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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Nov 03. 2023

타월의 성지(聖地) 이마바리시(今治市)

타월을 위한, 타월에 의한 타월의 지역 이마바리시(今治市) 

 규슈대학 대학원에서 지역 브랜드를 연구하면서 지도 교수인 도고 야스시(都甲康至) 교수님과 나는 「지역(地域)」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정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어느 지역을 '브랜드화'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어느 지역의 특별한 생산물을 '브랜드화' 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에 항상 시간이 걸렸다.


 많은 학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각 지자체와 대학의 연구자들은 지역의 산업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 브랜드」라는 용어를 지역의 특산물을 브랜드화한다는 의미로 정의를 내린 듯하다.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의 몇몇 기업의 홈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에서도 지역 브랜드를 해당 지역의 특화된 상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교 교수님이  「지역 브랜드」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좋은 사례를 알려주셨다.  「이마바리 타월(今治タオル)」이라는 것으로 에히메현(愛媛県)의 작은 도시 이마바리시(今治市)의 지역 브랜드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풍기(豊基)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기인견」과 같은 지역 특산물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풍기인견은 1934년 평안남도 덕천 지역에서 시작한 명주 공장에서 시작했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1938년경 풍기의 어느 마을로 이주하여 인견 직물공장을 건립하였고, 가내공업으로 인견을 생산하게 되고 확장되면서 풍기의 전통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1]. 8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풍기인견」과 일본의 「이마바리 타월(今治タオル)」이 같은 직물산업으로 탄생한 지역 특산물이라는 맥락으로 해석하면 지역 브랜드의 정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마바리 타월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8세기말, 헤이안 시대(平安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미카와국(三河国ー아이치현의 동부)이라는 지역에 표류하다가 도착한 외국 선박에 의해 면화(綿花)의 씨앗이 들어오게 되었고, 일본 서쪽 지역의 온난한 지방에서 면화를 재배되게 되었다. 18세기 에도 시대(江戸時代)에 들어서면서 이마바리 지방에서 백목면(면직물)이 생산되게 되었고 메이지(明治) 19년(1886년)에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직물보다 부드러운 감촉을 가지는 면넬이라는 섬유를 제직(製織)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마바리 타월의 시작은 메이지(明治) 27년(1894년), 면넬업에 종사하는 아베 헤이스케(阿部平助) 씨가 오사카에서 우연히 발견한 1장의 타월에서 촉발되어 현재의 이마바리시 카자하야쵸(今治市風早町)에 면넬 개조 직조기 4대를 설치하고, 타월 제직을 개시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다이쇼(大正) 13년경(1924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자가드 무늬의 타월이 생산되면서 이마바리시는 현재 일본 제일의 타월 산지가 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마바리시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타월의 산지로서 일본 국내에서 생산되는 타월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2]. 


 에히메현 이마바리시(愛媛県今治市)는 120년이 넘는 동안 타월 산업이 이어져 온 「타월의 성지(聖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을 꼬는 공장, 실을 염색하는 공장, 타월을 제직하는 공장 등 200개 가까이 되는 공장이 모여있는 타월 산지이다. 


 이마바리 상공회의소와 이마바리 타월 공업조합은 타월을 만들어 내는 것만이 아니라, 타월에 대한 지식을 겸비하고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의 구매의욕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 양성하기 위한 「타월 소믈리에(Sommelier) 자격시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07년 9월부터 시작한 타월 소믈리에 자격시험은 세계 최초의 시도였으며, 현재까지 3,500명의 타월 소믈리에가 탄생했다고 한다 [3].  


 「이마바리 타월 브랜드(今治タオルブランド)」란 타월 및 관련 상품의 제조·판매에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이마바리 타월 공업조합」의 조합원 기업이 제조한 상품 중, 「뛰어난 흡수성과 높은 안전성」 등의 조합이 독자적으로 정한 품질 기준에 합격한 타월 상품에만 붙이는 상표이다. 따라서 이마바리 상표인 「이마바리 타월 브랜드」와 인정 마크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고 있다 [4].


 몇 년 전, 일본 디자인 학회의 콘퍼런스에 지도 교수님과 공동으로 연구했던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에히메현 다카마쓰(愛媛県松山市)에 있는 가가와 대학(香川大学)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모처럼 자동차로 이동한 김에 이마바리시를 지나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타월이 산지라고 명성이 높은 지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냥 시골 모습이었다. 


 일본 최상급 타월을 만든다지만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막막한 때에 도로 안내표지에 「타월 미술관」이라는 안내 사인을 보았다. 안내 사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산 중턱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우람한 건물이 서 있었다. 


 「타월 미술관」이었다. 


이마바리시에 있는  「타월 미술관」  (사진출처:이마바리 미술관 홈페이지)


 아니 '타월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고, '타월 테마파크'라고 해도 될 것 같은 규모의, 타월만의, 타월을 위한, 타월의 세계였다.


 타월을 직조하는 기계가 전시되어 있어서 리얼타임으로 타월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월을 만드는 다양한 실 종류가 전시되어 있었고, 타월 직물 직조법을 활용한 다양한 아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5]. 


타월을 직조하는 장면 실연 전시 (사진출처: 이마바리 미술관 홈페이지)


 좋은 타월을 만드는 생산지로서 책임감과 자긍심으로 실을 만들어 내고 타월을 직조하여 엄격한 「타월 소믈리에」에 의한 품질관리와 유통과정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이마바리시의 위풍당당한 지역 브랜드 「이마바리 타월 브랜드(今治タオルブランド)」. 


 단순한 생활 속의 타월을 「문화와 예술 콘텐츠」로 담아내어 지역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타월 미술관」의 역할로 사용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는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의 역할뿐만 아니라, 「타월을 통한」 색다른 예술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서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후쿠오카로 발길을 돌렸다.




[1] 풍기인견발전협의회 홈페이지, https://prda.or.kr/punggi_intro

[2] 참조:일반재단법인 이마바리 지역지장 산업진흥센터 홈페이지, https://izc.or.jp/sangyo1.html

[3] 참조:이마바리타월 공업조합 홈페이지, https://itia.or.jp/qualifying.html

[4] 참조:이마바리타월 브랜드 인정사업 홈페이지, https://www.itia.or.jp/brand/

[5] 참조: 이마바리 타월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towelmuseum.com/user_data/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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