 이동 : 원하는 생산물품을 찾아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 도구 : 거래를 위해 필요한 장소 혹은 도구
- 관계 : 사회적 지위 및 당대의 생활양식에 적합한 상품을 선별하는 감각과 능력
(사회적 동질감, 정서적 고양감, 심미적 만족감)
위 소매업 업태별 표에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면세점을 따로 떼어 내어 보자. 이들은 리테일러의 역할이 매우 명확한 포맷이다.
우선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집 근처 혹은 사무실 근처의 도보 5분 이내 거리를 장악한 편의점(혹은 슈퍼마켓)은 대체 불가이다. 지나가면서 목이 말라 음료수가 필요할 때, 요리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청양고추가 필요할 때 등 인접 거리에 있는 소매점(근거리 소매점 : 대개의 경우 반경 500m 이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사례에서 노령화 추세가 인접거리 점포의 중요성을 대변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아울러 비슷한 맥락에서 동네 반찬가게, 동네 정육점, 동네 과일가게 등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회는 늘 있다. 어떤 기회인지 구체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면세점의 경우 중국발 이슈가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기존 리테일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대체 불가이다. 분명한 효용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면세점의 방향은 명확하다.
업태가 아닌 상품 카테고리별로 깊이 들어가 보면 작은 틈새를 볼 수 있다. 빈틈이 보이는 곳은 패션과 식품 카테고리이며, 상품 분류에 따르면 내구재보다는 준내구재와 비내구재에 약간의 틈새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1) 내구재(가전, 가구) : 여긴 방법 없다. 시험으로 따지면 객관식 문제라서 보기가 명확하고, 정답도 확실하다. 주도권을 내주되, 브랜드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으로 리테일러의 새로운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
가전, 전자제품 카테고리에서는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주도권을 가져간 지 오래되었고, 신규 브랜드가 런칭되더라도 리테일러에게 돌아갈 몫은 매우 작아 보인다. 종합 리테일러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카테고리 킬러인 롯데 하이마트 역시 설 자리가 좁다.
가구도 가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글로벌 브랜드 이케아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한샘, 리바트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점유율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기존의 리테일러들은 이들 브랜드사에 대해 인기 상품의 물량 공급을 정중히 요청하는 상태이다.
2) 준내구재(화장품, 패션) : "단골"을 만들 수 있다면 기회는 있다. 추리소설과 같아서 답을 바로 제시하면 긴장감은커녕 만족감도 떨어진다. 과정이 중요하다.
화장품/뷰티 카테고리 역시 프리미엄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이동했고 종합 리테일러보다는 카테고리 킬러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이미 "화해"와 같은 뷰티 App의 높은 트래픽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화해는 복잡성이 매우 높은 카테고리 특성에서 틈새를 발견하여 정보제공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는 리뷰가 쌓이면서 창출된 관계형 리테일로 자리 잡으면서 꽤 높은 진입장벽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에 백화점이 강세를 보였던 패션 카테고리 역시 브랜드사, SPA, 카테고리 킬러(무신사, 에이블리 등)로 헤게모니가 이동했다. 다만,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상품 기획과 소싱의 전문성 영역에서 기회는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의미한 전략이 실행되는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노드스트롬처럼 PB로 대응하는 사례, 이세탄 멘즈처럼 편집샾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노드스트롬은 제조사보다 더욱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어냈으며, 이세탄 멘즈의 경우 큐레이션의 격을 높이며 백화점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럭셔리를 비롯한 주요 패션 브랜드사와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리테일러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사실 패션 카테고리로 한정하면 오프라인 리테일러보다는 온라인 리테일러가 더 어렵다. 압도적인 상품 구색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넘쳐나는 상품들 탓에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개인별로 매우 상이한 사이즈, 색상이나 소재의 미묘한 차이 등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성은 패션 카테고리의 큰 숙제이다. 매우 복잡하여 찾기 어려운 온라인 쇼핑의 과정에서 탐색을 도와주는 형태의 알고리즘이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으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취향에 맞는 영화와 음악을 제시해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패션 카테고리를 알고리즘으로 대응한다면 기회의 틈새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틈새는 바로 표준화가 불가능한 취향과 감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알고리즘으로 정답(그마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례와 사연을 보여주어야 하며, 감성적인 접촉이 필요하다.
패션 영역에서는 집객보다는 구매전환이 더욱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다. 영화나 음악처럼 짧은 시간에 소비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홈쇼핑의 유명 쇼호스트, 스타일러들의 영향력을 상기해보는 것도 좋은 벤치마킹이 될 것이다.
3) 비내구재(식품) : 빈도와 심도에 답이 있다. 특히 심도가 중요하다.
