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다양한 수업을 들었다. 기억나는 건 레고, 가베, 발레, 바이올린, 영어연극, 주산, 생명과학, 한자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걸 내가 원해서 했다는 거다. 어렸을 때 엄마가 '민지야, 이거 배울래?'라고 하면 나는 항상 '응!'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도 즐겼던 기억이 선명하다. 관심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해서 좋았던 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거다.
어렸을 때 나는 영어를 무척 좋아했다. 당시 문화센터에서 <미녀와 야수>를 영어 연극으로 했었는데, 이미 어린이집에서 한번 했던 거여서 아이들이 조용히 서 있는 교실에서 먼저 나서서 '이렇게 했어요!'라며 앉은 걸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어.. 그래?'라며 당황한 선생님의 대답도 기억난다. 너무 어렸던 나는, 내가 어린이집에서 했던 게 오직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문화센터 선생님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반면, 발레는 정말 싫었다. 갈 때마다 선생님께서 다리 찢기를 시키셨는데 뻣뻣한 나에겐 고문이었다. 몸에 딱 붙는 발레 옷을 입는 것도 부끄러웠다. 도저히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영어는 초중고 때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이었다.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영어 동화책과 chant를 좋아했고, 초등학생 때부터 팝송과 미드를 좋아했고, 중학생 때부터 학원 없이 영어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고, 대학에 와서는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해서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았다.
반면, 춤과 무용은 지금도 싫다.
다양한 체험을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일찍이 나의 적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부터 적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건 크나큰 행운이자 부모님께 받은 감사한 선물이다.
지금도 나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 하는 것을 뚜렷이 구분하는 편이다. 이런 내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삶'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