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sol Nov 09. 2023

하카타(博多)와 텐진(天神) 이야기

「하카타 돈타쿠(博多どんたく)」로 하나가 되는 후쿠오카!

 내가 8년 동안 살았던 후쿠오카시(福岡市)에서 나의 외출 동선은 크게 하카타(博多)와 텐진(天神)으로 나뉜다. 필요한 것을 구매하기 위해서라든가, 둘 중 어느 지역을 경유해야 가려고 하는 목적지에 쉽게 갈 수 있을까에 따라서 편리한 곳으로 정했다. 전철로는 텐진이 가깝고 버스로는 하카타가 편리하다.


 내가 살고 있었던 지역 다카미야(高宮)는 전철역 다카미야역(高宮駅)과 가까웠고, 버스 노선도 다양해서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으므로 두 곳 중 어느 지역을 선호하는가에 따라서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카타와 텐진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역사적 시점에서 보면 지역의 발전 궤도가 달랐다. 오래전, 내가 도쿄(東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었던 교야(京屋)라는 디자인 회사의 본사가 후쿠오카에 있어서 몇 번 왕래가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후쿠오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박사과정에서 복합상업시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이다.


 마침,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채용되어 학생들을 인솔하고 후쿠오카로 가는 대학생 수학여행에 참가했었다. 학생들에게 후쿠오카 지역의 상업시설 발달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사전에 자료수집을 하며 공부를 했었다.


 후쿠오카의 지리적 조건을 살펴보면, 나카가와(那珂川)라는 하천이 사가현(佐賀県)에서부터 하카타 항까지 연결되어 바다로 흐른다. 이 조건을 배경으로 하카타는 자연스럽게 「캐널(운하)」이라는 선박 교통 시스템이 조성되었고, 외국 선박을 포함한 상선(商船)이 하카타항에 정박하면서 운하를 통해 다양한 물품들을 후쿠오카 중심부까지 들여올 수 있어서 무역과 상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바로 그 지점이 나카스(中洲)라고 하는 지역으로 현재의 텐진과 하카타로 나뉘는 경계가 되는 곳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하카타는 상인들의 마을(博多商人の町)이 조성되었다. 호방하며, 낙천적이고 축제를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하카타는 그야말로 상인들의 특성이 넘치는 활기찬 상업지역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현재 하카타에 있는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복합상업시설 「캐널 시티(Canal City Hakata , キャナルシティ博多)」는 이러한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콘셉트로 하여 조성된 대형 상업시설이다. 아름다운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는 인공운하를 중심으로 호텔과 영화관, 다양한 상점가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조성되어 있어서 후쿠오카의 랜드마크적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와는 달리, 후쿠오카라고 불리었던 지금의 텐진을 포함한 지역은 에도시대(江戸時代)의 번주(番州)가 거주했던 후쿠오카성(福岡城)의 죠카마찌(城下町 - 성 아래의 마을을 의미) 지역으로, 무사(武士)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 무사라는 계급이 사라지게 되었고, 그들의  저택도 점차 쇠퇴되면서 슬럼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지역은 근대화되면서 현청(県庁)이나 시청(市役所), 경찰서 등의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관공서 지역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텐진 지역에 거주를 하고 있던 무사들의 저택터에는 교육 시설과 광산 감독서 등이 설치되고 탄광사업을 했던 사업주들도 이 지역에 거처 지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쿠오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외국 상인이나 외지인들의 유입이 많았고, 현대화되면서 타 지역에서 전근과 같은 형태로 이주민들이 증가했기 때문에 외부의 것들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하카타 상인들보다 우호적인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텐진은 에도시대에 탄생한 지역으로서 도시의 조성 배경이 하카타와는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에 두 지역은 상호 경쟁적인 양상을 보이며 발전했다. 


 전쟁이 끝나고 전국적인 도시정비 과정에서 하카타 지역과 후쿠오카 지역이 통합되면서 새로운 도시명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투표를 통하여 정하기로 했는데 단 1표 차이로 지역명이 「후쿠오카시(福岡市)」로 결정되었고, 하카타 지역 상인들의 불만 해소와 지역 발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신칸센 역(新幹線駅) 이름은 「하카타 역(博多駅)」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현재 하카타 역 부근에는 대형 백화점과 호텔, 레스토랑과 상점가가 밀집되어 있는 규슈 최대의 상업지역이 되었다. 하카타 역에는 도쿄, 오사카 등 일본 각 도시와 연결되는 신칸센이 있고, 규슈의 여러 지역까지 방문할 수 있는 다양한 콘셉트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근대화와 현대화의 시기를 거쳐 하카타와 텐진을 연결하는 버스와 전철 등의 편리한 교통시설이 발달하고 지역적 경계가 사라지면서 후쿠오카라는 하나의 지역으로 서로의 강점을 융합하는 규슈 제일의 대도시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직도 하카타와 텐진의 지역주민들은 각 지역의 자긍심과 자존심으로 경쟁적 관계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듯하다.


 항상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하카타와 텐진, 이 두 지역이 경쟁상대라는 것을 잊고 하나로 화합하는 축제가 있다. 


「하카타 돈타쿠(博多どんたく)[1]


하카타 돈타쿠는 매년 5월 3일과 4일에 개최되는 후쿠오카 시민축제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헤이안 시대(平安時代)와 메이지 시대(明治時代)부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시민축제로 시작된 것은 1962년으로 알려지고 있다. 


 「돈타쿠」의 어원은 네덜란드어 「zondag(일요일이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생성된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2]. 하카타항이나 나가사키항에 들어온 네덜란드 선박과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정착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후쿠오카 지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업과 금융업, 관공서, 지역 부녀회 등이 참가하여 춤을 추거나 연주와 함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시가행진이다. 하카타에서 텐진 중심부에 있는 후쿠오카 시청 앞 광장까지 진행하는 행진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후쿠오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여, 후쿠오카 시민 축제인 「하카타 돈타쿠(博多どんたく)」는 항공·교통산업과 숙박산업, 음식업 등 관광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지역 브랜드」가 되었다.


 역시 「축제」라는 문화 콘텐츠는 지역 브랜드의 강력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후쿠오카 시민축제 「하카타 돈타쿠(博多どんたく)」의 퍼레이드


 현재 텐진 지역은 2015년부터 시작한 재개발 프로젝트 「텐진 빅뱅(天神ビッグバン)」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2026년에 종료 예정인 도심의 상업지역의 재개발 프로젝트로 다시 그 모습이 거듭날 것이다. 


후쿠오카에 살면서 자주 갔었던 「텐진 코아(天神コア)」, 「텐진 비브레(天神ビブレ)」, 「텐진 IMS(天神イムズ)」 등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매우 기대된다.





[1] 하카타 돈타쿠 공식 홍보 홈페이지, https://www.dontaku.fukunet.or.jp/

https://hakata-machi.jp/bustle/dontaku/

[2]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https://ja.wikipedia.org/wiki/%E5%8D%9A%E5%A4%9A%E3%81%A9%E3%82%93%E3%81%9F%E3%81%8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