식품 카테고리도 표준화 불가 측면에서 패션과 비슷하다. 규격화된 가공식품에서 각 브랜드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식품시장 전체에서 브랜드의 영역은 크게 보아도 30% 미만이다. 가공식품이나 즉석식품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만족감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이 말을 다른 말로 치환하면, 가공식품이 빈도를 채워줄 수 있으나, 심도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식품에 대해서는 "관계성"의 비중이 모든 카테고리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밥은 먹었니?", "밥 잘먹고 다니니?"와 같은 질문이 인사말을 대체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옷은 입었니?"라고 인사하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로 비교해보면 훨씬 명확하게 드러난다.
SNS에 음식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의도는 "말을 거는"데 있다는 점도 잊으면 안된다.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목적, 혹은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 등 SNS의 대화는 다양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데, 가볍게 말을 거는데는 음식만한 것이 없다. 음식은 나누어 먹는 맛이다.
또 한편, 식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내구재나 준내구재에 못지 않은 진지함이 있다. 고민의 심도와 함께 빈도 또한 매우 높다는 특징도 가진다. 식품 카테고리에서의 기회는 바로 심도와 빈도에 있다.
식재료를 새벽시간 문 앞에 가져다주거나, 주문 당일 수령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식품 시장의 이슈를 모두 가져갔지만, 식품 시장의 변함없는 1위 리테일러는 이마트(이마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이마트몰)이다. 단순한 1위가 아니라 압도적 1위라는 점이 중요하다.
배송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배송으로 빈도만 잡아서는 기회가 없다. 식품 리테일러는 맛과 신선도, 즉 품질 측면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서 개별 브랜드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식품에서의 심도가 의미하는 전문성은 종합적 전문성이기 때문이다. 식품 카테고리는 하위 카테고리 수 백개에 대해 수 만개의 SKU를 거느리는데 이들이 가전, 가구, 패션처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데스(Amazon death)'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을 극복하며 미국 전자상거래 2위로 올라선 월마트를 보자. 빈도를 잡아낸 아마존이 아마존고라는 첨단을 선보이고, 홀푸드까지 인수하며 세력을 과시했지만 결국 식품 카테고리의 우위를 발판으로 월마트가 기사회생했다.
만약 빈도와 심도, 둘 다 잡을 수 없다면 심도에 주력해야 한다. 식품 카테고리에서 이커머스 침투가 상당히 진행된 지금, 빈도 측면에서의 접근은 이미 지나간 이슈를 잡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심도에 주목한다는 것은 꽤 오랜 시간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의미이며, 진입장벽도 높이 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준내구재와 비내구재에서 보이는 틈새란 결국, 표준화가 어려운 다양성 속에서 선별/정제하여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능력이다. 정답이 정해진 객관식이 아니라 다양한 답을 낼 수 있는 문제 풀이 과정을 즐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깊이 있는 감성에 닿기 위한 진지함도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질문의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유통 경로에서 소매업의 존재 이유는 뭘까? 시간과 장소, 도구를 제공하는 기능이 기술로 대체되고, 정보의 비대칭성도 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시장이 희소하지 않은데 시장 제공자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마트가 편의점 사업을 전개하고, 동네 마다 노브랜드를 차곡차곡 런칭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스타벅스 지분율을 확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협력하고, 이베이를 인수하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잘하는 오프라인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한다는 측면에서 더 할나위 없이 긍정적인 행보이다. 온라인에서도 기존 점포들을 다크스토어로 활용하는 전략은 절묘했다. 이베이 인수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를 그룹으로 묶으면 이미 70여 년 간 관계를 형성해 온 브랜드이기도 하다. 조선 최초의 백화점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할인점으로 한국인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 바로 이마트와 신세계이다. 시간과 장소의 물리적 효용을 제공하는 한편, 관계를 형성하고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마트만큼 리테일의 본질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업은 찾기 어렵다. 미래에도 생존할 리테일러를 꼽자면 이마트, 신세계와 함께 백화점으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한 현대백화점 정도가 있을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편의점과 수퍼마켓의 강점을 보유하고 홈쇼핑으로 단골을 유지하고 있는 GS리테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강자이다.
포맷의 혁신을 통해 "유통의 물리적 효용 가치(시간과 거리)"를 최상으로 제공한 이커머스의 강자 쿠팡도 무서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의 희소성이 점차 사라지고 유통의 물리적 효용 가치에 대한 차별화 역시 희미해지는 지금, 리테일러들이 저마다 추구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끝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아 손을 흔들고 있을까?
감히 추측을 내놓자면,
- 식품과 패션 카테고리에서 심도를 추구하며, 단골을 만들어 내는 기업,
- 근거리 매장을 통해 거리를 장악한 기업이 우세를 점할 것이다.
-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브랜드의 장악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재 영역에서 광범위한 브랜드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장악한 브랜드라면 지금 보다 더 가파른 상승 추세를 만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