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면?
놀랍게도 바로 어제저녁, 가족들과 함께 새로 지을 나의 필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의 성함을 이리저리 조합해보기도 하고, 어렸을 때 이름도 떠올려 보고, '궤도'처럼 일반명사를 가져온 케이스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무리되었다.
나의 본명인 '민지'는 너무나 흔한 이름이다. 사실 그래서 좋다. 정준하의 '러블리 mc민지'처럼 내 이름이 닉네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타 부계정 이름도, 브런치 필명도, 본명인 민지로 지었다.
블로그에서는 '그린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순우리말로 닉네임을 짓고 싶어서 순우리말 목록 중 영어처럼 발음되기도 하고 어감이 좋은 그린비를 골랐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든 단어였을 뿐, 나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인스타, 유튜브, 브런치 등 sns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는 영어 닉네임도 쓴다고 하는데, 나도 지어보려고 했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이름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영어 이름이 생겨도 주변 사람들이 나랑 안 어울린다고 했다.
영어가 아닌 이름으로는 '결'을 생각해 봤다. 평소 '결이 맞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단어인 '간결'에도 결에 들어간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는 '안온'이라는 이름도 생각해 봤다. '안온한 삶'할 때 안온.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새로운 이름 짓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이름이 주는 느낌이란 게 있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람일 것 같은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나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그런 필명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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